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경선 인구보건복지협회 신임 회장 “아이는 행복, 인구는 국력”

조준상 2026. 3. 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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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생의 희생이 아닌 풍요로서 ‘출산·육아’로 시민들 인식의 전환 중요
일-가정 양립의 토대를 바탕으로 가사노동 분담과 알뜰한 이용 활성화에 힘쓸 것

김경선 인구보건복지협회 신임 회장은 고용노동부에서 30여년 관료생활을 하며 첫 여성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고 여가부 차관으로 공직생활을 마쳤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신임 회장으로 최근 선출된 것은 그에게 의미가 각별하다. 고용노동부에 근무하며 그는 우리나라 일-가장 양립 제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공로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가정 양립이 출산·양육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출산과 모자보건 등과 관련한 교육·홍보·지원에 주력하는 협회를 이끄는 일은 그에게 2라운드인 셈이다. 취임 초기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김 회장을 3월20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협회 회장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내실 있는 정책 수립과 군더더기 없는 집행에 익숙한 관료생활의 경험이 묻어서인지, 김 회장은 기자에게서 아이디어 같은 것이 나오면 꼼꼼이 적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경선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출산·양육이 개인의 희생이 아닌 풍요·확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협회의 할 일을 많이 찾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운영방향은 잡으셨는지.

-협회와는 인연인 것 같다. 관료로 있으면서 자부심은 기존 남녀고용평등법을 남녀고용평등및일가정양립법으로 재편해 없었던 가족간호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배우자 육아휴직제 도입 등을 해낸 것이다. 일-가정 양립의 토대는 사회의 기본 인프라다. 여성이 일을 하면 출산율이 하락한다는 일부의 통념은 잘못이다. 경험적으로도 그렇고 논리적으로 그렇다. 여러 선진국의 경우 여성의 고용률과 출산율은 긍정적인 상관관계에 있다. 여성이 일을 하면 출산을 안 하는 쪽으로 자기정체성을 확립한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출산· 육아가 자기인생의 희생이라는 인식이 출산율 저하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저는 파악한다. 희생이 아닌 풍요·확장이라는 쪽으로 시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것에 협회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전국 13곳에 개설된 육아카페 등 협회 사이트들, 보건복지부와 함께 하는 양육 관련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활성화할 것이다. 인천지역 ‘100인의 아빠단’은 회원이 1천명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해 있다. 기관 인스타그램은 있는데, 기관장 인스타그램이 없어서 이걸 만들 생각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서 가사노동 분담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가사노동은 부모가 직접 할 수도 있지만, 플랫폼을 통해 구매해 사용하는 추세도 생기고 있다. 굳이 전일제 도우미를 쓰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 시간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가사도우미를 사용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스포츠센터나 헬스에 지출한 돈을 300만원 한도에서 추가소득공제를 해주고 있는데, 가사도우미를 사용하는 비용을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가사노동을 제공하는 플랫폼들에 세제 혜택을 주어 활성화하는 것고 고민해볼 수 있겠다. 협회장이 되면서 제가 생각한 구호가 “아이는 행복, 인구는 국력‘이다. 협회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와서보니 곳간이 좀 팍팍하다.(웃음)

▷말씀하신 플랫폼 가사도우미의 시간제 사용은 거동이 불편한 65살 이상의 노인이나 장애인들의 경우 ‘생활지원사’ 제도를 통해 이미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제도를 통해 1주일 2~3회 2~3시간씩 청소나 음식물쓰레기 배출, 설겆이, 정서적 교류 등의 서비스를 받는다.

-생활지원사는 공적으로 하는 플랫폼인 것 같은데, 메모를 해둬야 겠다. 민간에서 가사노동 플랫폼들을 활성화해 시간제로 가사도우미를 사용하게 하고, 이런 서비스를 하루게 몇개 한다면 도우미들의 생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닥을 친 출산율’로 확인하는 작업과 노력이 더 중요

▷합계출산율이 0.8명으로 반등했는데, 출산율이 바닥을 쳤다고 보는지.

-‘굿뉴스’(좋은 소식)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뉴트럴뉴스’(중립적 소식)로 받아들인다. ‘바닥을 쳤다’가 아니라 후속 작업과 노력을 통해 ‘바닥을 쳤다’고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출산율 반등은 지금의 30대와 40대 초반의 인구가 늘어난 효과인데, 이 세대가 지나가면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예측들도 있다. 출산과 양육의 기본 사회 인프라로 일-가정 양립 토대를 튼실히 세우고, 출산·육아를 자기 인생의 희생이 아니라 풍요·확장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고, 가사노동의 직접 분담뿐만 아니라 가사도우미 사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입체적으로 진행해 ‘바닥을 친 출산율’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해온 주요한 요인의 하나로 사교육비 부담이 분명히 있다. 결혼을 했어도 아예 애를 갖지 않거나, 갖는다고 해도 1명에 그치는 이유의 많은 부분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지속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인공지능의 파급 등으로 인구 감소가 꼭 나쁜 거냐는 의견도 상당하다.

-‘인구는 국력’이 맞다. 근데 인구가 늘어나는 것만이 국력이 느는 건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출산율 하락의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이걸 완만하게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인공지능의 도래는 어느 정도의 인구 감소를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일’(work)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것들이 ‘유급’(paid) 일로 등장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될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론 출산율이 1.5는 돼야 한다고 보는데, 이래도 인구는 준다. 선진국들의 경우 대체출산율(인구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출산율)은 2.1 정도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시대를 배경으로 인구의 완만한 감소 속에서 새로운 어떤 균형점이 나올 수 있다면, 지금의 대체출산율 개념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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