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3년 미만 특사경이 82%…공소시효 몰라 기소 놓치기도[공소청법 국회 통과]

박호현 기자 2026. 3.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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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공백 우려 목소리
특사경 업무 전담 인원 20% 그쳐
대다수는 일반 행정업무까지 병행
순환보직으로 법리 이해도도 낮아
대기업·화이트칼라 등 수사역량 ↓
“특사경 수사 보완해야” 지적 빗발

경남 거창·합천·함양군청 특별사법경찰관이 피의자 혐의를 특정해 입건할 수 있었음에도 검사 지휘 없이 자체 종결한 사건이 94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은 최근 이들 지역 특사경 업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총 294건의 부실 사례를 확인했다. 다른 기관에서 넘겨받고도 사건으로 정식 등록하지 않은 경우도 200건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국회는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 수사 지휘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소청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조계에서는 특사경 수사 현장에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사경은 34개 부처와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2만 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으며 환경·식품·병무·지식재산 등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단속과 수사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는 검찰의 지휘 아래 법리 판단과 사법적 통제를 받으며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과 특사경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집행, 피의자 체포·구속, 범죄 수익 동결 및 몰수 보전 등 주요 수사 절차에서 협력해왔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3월 임시국회 2차 본회의에서 검찰 개혁 법안인 공소청법(대안)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끝에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법안 통과로 검찰의 특사경 수사 지휘 조항이 삭제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사경 수사가 당분간 적지 않은 혼선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특사경 인력의 절대다수가 법률 전문가가 아닌 데다 현장 경험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특사경의 82%인 1만 6478명이 경력 3년 미만이다. 특히 중앙행정기관 소속 특사경 가운데 약 48%는 관련 업무 경력이 1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특사경 수사에 전문성이 갖춰졌다고 평가받는 기준이 사법경찰 업무 2년 이상 근속인데 지난해 특사경 전문화율은 전체의 35%에 그쳤다.

전담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특사경 업무만 전담하는 인원은 전국적으로 20.8%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80%는 특사경 업무와 일반 행정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앙행정기관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특사경의 경우 수사 전담 인력이 13% 수준에 그쳤다.

결국 상당수 특사경이 일반 공무원 신분으로 순환 보직에 따라 수사 업무를 맡았다가 몇 년 뒤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법리 이해나 수사 절차의 숙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일반 행정 업무까지 병행하다 보니 수사의 완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수사 지휘를 통해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해왔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24년 기준 특사경 송치 사건은 7만 2835건으로, 이 가운데 검사 수사 지휘가 이뤄진 사건은 4만 6083건에 달한다. 사실상 특사경 수사의 절반 이상이 검찰 손을 거친 것이다.

공소시효 관리 실패는 특사경 수사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4년 특사경의 전체 불기소 사건 가운데 16%(7876건)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로 평가된다.

실제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은 공소시효 임박 사건을 점검하던 중 147억 원 상당의 환치기 사범 A 씨 사건이 장기간 미처리 상태로 남아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세관 특사경은 2021년 A 씨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후 A 씨가 수차례 출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신원 정보가 잘못 기재된 점까지 찾아냈다. 이후 서울세관에 재차 수사 지휘를 내려 보완 수사를 진행했고,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지난해 12월 A 씨를 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의 한 검사는 “무보험 운행 사건처럼 특사경이 맡은 사건에서 공소시효를 넘기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며 “특사경도 순환보직 체계이다 보니 기본적인 공소시효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대재해 사건이나 금융 사건처럼 대기업 또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겨냥한 특사경 수사는 초동 단계부터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야 최종 재판에서 유죄 판단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사경 입장에서도 검찰은 단순한 수사 지휘 기관을 넘어 법률적 조언자 역할까지 해왔기 때문에 지휘권 삭제로 수사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위법 수집 증거 논란으로 재판이 뒤집힌 사례도 있다. 2019년 11월 환경부 특사경은 금속 분야 대기업이 의뢰한 대기 측정 분석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컨설팅 업체 임원 B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여기서 약 70건의 대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녹음에는 B 씨가 환경부 산하기관 직원 등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시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은 ‘환경시험검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전자정보’로 압수 대상 범위를 제한했다. 그럼에도 특사경은 이 녹음 파일을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1년 5개월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녹음 파일을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하고, 피고인이 법정에서 혐의를 자백했더라도 이를 유죄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원심의 유죄 취지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동 사건을 주로 다뤘던 한 검사는 “근로감독관 등 노동 분야 특사경은 산업재해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사 대상 상당수가 대기업”이라며 “수사 경험이 길지 않은 특사경이 검찰 지휘 없이 홀로 대기업 사건을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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