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심리학 과잉’ 시대, 관계를 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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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스라이팅'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같은 심리학 용어가 일상에서 널리 쓰인다.
하지만 "내 애인은 소시오패스 같아요" "이거 가스라이팅 아닌가요?"라는 식의 외침은 관계의 책임을 상대에게만 전가하고, 정작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차단한다는 것.
이 책은 '가스라이팅'부터 '경계선 성격장애'까지 자주 오용되는 심리학 용어의 본래 의미를 짚어주며, 진짜 학대와 단순한 갈등을 구별하는 법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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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의 확대가 맞물리면서 상담실을 찾는 이들이 파트너를 성급하게 진단하고 낙인찍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하지만 “내 애인은 소시오패스 같아요” “이거 가스라이팅 아닌가요?”라는 식의 외침은 관계의 책임을 상대에게만 전가하고, 정작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차단한다는 것. 진짜 소시오패스는 인구의 소수에 불과한데도, 사소한 의견 차이나 서툰 표현마저 심각한 인격 장애로 규정하며 대화의 문을 닫아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의 오남용은 진짜 학대 피해자들에게도 해롭다. 평범한 갈등까지 ‘가스라이팅’으로 치부하면, 정작 생존의 위협을 받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가 실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무분별한 명명이 수치심을 유발해 적절한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이 책은 ‘가스라이팅’부터 ‘경계선 성격장애’까지 자주 오용되는 심리학 용어의 본래 의미를 짚어주며, 진짜 학대와 단순한 갈등을 구별하는 법을 안내한다.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상대가 악의를 가진 ‘괴물’이 아니라 단지 ‘불완전한 인간’일 뿐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다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 역시 불완전하다는 성찰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상대를 인내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되, 그 관계가 자신에게 해가 된다면 단호히 떠나라고 조언한다. 관계에서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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