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은 국힘… 빨강 대신 하얀 점퍼 입었다

법원은 20일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내려진 ‘탈당 권고’의 징계 효력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친한계(한동훈계) 배현진 의원에 이어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처분에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무리하게 징계를 추진했다고 비판받던 ‘장동혁 지도부’로서는 또 악재가 터진 셈이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면서 장동혁 대표를 향해 ‘혁신 선대위 구성’을 재차 압박했지만, 가시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구시장 공천 등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6·3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국민의힘이 극심한 혼란을 겪으면서 당의 색깔인 빨간색 대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니는 예비 후보자가 늘고 있다. 그간 각종 선거에서 흰색 유니폼은 무소속 후보들이 주로 사용해왔다.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오세훈 시장 측에서는 혁신 선대위가 무산되면 장 대표의 지원 유세 없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한다.
국민의힘 제주도의원 후보에 출마한 강경문·강재섭·김지은 예비후보는 현재 흰색 점퍼를 입고 활동 중이다. 기호 2번과 후보자 이름을 크게 표시하고 빨간색인 당 로고와 당명은 작게 새겼다. 김지은 예비후보는 통화에서 “당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봐달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제주 지역에서) 정치 지형이 상당히 많이 기울었다. 이번에 더 기울게 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오히려 당을 살리기 위해 흰 점퍼를 선택했다”이라고 했다.
역시 흰색 점퍼를 입은 송경택 경기도의원 예비후보, 김건우 성남시의원 예비후보는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등판 아래에 작은 글씨로만 새겼다. 송 예비후보는 “빨간 점퍼를 입고 다가갔을 때 욕을 하거나 명함을 받지 않던 사람이라도 흰색을 입으면 그나마 명함은 받기는 한다”며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도봉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은림 서울시의원은 흰색 조끼에 이름과 기호만 적었다.
이런 현상은 심지어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대구시장 경선에서 사실상 컷오프(경선 배제) 대상으로 지목한 주호영(6선) 의원과 추경호(3선) 의원의 경우, 흰색 점퍼를 입고 시민들과 만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컷오프가 되면 무소속 출마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두 의원실 모두 “과한 해석”이라고 했지만, ‘이정현 위원장의 특정 후보 내정설’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됐다. 주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 경선이 무너지면 저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내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최은석(초선)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빨간 점퍼를 입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공관위원장께서 지역 정서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공정한 경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적었다.
서울시장 예비 후보에 등록한 오세훈 서울시장 측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 시장은 이달 초 한 유튜브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연설에 대해 “지금 스탠스 같으면 솔직히 말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조은희 의원은 지난 18일 라디오에서 “장동혁 대표가 혁신 의지를 포기하고 바뀌지 않는다면 서울은 선거를 따로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 징계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인용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당론에 어긋나는 언행’ 등의 이유로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고를 내렸다. ‘탈당 권고’는 사실상 제명에 해당한다.
김 전 최고위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판단은 지금의 장동혁 지도부가 반(反)헌법·반법률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전 대표도 동행했다.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을 비정상 정당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보수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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