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하는 척만 하는 공고들…구직자 시간 빼앗는 '유령 채용' 논란

#이력서는 넣었는데…취준생 사이 ‘유령 공고’ 의혹
취업 준비생 A씨는 최근 한 달간 구직 플랫폼을 통해 40여 곳의 기업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20여 곳이 마감 기한이 지나도록 이력서를 열어보지 않았다. 공고가 미열람 상태로 마감되었음에도 해당 기업들은 같은 조건의 채용 공고를 다시 상단에 게시했다.

심지어는 지원 회사가 ‘유령 회사’인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13일 언론인 지망생 커뮤니티에 ‘스튜디오○’이라는 이름의 IT 전문 미디어가 기자를 모집한다는 채용 공고가 게시됐다. 그러나 기자가 공고에 기재된 회사 정보를 확인한 결과 관련 기업 정보는 찾기 어려웠다. 같은 이름의 영화 제작사만 확인됐으며, 지원용 이메일 도메인은 IT 미디어와 무관한 해외 기반 웹3 인프라 서비스 사이트로 연결됐다.
알바몬 커뮤니티에서도 ‘유령 공고’를 의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 회원은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고 회사에 도착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더라”며 “지원자만 시간 낭비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유령 채용 공고’는 구직자들의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게 할 뿐 아니라 개인정보 수집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채용 공고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채용 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상반기 채용절차법 지도·점검’ 결과, 629개 사업장을 조사해 총 341건의 불공정 채용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위반 사례로는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요구, 채용 서류 미반환·미파기, 불합격자 결과 미통보 등이 있었다.
채용 플랫폼 관계자는 “허위 공고 관련해서는 모니터링과 자동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별도로 파악된 데이터는 없다”고 밝혔다.
#유령 채용 공고 줄이려면…플랫폼 검증 책임 강화해야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실제 법 위반으로 판단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이다. 김재민 노무사(노무법인 필)는 “채용 여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영 판단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업이 애초부터 채용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취업포털 사업자의 구인 정보 점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직업안정법 개정을 검토하는 한편, 민·관 통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의심 구인 광고를 상시 점검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해당 사업에는 17억 4000만 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민 노무사는 “현행 법 체계에서는 채용 공고를 중개하는 플랫폼의 검증 책임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며 “사업자 등록 여부나 사업장 주소 등 기본 정보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하도록 의무를 강화한다면 허위 채용 공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은 인턴기자(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