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루이비통 판결이 남긴 것

양중진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솔)·전 수원지검 1차장검사 2026. 3.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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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에 들어가 처음 읽은 법률 관련 책은 다른 학생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이런 경험은 제가 법률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었고, 나중에 관련 책을 쓰게 된 먼 계기도 되었습니다.

명품 제조사인 루이비통이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상공인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금지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습니다.

법률을 알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해석하는 문제도 시민의 시각, 평균인의 시각에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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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에 들어가 처음 읽은 법률 관련 책은 다른 학생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통상은 민법 총칙으로 법학 공부를 시작하였지요. 그런데 저는 어쩌다 보니 형법 총론으로 법학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형법 총론 교과서를 읽었는데, 결과는 한 마디로 절망적이었습니다. 분명히 우리나라 말로 되어 있는데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려움을 넘어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지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篇義自見)'이라고 했던가요.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던 책도 읽고 또 읽으니 그래도 어렴풋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제가 법률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었고, 나중에 관련 책을 쓰게 된 먼 계기도 되었습니다. 

'법률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말인 것 같습니다. 법률은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것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만 정해 놓은 것이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가끔 강연을 할 때 써먹는 말이기도 하지요. 법률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도덕적인 기준에서 스스로 판단하면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명품 제조사인 루이비통이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상공인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금지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습니다. 더 이상 AS가 어려운 오래된 명품 가방 등을 이용해 지갑이나 키링 등을 만들어주는 리폼 서비스가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냐가 쟁점이었지요. 1심과 2심에서는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정품이 아닌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행위라는 취지였지요. 하지만 대법원에 이르러 결론이 뒤집혔습니다.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위한 행위이므로 유통이 전제되지 않아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판결을 보면서 법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사실이지요. 그런 노력들을 침해하는 면이 일부 있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때문에 1심과 2심에서 '단순히 수선이 아니라 동일성이 사라진 새로운 제품을 만든 것'이므로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판시하였던 것이지요. 법 논리적으로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판결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상식에 어긋났다고 보이기 때문이지요. 리폼업자는 루이비통 지갑이나 키링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고객이 제공한 재료를 가지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준 것에 불과합니다. 오래된 청바지를 잘라 반바지로 만들어주는 것도 상표법에 위반되는 것이냐는 반론이 가능한 이유이지요. 루이비통은 가격이 비싼 명품이어서 리폼해서는 안 되는 걸까요. 그래서 고가의 제품이 아닌 일반적인 제품을 이용한 리폼과는 차원이 다를까요. 

오래 전에는 법률이 귀족의 전유물이었다고 합니다. 평민이나 일반시민들에게는 아예 알리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귀족들만 알아야 법률을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법률을 알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해석하는 문제도 시민의 시각, 평균인의 시각에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합니다. 법조인이 '법기술자'가 되지 않으려면 그 기본은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법적인 논리를 개발하기에 앞서 일반인의 시각에서 들여다 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이지요.

양중진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솔)·전 수원지검 1차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