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한 줌의 재로 고국 돌아간 뚜안씨… “남겨진 과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던 어두운 공장에서 멈춰 선 것은 스물세 살 베트남 청년노동자 뚜안(23)씨(3월19일자 7면 보도)의 삶이었다. 한 줌의 재가 된 그는 이제 하노이행 비행기에 실려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노동현장에 남겨진 물음에 아직 답은 없다.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뒤에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20일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마련된 뚜안씨의 분향소에는 고인을 애도하려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한 한편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도 차원의 노력을 약속했다.
김동연 도지사는 “국적이 어디든 경기도 안에서 일하시는 분, 희생되신 분들 모두 경기도민”이라며 “사측과 유족 간 협의에 경기도가 나름대로 관여를 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법규를 위반한 것이 있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숨진 화성 아리셀 참사 유가족도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 소속 여국화씨는 “뚜안씨가 오늘 베트남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골을 맞이할 그의 부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듯 아프다”며 “아리셀 때 우리도 그 아픔을 겪어봤기에 같은 환경에서 일어난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연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전했다.
뚜안씨의 유해는 이날 오후 6시5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하노이행 VN415편으로 베트남에 송환돼 가족의 품으로 향한다. 현재 국내 상황 등을 설명하기 위해 송환길에는 장혜진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노무사와 주한 베트남 공동체 원옥금 대표가 동행했다.

유해가 고국으로 떠난 가운데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배·보상 협의 모두 이제 막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족 대리인 측은 배·보상 협의 과정에서 사측이 중대재해 전문팀을 보유한 A법무법인을 선임한 뒤 태도가 달라졌다고 본다. 임금 관련 핵심 자료는 제공하지 않은 채 수주가 걸리는 유족 위임장을 다시 요구하면서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경기운동본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등 도내 시민사회·노동계도 이날 오전 뚜안씨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송성영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경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이번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인재”라며 “이윤을 위해 안전을 외면한 구조가 만들어낸 명백한 사회적 타살인 만큼 은폐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업주·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안전장비·안전교육 없이 일해야 하는 현실이 매일 죽음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중앙산업은 대형 로펌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유가족 지원과 보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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