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탈세와 절세, 그리고 조세회피
절세와 조세회피의 구별도 쉽지 않아
언론 보도에서는 가급적 정확하고 중립적인 표현 필요
탈세 등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1. 지난 달에 소위 '1인 기획사'의 활용과 관련된 내용을 논의했습니다만, 이후에도 이를 둘러싼, 사람들과 언론의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히 제목 위주로 언론 기사를 눈여겨 보면, "누구누구, 몇 억 원 탈세" 하는 식의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식의 보도는 공정한가 하는 것이 오늘 다룰 내용의 출발점입니다. 사실 유명인 등장의 사건에서 이런 태도는 흔하게 나타납니다. 우선은 납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실제로 있었는가 하는 사실관계 문제가 있겠지만 논외로 하겠습니다. 궁금한 것은 이 상황을 '탈세'라 부르는 일이 온당한지 여부입니다.
여기서 일반인들도 종종 접해 보았을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탈세'나 '절세', 그보다 조금은 전문적인 느낌을 주지만 '조세회피' 같은 말입니다. 흔히 절세는 완전히 적법하여 아무런 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데 비해 탈세는 위법할 뿐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하여 구별합니다. 조세회피는 그 사이 어디쯤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해가 정확한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2. 사실 이런 말들이 실정 세법에 나오는 법률용어는 아닙니다. 따라서 논의는 실정법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가령 우리에게 친숙한 세목으로서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를 생각해 봅시다. 이들은 신고납세 세목으로서, 납세의무자는 납부하여야 할 세금을 정해진 기간 내 국가에 신고해야 하며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납부할 세액에 더하여 일정한 가산세를 부담하게 됩니다. 절차법적으로는, 이러한 납부의무를 확인하고 그 이행을 명하는 내용의 납부고지를 받게 되고 이는 과세처분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 처한 모든 납세의무자가 그 이상으로, 특히 형사처벌을 받게 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인의 용례대로라면 당연히 '탈세'가 되지는 않는 셈입니다.
여기서 방금 말한 '가산세'의 문제를 조금 더 살펴봅니다. 예컨대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흔히 '무신고', 또는 '과소신고' 가산세라고 부르는 추가적인 금전 납부의무를 집니다. 액수는 신고 부족액의 10%(과소신고), 또는 20%(무신고)라는 비율로 산정되는데, 주목할 것은 이때 40%의 비율로 가산세를 산정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는 '부정' 과소(또는 무) 신고와 같이 부르는 듯한데, 그 적용요건의 핵심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입니다. 언뜻 봐도 막연하고 불확정적인 개념인데, 조문을 죽 좇아가 보면 국세기본법이 이 개념을 조세범처벌법 제3조가 정하는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에서 빌려왔음을 알 수 있고, 실제로 대법원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은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이 됩니다. 우선 세법이 정하는 신고 의무를 위반하면 가산세라는 금전적 제재의 부담이 생기지만 그렇다고 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단지 신고 불이행에 그치지 않고 '부정한 행위'라는 요건까지 충족하였다면, 이때에는 가산세의 액수도 더 커질 뿐 아니라 무엇보다 조세포탈죄라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만족시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가 쉽겠지요.
이 '조세포탈'이라는 말을 줄인 것이 '탈세'라고 이해하기도 합니다. '탈세'라는 용어가 법에 쓰인 것이 아니다 보니 그 의미가 정의하기에 달려 있기는 하지만, 처음 전제하였듯이 이 말의 핵심이 형사처벌 가능성에 있다고 본다면, 우리 실정법에서 '탈세'란 곧 조세포탈의 준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체계정합적입니다.
그렇게 보면 적어도 책임 있는 언론에서 '탈세'라는 말을 사용할 때에는, 문제된 상황이 조세포탈죄에 해당함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여야 하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은 어느 정도 분명히 드러나더라도, 거기에 '부정한 행위'가 개입되어 있음이 따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탈세'라는 말을 쓰는 것은, 그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용어 사용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3. 그런데 이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명색이 범죄의 객관적 구성요건 요소이니 그 의미가 명확해야 마땅한데, 사실 이 개념은 불행하게도, 비교하자면 악명 높은 배임죄의 '임무 위배'만큼이나 그 의미가 불명확합니다. 조세범처벌법은 상업 장부의 '거짓 기장'이나 '파기', '증빙' 서류의 '조작' 같은 몇몇 예를 들고 있지만 '그 밖의 위계에 의한 행위나 부정 행위'라는 모호한 내용의 포괄 규정 역시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으로 많은 사람에게 형벌을 내린 대법원이 내어 놓은 개념 정의도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라는 알듯말듯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불확정 개념의 적용 결과는 당연하게도, 종종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현행법 아래에서 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기 전에는 어떤 행위를 '탈세'라고 단정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굳이 법인을 세워 경제 활동을 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절세'는 어떨까요? 이 말은 '조세회피'와 나란히 놓고 살피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평적 공평'을 추구하는 세법에서 같은 수준의 담세력이 있으면 늘 같은 크기의 세 부담이 뒤따라야 이상적이지만, 현실의 세법은 그렇지가 못해서 담세력이 같아도 세 부담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납세자는 같은 담세력을 가지고서도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자신에게 열려 있는지 모색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그런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용인되는 경우가 이를테면 '절세'라 하겠습니다. 반대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듯 일단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용인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조세회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비아냥대는 경우와 비슷해서 이 구별은 때로 현실에서 어렵습니다.
기실 세금 문제가 아니었다면 법인을 세우지 않았을 사람이 ('1인 기획사' 같은) 법인을 설립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일을 세법이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가족을 직원으로 가장하여 급여 명목의 돈을 빼 가는 등의 행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만…). 이 일을 실제로 벌인 사람들은 그래서 이것을 용인되는 '절세'라고 생각했을 테고, 반면 과세관청은 용인되지 않는 '조세회피'라고 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판단도 결국은 법원의 몫인데, 그 기준은 친숙한 실질과세 원칙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이처럼 법인을 끼워 넣은 법 형식이 '실질에 부합하는지' 여부입니다. 사례들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부정행위'에 관한 판단보다 더 용이하다고 말하기 힘들고 결국에는 마찬가지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성격의 논점입니다.
4. 탈세, 그리고 대비되는 개념으로 절세나 조세회피를 둘러싼 이론적인 논의의 내용은 대략 이 정도입니다. '탈세'라는 표현은 사람들의 관심을 확 끌어들이기는 합니다만, 그 의미가 애초에 불분명하거나 잘 가려서 써야 하는 말입니다. 특히 '조세포탈'과 동의어로 여겨져서 읽는 사람에게 '범죄'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더구나 그렇습니다. 게다가 조세포탈이든 조세회피든, 사람들이 흔히 예상하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그 법적 판단기준이 대단히 불안정하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그리고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어느 나라에서나 특히 절세와 조세회피를 명쾌하게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이 상황을 바로 개선할 수 없다면 지금의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언론에서는 되도록 정확하고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자극적 제목 달기'는 현재의 언론 지형에서 불가피한 것 같기도 하지만, 바람직한 언론상이 아님에 긴 말은 필요 없을 듯합니다. 독자들도 좋은 방향으로 언론의 행태를 유도할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겠지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런 경각심이 없다면 오늘 다룬 것과 같은 문제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쉽사리 없어지지 않을 터입니다.
윤지현 교수(서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