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터졌는데도 힘 못쓰는 금값
현금 확보 위한 매물로 전락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자, 당장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은마저 팔고 있다. 여기에 주요 항공 영공 폐쇄로 금 실물 운송 마비까지 겹쳐 귀금속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2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9일 국제 금 현물은 온스당 4651.73달러로 마감했다. 10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는 하락세다. 금 선물도 4월 인도분 가격이 하루 만에 6%쯤 급락해 온스당 46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은 가격도 온스당 72.55달러로 동반 약세를 보였다. 전쟁 발발 직후 금값이 한때 5400달러 선을 돌파하고 은도 93달러대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크게 주저앉았다.
통상 전쟁 같은 위기 때는 금 수요가 커지면서 금값은 오른다. 하지만 이번엔 이 공식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증시가 크게 출렁이는 가운데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직면하자 금을 ‘현금인출기’처럼 사용하는 등의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다. 폴 서게이 킹스우드 그룹 투자관리 부문 대표는 “투자자들이 가장 빠르게 처분할 수 있는 자산부터 팔아 치우는 광범위한 매도세가 나타나는데, 이제는 안전 자산을 팔아 다른 손실을 메우거나 현금을 조달하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공격하면서 글로벌 금 물류 허브인 두바이 공항의 항공 운송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점도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통상 실물 공급이 막히면 가격이 오르는 게 상식이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 투자자들은 운송이 곤란한 실물 대신 현금화가 쉬운 금 선물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이른바 ‘종이 금’을 투매하면서 금값이 내려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기일에 실물 금을 건네주지 못하는 ‘배달 사고’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금 선물은 만기 때 실제 금을 주고받아야 하는 거래가 있는데, 항공 운송이 막혀 제때 배달이 안 되면 벌금을 물거나 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 존 리드 세계금협회 수석 시장 전략가는 “중동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실물 금 확보가 시장의 핵심 우려 사항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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