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이 봄날, 골프 옷은 너를 향한 소통이고 고백이다

봄이다. 봄이 되면 떠오르는 가요가 있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와 영화 '봄날은 간다'이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 노래는 어릴 적 부모님이 자주 불러서 습관이 되었다. 영화 '봄날은 간다'는 중년에 직접 본 봄날이라 더욱 강렬하다.
이 두 봄날의 공통적인 언어는 '연분홍'이다. 그 연분홍은 영화 속 수색역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아주 짧은 신혼 시절 사랑해 주었던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연분홍은 사랑, 부드러움, 따뜻함, 친밀감, 이해, 달콤함이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속 봄에는 늘 그 연분홍 치마의 아련함이 찰랑인다.
어릴 적부터 참 옷을 어떻게 입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옷을 만들어 온 집안에서 녹아든 습관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습관을 뛰어넘어 옷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 할머니가 수색역에서 떠나간 남편을 그 곱디고운 연분홍 치마를 입고 기다리듯이 말이다. 마치 화가 고흐를 떠올리면 그 노란 해바라기를 연상하듯이. 노란색은 햇빛이고 찬란한 아침을 말하려 하기에 희망인 것이다. 명화 그 노란 밭의 해바라기에서도 '소피아 로렌'은 전쟁터로 떠난 사랑을 기다리고 찾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묻고 싶다. 600만 명의 우리 골퍼분들은 이 봄날 필드에서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말이다. 오죽하면 우리는 의식주(衣食住)라고 말할까. 먹는 것, 자는 것보다도 더 먼저가 바로 옷이다. 그 이면에는 옷이 우리의 삶이고 생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이가 들수록 원색을 입으려는 본능도 결국 나의 존재감을 알아달라는 갈구이다.

우리 인간은 전쟁 중에도 살아남기 위해 옷 색깔로 구분해 싸웠다. 많은 스포츠 역시 유니폼이라는 이름으로 색깔과 디자인으로 구분해 소통해 왔다. 그만큼 옷은 묵언의 소통 창구이며 삶과 죽음을 가늠해 온 역사적 산물이다.
옷은 그 사람의 인상과 평가를 좌우하는 바로미터이다. 우리 속담에도 '거지도 입어야 빌어먹는다', '하루 굶는 것은 몰라도 헐벗은 것은 안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 있어 옷은 나의 가치와 태도, 그리고 신뢰를 평가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아무거나 입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필자는 골프장에 라운드하러 갈 때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를 고민한다. 계절에 맞는지, 동반자의 나이와 성격을 고려해 소통하려 한다. 또 하나,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나만을 표현할 수 있는 컬러와 디자인, 그리고 선명함(깔끔함)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하나 더, 이제는 옷을 통해 골프장에서의 다양한 통제와 권위는 사라져야 한다. 5년 전 유명 디자이너 토드 스나이더가 골프 브랜드 FJ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반드시 깨트리고 싶은 고정관념 중 하나가 바로 골프웨어이다"라고 했는데, 스나이더의 말을 듣는 순간 통쾌하다 못해 환호를 지른 바 있다.

그리고 유러피언 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티럴 해튼이 후드티를 입고 시상식에 오른 이후 국내에서도 후드티가 유행하고 있다. 필자도 라운드를 하면서 후드티를 자주 입는다. 권위와 통제가 무너졌으며 자유로움이 시대와 교감한 것이다. 1990년대 국가대표 시절 강수연 프로가 머리에 염색을 했다며 엄청난 질타를 받고 대표 자격이 없다고 규정된 바 있다. 그 지독한 고정관념의 시대를 지나 이제 골프 옷은 '자신감'과 '소통'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패션의 기본은 TPO이다. 즉 때(Time)와 장소(Place), 그리고 상황(Occasion)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파격과 선을 넘은 옷을 골프장에서 입자고 선동하는 것은 아니다. 골퍼에게 있어 옷이란 골프장이라는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암묵적 소통이며, 나를 표현하려는 메시지이다.
옷을 잘 입어야 골프도 잘되고 자신감도 배가된다. 그리고 지나친 노출, 시야를 어지럽히는 컬러와 디자인 등의 옷은 제발 입지 말자.
옷은 그 사람의 품행을 평가하며 첫인상의 바로미터이기에, 골프장에 갈 때와 올 때, 그리고 골프를 칠 때 이 봄날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북한 속담에도 '못 입어 잘난 놈 없고, 잘 입어 못난 놈 없다'고 했다. 옷은 사람의 언어이며 표현이며 교감인 것이기에.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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