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미나리는 삼겹살, 노안미나리는 오리탕과 궁합
박상현의 ‘찰나의 맛’
![청도 한재미나리와 삼겹살. [사진 박상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1/joongangsunday/20260321000320943jdyw.jpg)
2021년 개봉한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아래 사진)’도 그 연장선에 있다. 1980년대 한국인의 이민사를 그린 영화 제목이 왜 하필 미나리였을까. 영어 제목도 그렇다. 한국인 배우가 출연하고 한국어 대사가 많지만 ‘미나리’는 분명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국 영화다. 미나리를 미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할만한데 굳이 ‘Minari’로 표기했다.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정이삭 감독은 영화 속 대사를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한국에서 가져간 미나리 씨앗을 깊은 계곡에 심은 할머니(윤여정역)는 미나리를 뜯으며 미국에서 태어난 손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나리는 이렇게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미나리는 김치에도 넣어 먹고, 찌개에도 넣어 먹고, 국에도 넣어 먹고, 미나리는 아플 때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생존 위해 먹던 나물서 건강식으로 변신
봄은 나물의 계절이다. 한국의 봄 식탁이 풍요로운 건 나물 덕분이다. 한국만큼 다양하게 나물을 즐기는 민족은 없다. 이렇게 다양한 유산을 남겨주신 선조들께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나물이 다채롭다는 건 풍요가 아닌 생존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언 땅을 뚫고 나온 생명을 뜯고, 뽑고, 꺾고, 캐다 보니 이렇게 다채로운 나물을 먹게 된 것이다. 봄나물이 요긴한 건 향과 식감뿐만 아니라 영양 때문이다. 겨우내 부족해진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기에 이만한 식물이 없었다. 생존을 위해 선택했던 나물이 이제는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대상이 되었으니 아이러니다.
미나리는 이 아이러니의 정점에 있다. 생존이 아니라 육류를 더 많이 섭취하고 죄책감 없이 먹기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선택되었다. 그런데 그 선택에도 영남과 호남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브랜드를 가진 대표적인 미나리가 경상북도 청도군의 ‘한재미나리’와 전라남도 나주시의 ‘노안미나리다’. 미나리 재배의 첫 번째 조건은 물이다. 재배 과정은 당연하고 수확한 미나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물이 소비된다. 차갑고 깨끗한 물로 씻어서 포장해야 미나리의 신선함이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다. 물이 맑은 것은 물론 수량도 풍부해야 한다. 청도군은 화악산 계곡 암반수를 사용하고, 나주시는 영산강 퇴적층을 통과한 지하수를 사용한다. 둘 다 향이 강하고 아삭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갖고 있다.
![나주 노안미나리와 광주 오리탕. 미나리는 여러 식재료와 궁합을 맞춰 먹는 재미가 있다. [사진 박상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1/joongangsunday/20260321000323530hagm.jpg)
미나리와 삼겹살의 조합도, 미나리와 오리탕의 조합도 기호와 상황에 따른 선택의 결과다. 그런데 그 결과의 배경을 살펴보면 꽤 흥미로운 차이가 발견된다. 한재미나리는 줄기 속이 꽉 차있는 반면, 노안미나리는 상대적으로 속이 비어있다. 그러니 한재미나리는 기름에 구워도 식감이 무너지지 않고, 노안미나리는 국물을 듬뿍 품을 수 있다. 올봄에는 이 차이를 확인하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권한다. 그러면 아마도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 참고로 한재미나리도 노안미나리도 지금이 가장 맛있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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