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계급여 ‘직권 신청’ 0.1% 뿐…“공무원 면책 필요”

홍성희,전현우 2026. 3. 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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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개월된 아들 등 네 자녀를 홀로 키우던 젊은 가장이 자녀들과 함께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가정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지만,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 못했습니다.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홀로 생계를 꾸리고 아이 양육을 책임지다 보니 신청조차 쉽지 않았을 걸로 보입니다.

신청주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직권 신청 제도가 있지만, 실적은 저조합니다.

KBS 취재 결과, 생계급여의 경우 한 해 직권 신청 건수가 2백 건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유가 뭔지 살펴봤습니다.

■ 생계급여 '직권 신청' 198건…신규 수급 가구의 0.1%

지난 19일, 울산시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30대 아빠와 만 7살, 5살, 2살, 그리고 5개월 젖먹이였습니다.

이 젊은 가장은 지난해 12월 부인이 수감되면서, 홀로 아이를 돌봐야 할 처지가 된 걸로 전해집니다.

일용직 일조차 하기 어려워지면서 편의점에서 외상을 할 정도로 생활은 궁핍해졌습니다.

지역 행정복지센터는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 이 가정을 여러 차례 방문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숨진 가장은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기본적으로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사회적 낙인이나 절차상 부담으로 신청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생계에 바쁘거나 고령인 경우, 장애가 있거나 학력 수준이 낮아 서류 작성이 힘든 경우 등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기초생활보장법은 사회복지 공무원의 '직권 신청'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법
제21조(급여의 신청) ②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이 법에 따른 급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락되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하여 관할지역에 거주하는 수급권자에 대한 급여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다.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볼 때, 급여 신청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회보장급여 신청서' 등의 서류를 직접 작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권 신청 실적은 저조한 편입니다.

KBS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 2024년 공무원 직권 신청으로 지급된 생계급여는 198건, 의료급여는 256건, 주거급여는 67건, 교육 급여는 24건이었습니다.

생계급여의 경우 2024년 신규 수급 가구가 171,370가구인 걸 고려하면 직권 신청 비율은 0.1% 수준입니다.

지난해는 1월부터 6월까지 직권 신청으로 지급된 생계급여는 140건, 의료급여는 136건, 주거급여는 35건, 교육 급여는 23건이었습니다.


■ "기준 불명확, 부담감 커"...보완책은?

직권 신청이 저조한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우선 어떤 경우에 직권 신청을 해야 하는지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나중에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고 호소합니다.

제도의 한계도 있습니다. 직권 신청을 하더라도, 수급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려면 당사자의 소득과 재산 내역을 조회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현행법상 금융 정보 제공 동의서에 당사자의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한 사회복지 공무원은 "직권 신청을 해도 (동의서 없이는) 금융 조회를 못 한다" 며 "(동의받는 과정에서) '왜 조사를 하느냐'며 민원인하고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보니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향후에는 공무원이 위기 징후 포착 시에 금융 정보 제공에 대한 당사자 서면 동의가 없어도 기초생활 보장 급여를 직권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공무원은 적극 행정을 통해 면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은 "신청주의는 잔인한 제도"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신청주의는 당초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사회적 낙인과 절차 부담 때문에 신청을 못 하는 사람이 생겨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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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전현우 기자 (kbs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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