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그알’에 “사과하라” 직격 이유…8년째 괴롭힌 ‘조폭 연루설’ 출발점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3월 대선에서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선거를 도운 성남·경기라인에서는 2021년 9월 제기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2018년부터 이 대통령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조폭 연루설’이 결합하며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당시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가상의 도시 ‘안남시’의 시장과 폭력조직이 결탁하는 내용의 영화 ‘아수라’를 대선판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2016년 개봉했던 이 영화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역주행’하며 화제가 됐다.
이 대통령이 20일 ‘이재명-조폭 연루설’을 처음 제기했던 에스비에스(SBS) 대표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조작 방송”이라고 직격하며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자, 청와대 내부에서는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8년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 대통령이 조폭과 연루됐다고 (처음) 낙인 찍은 것 아니냐”고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2018년 7월21일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후 1년’ 편을 방송했다. 프로그램 후반부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성남지역 조직폭력단 국제마피아파와의 과거 유착 의혹에 할애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국제마피아파 출신 사업가와 여러 차례 업무협약을 맺고 기부 등을 받았는데, 그 전인 2007년 이 지사가 국제마피아파 소속 조직폭력배를 변호하기도 했다는 것이 조폭 연루설 의혹의 얼개였다.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 김상중씨는 “약자의 편에 서겠다던 이재명 변호사 이름을 조직폭력배 변호인 명단에서 마주하게 될 줄은 정말 예상하기 힘들었다”며 한숨을 쉬며 머리를 짚기도 했다. 방송 화면에 영화 ‘아수라’와 이 지사 얼굴을 함께 배치해 편집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해당 사업가가 조폭 출신인지 몰랐다” “가족들이 억울하다고 해서 사건을 수임했을 뿐”이라며 해명했고, 방송 이후에는 제작진과 에스비에스 사장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않고, 반론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조폭 몰이’를 했다는 이유였다. 제작진 고발을 철회하라는 방송계 요구에 “조폭 연루설 진실을 밝히고 해명할 기회까지 뺏지는 마시길”이라고 트위터(현 엑스)에 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방송 7년8개월이 지난 해당 프로그램 내용과 장면을 다시 거론하며 “그알(그것이 알고싶다) 피디의 기적의 논리, 김상중씨의 리얼 연기 덕분에 졸지에 살인조폭으로까지 몰렸다. 이 방송은 나를 제거하기 위해 동원된 물리적 테러, 검찰을 통한 사법리스크 조작, 언론을 통한 이미지 훼손 작전 중 하나로 보인다”고 직격했다. 2018년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재명-조폭 연루설을 처음 퍼뜨리자,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사실처럼 굳어졌고, 이후 잠복해 있던 조폭 연루설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지며 초박빙 패배의 빌미가 됐고, 낙선 이후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로 이어지며 여러 건의 재판을 받게 됐다는 취지로 보인다. 자신이 겪어야 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여러 정치·사법적 위기의 출발점으로 사실상 ‘그것이 알고싶다’를 든 셈이다.

자신과 관련한 근거 없는 의혹 보도 등을 방치한 결과, 또 다른 억측과 의혹, 사법리스크로 이어지는 고리를 ‘이제는 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 표현은 최근 들어 잦아지고, 또 강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와 검찰 수사 내용은 대서특필하면서,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거나 무죄가 나더라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 행태를 여러 차례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지난 14일에도 2021년 10월 자신과 조폭이 연루됐다는 주장을 폈던 장영하 변호사(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 사실을 전하며, “확인도 없이 무차별 확대 보도한 언론들은 이런 판결이 나는데도 사과는커녕 추후 정정보도 하나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장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성남시장이 국제마피아파에 사업 특혜를 주는 대가로 2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은 돈뭉치 사진을 그 근거로 공개했지만, 이 사진은 국감 당일 곧바로 허위로 판명 났다. 그러나 당시 대선 국면에서 일부 언론은 이런 내용을 제대로 전하지 않거나, 조폭 연루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 보도를 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의 채널에서 ‘이 대통령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고 군사정보를 유출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방송 하루 만인 19일 “정말 한심하고 악질적” “엄중히 단죄해야 할 일”이라며 직접 ‘초기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자 전씨는 곧바로 “전한길뉴스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19일 ‘이재명-조폭 연루설’을 보도했던 언론사에 대해 “기사를 수정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기사 수정을 하지 않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언론중재법의 ‘추후보도청구권’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등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는데, 무죄 판결 등으로 종결됐을 때는 해당 언론사 등에 이를 바로 잡는 ‘추후 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언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2018년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2021년 조폭 돈뭉치 보도, 2026년 전한길뉴스의 비자금 음모처럼 누가 말했다고 검증 없이 터뜨리고 보도하는 것은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에스비에스는 이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한 20일 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사과문을 공개했다. 제작진은 “2018년 7월21일 방송된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후 1년’ 편에서 성남 지역 정치인들과 폭력 조직 간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2007년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2명의 변호인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방송한 바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변호인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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