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맹 출신' 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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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한 장면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백태웅 주OECD 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OECD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
OECD는 38개 경제선진국의 협의체이지만 오늘날 그 역할은 단순한 경제 숫자 논의에 머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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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한 장면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공직 인사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눈에 띄는 한 이력이나 특정 사건이 전체를 압도하면서 그 사람의 시간과 경험은 단순화되거나 생략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통찰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인사 평가의 영역에서는 함정이 되기 쉽다.
백태웅 주OECD 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비판의 중심에는 백 대사의 20대 시절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 활동이 놓여 있다. 그는 1989년 박노해 시인 등과 함께 사회주의 계급 혁명을 표방한 사노맹을 결성했다.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된 뒤 1999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공직 후보자의 과거는 검증 대상이다. 특히 외교 현장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라면 더 엄격한 시선이 따르기 마련이다. 다만 그 검증이 특정 시기의 이력만을 근거삼아 한 사람 전체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흐른다면 그것은 평가라기보다 낙인에 가까워진다.
사람의 이력은 단선적이지 않다. 20대의 신념과 이후의 삶은 시간 속에서 변화하고 축적된다. 백 대사의 경우 사노맹 활동은 몇 년에 불과하다. 그 이후 그는 30년 넘게 국제인권법 연구와 교육, 국제기구 활동에 몸담아 왔다. 해외에서 학문적 기반을 쌓고 한국 법제와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 14년 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출소 이후 인권법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변화된 사회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인권법이 그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OECD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 OECD는 38개 경제선진국의 협의체이지만 오늘날 그 역할은 단순한 경제 숫자 논의에 머물지 않는다. 기후변화, 디지털 인권, 조세 정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AI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기준과 규범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2023년에는 기업의 책임 있는 비즈니스 활동을 위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12년 만에 개정하기도 했다. 기업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기존안 보다 더 중요하게 다뤘고, 생물다양성 평가와 기후 정보 공개까지 추가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국제인권법 전문가의 발탁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백 대사 본인도 "급속히 발전하는 AI와 디지털화 속에서 새로운 국제협력질서의 핵심규범을 논의하면서, 국제기준과 규범의 형성과 발전에 기여하고 국내 성과의 국제화 등 한국과 세계의 연결 통로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인선의 적절성은 결국 성과로 판단할 문제다. 그 평가의 기준은 현재의 역량과 미래의 결과여야지, 수십 년 전의 한 이력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균형을 잃기 쉽다.
심리학에는 '선택적 추상화'라는 개념이 있다.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특정 장면만을 부각해 상황 전체를 왜곡해 판단하는 인지적 오류를 뜻한다. 이번 논란 역시 그런 함정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알겠다고 서두르는 순간, 정작 살펴봐야 할 나머지 아홉을 놓치게 된다.
법률신문은 2026년 3월 23일자 신문(5355호)부터 기자 칼럼 명칭을 'The SideBar'로 합니다.
SideBar는 법률적 의미로 '판사석 옆에서 (판사와 변호사, 검사의) 비밀 협의'를 뜻합니다. 상징적으로 '법정의 뒷이야기나 예리한 법리적 쟁점'을 의미합니다. 법률신문의 새 기자칼럼 'The SideBar'는 '법과 법정의 내밀한 이야기'와 함께 '독자가 놓치기 쉬운 핵심 정보'를 짚어주는 코너로 독자 여러분께 다가가겠습니다.
조한주 기자 aweek@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