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팔고 강북 산다"⋯트렌드 언제까지? [현장]

김민지 2026. 3. 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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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매물 1.8만건 적체 vs 강북 분양·입주권 거래는 급증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강남 아파트 매물이 늘고, 강남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강북 신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임대차 시장 변화와 개발 기대감까지 맞물리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부동산 시장 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이끌어온 강남권은 '오르면 강남부터 오른다'는 인식 속에 투자 수요가 집중돼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완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높아지면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다주택이나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것이란 정책적 변화 영향이다. 일부 단지의 경우 보유세가 전년 대비 최대 5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전용 84㎡)은 지난해 6월 72억원에서 지난 1월 60억8000만원으로 약 11억원 하락한 매물이 나와있다. 사진은 역삼역 인근 신축 아파트. [사진=김민지 기자]

강남지역 매물 적체는 통계로 드러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8일 기준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물 건수는 총 1만8352건으로, 전년 동기(1만5042건) 대비 22%가량 급증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전년 대비 25.1%로 7120건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송파구(6210건, 18.2%↑) △서초구(5022건, 21.4%↑)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잠실동 리센츠·엘스 등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만 각각 수백 건의 매물이 쌓이며 '매물 적체' 현상이 나타났다.

잠실역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일부 매수자들은 보유 부담을 고려해 강남보다는 개발 기대가 있는 지역의 신축이나 분양권을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급매 위주로 매물이 쌓이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강남권에 국한되지 않고 인접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강남 3구발 가격 조정 흐름은 성동·동작구 등 한강 벨트 주요 자치구로 번지고 있다"며 "기존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물을 내놓는 동시에, 한강 벨트 내 1주택자들 역시 강남 진입이라는 기존의 목표를 수정해 보유세 부담이 덜하면서도 실속 있는 신축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 전역에서 매물 적체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가들이 입지와 상징성만을 따지던 과거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세후 수익률과 보유 비용을 철저히 계산하는 실리형 선택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남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향하는 곳은 강북권 신축 아파트와 분양권·입주권 시장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195건으로, 직전 2개월(104건) 대비 87.5% 증가했다.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가 전매 제한 해제 이후 56건의 거래를 기록했고, △중랑구 '더샵 퍼스트월드'(30건) △강북구 '한화포레나 미아'(10건) 등 강북권 신축 단지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강북지역에선 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전용 59㎡ 분양권은 직전 거래보다 7000만원 오른 26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고,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전용 74㎡ 입주권 역시 13억5620만원에 거래됐다.

임대차 시장 변화는 매수 전환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6·27 대출 규제' 이후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제한되면서 신축 아파트 전세 공급이 줄고 월세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던 구조가 흔들리면서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외대앞역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6·27 대출 규제'로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신축 입주장의 공식이었던 '전세로 잔금 치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며 "강북 신축 단지의 월세 비중이 60~70%에 육박하는 것은 결국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선회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이후 입주를 시작한 서울 신규 아파트 단지들 중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의 월세 계약 비중은 69%에 달했고 △성동구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 역시 58%가 월세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 월세 비중(45.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수요 변화의 배경에는 월세 부담 증가가 있다.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50만원을 넘어서면서 일부 임차인들은 월세를 지속적으로 부담하기보다 향후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강북권 재개발 단지나 분양권 매수로 방향을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씨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50만원을 넘어서면서 임차인들 사이에서는 '비싼 월세를 내느니 차라리 미래 가치가 확실한 강북권 신축이나 분양권을 매수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강남권 세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강북 신축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금리와 공급 물량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북권 인근 개발 정책 기대감도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다시, 강북 전성시대 2.0' 프로젝트는 향후 4~10년간 총 16조원을 투입해 강북권 교통과 산업 인프라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부순환로·북부간선도로 지하화와 철도망 확충, 광운대역 일대 개발 등이 포함되면서 강북권이 자족 기능을 갖춘 경제 거점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인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가 제시한 16조원 규모의 재원 중 상당 부분이 민간 자본에 의존하고 있어, 경기 상황에 따라 사업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변수와 실제 집행 가능성도 관건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북권 개발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과 함께 구체적인 예산 확보 근거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다"며 "단순히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실제 착공 가능성과 교통망 확충 여부를 기준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며, 역세권 대단지 중심으로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보유세 부담에 따른 매도세와 개발 기대감에 따른 매수세가 맞물리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이 흐름이 강남 중심 구조를 흔드는 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이동에 그칠지는 향후 금리와 정책 집행 속도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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