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폭발음 뒤 비명소리”⋯화마가 휩쓸고 간 대전 문평동

이용주 기자 2026. 3. 2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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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공장 내 170명... 인근 공장들도 공포
부상 55명·실종 14명... 현장 찾은 가족들 오열
▲ 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한 자동차 밸브 부품 제조공장./이용주기자

[충청타임즈] 20일 오후 6시30분 대전 대덕구 문평동 산업단지는 거대한 장막에 갇혀 있었다. 자동차 밸브 부품 제조공장에서 치솟은 새까만 연기는 하늘을 뒤덮었고, 사고 현장 진입 전부터 코를 찌르는 매케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현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전국 각지에서 집결한 소방차와 경찰차들로 마비됐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대원들의 뒷모습만 가득했다.

평온했던 금요일 점심시간인 오후 1시17분 이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공장 내에 있던 직원 170명에게 화마는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폭발음이 들리더니 곧바로 화재 경보가 울렸다"며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자 순식간에 온 몸이 굳어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 직원은 "연기 때문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창문 쪽 빛을 보고 무작정 뛰었다"며 "그때 상황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 20일 오후 7시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내부 수색을 벌이고 있다./이용주기자

불길이 거세지면서 인근 공장들도 공포에 떨어야 했다. 

바로 옆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는 박모씨(62)는 갑자기 들이닥친 검은 연기에 본인의 공장에 불이 난 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씨는 "눈 깜짝할 사이에 공장 전체가 암흑천지가 됐다"며 "지금까지도 연기가 빠지지 않아 공정은 올스톱됐고, 혹시라도 옆 건물 불길이 옮겨붙지는 않을까 퇴근도 못한 채 지켜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방당국이 마련한 현장 상황본부 인근은 적막과 통곡이 교차했다. 

대피한 직원들은 얇은 담요 한 장에 의지한 채 멍한 표정으로 타들어 간 공장을 응시했다. 현장 한쪽에서는 처절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들이 연락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 어머니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 오열했다. 
▲ 20일 오후 8시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화재 현장에서 실종 소식을 접한 가족이 관계 당국의 부축을 받고 있다./이용주기자

소방대원들이 쓰러진 가족들을 부축해 임시 대기소로 옮기는 내내 현장은 눈물바다였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9분 만인 오후 1시26분 대응 1단계를, 5분 뒤인 1시31분에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오후 1시53분에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내려졌다.

이번 화재로 현재까지 중상 24명, 경상 31명 등 총 5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14명의 직원이다. 이들의 휴대전화 마지막 위치값은 모두 공장 내부, 특히 2층 휴게실 인근으로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점심시간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휴식 중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소방 관계자는 "오후 7시12분에 초진했고 오후 9시 기준으로 큰 불길은 잡은 상황"이라며 "건물 붕괴 우려와 내부 열기로 인해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20일 오후 6시30분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연석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이용주기자

/이용주기자dldydwn042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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