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사전심사' 어떻게 할까

김지수 기자 2026. 3.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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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산하 헌법실무연구회 세미나
효율적 선별 위해 사전심사제 모색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며 3월 19일까지 118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가운데, 폭증하는 사건을 대처하기 위해 어떻게 '사전 심사'를 할지 헌재와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했다. 사전 심사 절차에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판단해도 된다는 의견과 최대한 많은 헌법재판관이 참여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산하 헌법실무연구회는 3월 20일 오후 서울 재동 헌재 대강당에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과 사전심사제도'를 주제로 내부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헌법연구관 출신 김진한(사법연수원 29기)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사전심사 제도'와 미국 연방대법원의 '사건 선별 제도'를 살피고 한국 헌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했다.

독일은 정식재판부(Senat)가 아닌 소부(Kammer)에 사전심사를 맡기는 관행에 대한 부분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소부에서는 주심의 견해에 크게 의존해 주심마다 기준이 다르고, 대면 평의가 아닌 서면 보고 위주로 절차가 진행된다. 이는 설득력 없는 사전심사 관행을 낳고, 불필요하게 강도 높은 적법성 심사를 초래해 사전심사가 갖는 중요한 의미를 과소평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명의 대법관이 찬성해야 사건을 선별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구체적이고 치열한 대면 토론 방식(Rule of four)을 긍정적 대안으로 언급했다. 

또 미국 연방대법원의 '쟁점사항 제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청인이 상고 신청서에 쟁점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인데, 실질적 심판 대상은 하급심 판결이 아니라 신청인이 설정한 쟁점사항이 심판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독일식 심판 청구 구조가 낳는 비효율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구체적 쟁점을 한정하는 장치가 없어 당사자가 모든 사항을 망라해 주장할 수 있고, 사건이 사전심사를 통과하면 재판부가 그 모든 사항을 심판해야 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대리인들은 통과율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쟁점을 문제 삼게 되고, 이는 결국 재판의 비효율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한국에서) 현재 가장 강한 충돌은 (재판소원이) '개인의 권리 구제'인가, 헌재의 역할과 사명에 충실한 '제도 운영'인가의 문제일 텐데, 개인의 권리 측면에서 강조한다면 제4심이 될 것이란 국민적 우려에 부합하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헌재의 기능을 보호하고 본래 해야 할 사명을 충실히 하기 위해선 헌재가 모든 사건에 대해 기본권 침해를 구제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스스로 해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여러 논의가 오갔다.

토론자로 나선 정광현(27기)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관할권 이원화' 방안을 제시했다.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 통제는 헌재가 전담하되, 소송법 규정 위반 등 법률 위반에 바탕을 둔 간접적 기본권 침해 사건은 대법원 내부에 이른바 '헌법재판부'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관장하게 하자는 것이다.

서경미(33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보충성 요건의 엄격한 해석'을 대안으로 꼽았다. 현행 개정법의 청구 사유 규정만으로는 헌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을 선별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 교수는 "독일 연방헌재가 발전시켜 온 '형식적·실질적 보충성' 법리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는 해석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강(41기) 헌법연구관도 "재판소원 청구가 밀려 들어올 때 이를 신속하게 처리해야하는데, 헌재가 처해있는 인력의 한계 등을 생각했을 때 사전심사를 통해 적법요건을 명백히 밝혀 특정 사건은 각하하는 것도 중요하고, 전원재판부 회부 전에 사건 경중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