5분 형사재판 이대로 좋은가

법원 정기인사 직후 광주지방법원으로 와서 형사단독 재판을 맡고 이제 3주차에 접어든다. 5년 만에 다시 형사재판의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5분 재판'의 문제점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 직접주의와 공판중심주의라는 형사소송법의 이상을 제대로 실현하기는커녕 밀려드는 사건을 이른바 '떨어내는데' 급급한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체감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3년 전 일본 연수 당시 도쿄지방재판소의 형사 재판을 참관했던 어느 날이 떠올랐다.
듣던 바와 달리 그곳의 재판은 결코 서면 중심이 아니었다. 법정에서 실질적인 경청과 토론이 이뤄지는 '30분 재판', '1시간 재판'이 실현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기 위해 책장 구석에 꽂혀있던 당시 자료들을 꺼내보았다. 도쿄지방재판소 형사단독 노무라 판사(실제 인물을 가명으로 고침)의 2023년 10월 4일(수)과 6일(금) 기일표가 눈에 들어왔다.
매주 수요일, 금요일에 형사단독 재판을 하는 노무라 판사는 수요일 오전 10시에 신건 1건, 11시에 신건 1건을 각각 1시간씩 진행했다. 점심을 먹은 뒤 오후 1시 반부터 2시까지 3건의 판결을 선고했다. 오후 2시에 다시 신건 하나를 한 시간 가량 진행한 뒤 3시 30분부터 증인신문이 예정된 속행사건 하나를 처리하고 하루 일과를 마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금요일도 그와 대동소이했다. 본인 말로는 특별히 일이 많거나 적지 않은 '그냥 보통의 일주일'이 대개 그렇다고 했다.
노무라 판사의 '보통의 한 주(週)'를 대한민국에서 형사단독 재판을 맡고 있는 나의 지난 일주일과 비교해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3월 19일을 되짚어보면 나는 오전에 16건의 신건 및 속행기일을 진행했고, 오후에 한 시간 간격으로 3개의 사건에서 총 5명의 증인을 신문해야 했다. 이번 주인 3월 24일에는 40분 동안 총 10건의 판결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이제 막 업무에 적응하는 단계라서 의도적으로 사건 수를 줄여놓은 것이 이 정도다. 올해 3년차에 접어든 선배 형사단독 판사들의 조언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매달 40~50건씩 접수되는 사건을 그 수만큼만 딱 처리하면서 가려고 해도 공판기일은 10분당 2건씩 지정하지 않으면 안 되고, 판결도 매주 15건은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법정에서 소송관계인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나 사건에 관한 심도 있는 공방을 하는 것은 그냥 '사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경청과 토론은 고사하고, 숨 가쁜 '5분 재판'을 그나마 절차 위반이나 누락 없이 진행하기에도 벅찬 것이다. 법정에서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사건번호를 부르고 피고인이 자기 자리까지 걸어오는 동안 인정신문까지 모두 끝내곤 했다는 어느 부장님의 놀라운 사례가 남 얘기 같지 않았다.
법정에서 당사자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지 못하고, 판사실에 돌아와 읽는 서류에 의존한 채 결론이 내려지는 형사재판 구조에 대한 비판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5분 재판'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사법 불신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바뀐 것은 거의 없다. 문제의 원인이 개별 법관의 노력 여하가 아니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건 수와 이를 전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른바 '사법개혁'의 초점은 다른 곳에 맞춰졌다. 형사법관들을 '정조준'하는 법왜곡죄의 도입까지 생각하면 상황은 더욱 아이러니해진다. 법정에서 차분하게 경청할 시간도, 고민할 여유도 부족한 재판 환경 속에서, 형사법관은 한편으로는 사건을 쏟아내듯 처리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결과에 대해 형사책임을 지는 위험까지 감당해야 한다. 이제 어느 판사가 기꺼이 형사재판을 맡겠다고 할지…
당연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것은 자기 사건을 충분히 들어주는 재판일 것이다. 그것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하는 '5분 재판'의 현실은 외면한 채 지금의 '사법개혁'은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차기현 판사(광주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