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느 가족사가 드러낸 한국 여성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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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자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신간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는 한 개인의 고백을 넘어 한국 여성들의 집단적 기억을 정면으로 호출하는 기록이다.
이 원고는 한국 출간이 쉽지 않을 만큼 내밀한 탓에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출간된 뒤 뒤늦게 국내에 소개됐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빈자리를 남겨둔 채 춤을 췄고, 그 기묘한 장면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의 원형처럼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은 슬픔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사랑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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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지음
이야기장수 / 264쪽│1만7800원

영화감독이자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신간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는 한 개인의 고백을 넘어 한국 여성들의 집단적 기억을 정면으로 호출하는 기록이다. 이 원고는 한국 출간이 쉽지 않을 만큼 내밀한 탓에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출간된 뒤 뒤늦게 국내에 소개됐다.
출발점은 2021년 12월, 언니의 죽음이다. 저자는 가족과 사회 속에서 자신을 모두 소진한 언니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소진사’라 부른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빈자리를 남겨둔 채 춤을 췄고, 그 기묘한 장면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의 원형처럼 남는다.
이 책은 가난과 폭력, 남아선호와 침묵 속에서 이어져 온 여성들의 삶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엄마와 딸, 그 위 세대까지 이어지는 상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이를 고발하기보다 이해하려 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됐는지, 그 역사가 지금의 자신에게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끝까지 따라간다.
4년에 걸쳐 쓰인 문장은 고통스럽지만 이상하게도 읽는 이를 붙든다. 감정을 하나하나 이름 붙이며 끄집어내는 과정은 기록이자 치유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은 슬픔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사랑의 기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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