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전쌓여 기적…선수 고민 먼저 들을 것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6. 3. 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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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종 IOC 선수위원 인터뷰
문대성·유승민 이어 韓 세번째
동계 종목에선 처음으로 선출
선거 기간 매일 15시간씩 유세
가져간 신발 3켤레 모두 닳아
"아프리카 등서 선수 꿈 갖도록
동계스포츠 보편화에 힘쓸 것"
원윤종 IOC 선수위원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IOC 선수위원실에서 오륜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2010년까지 평범했던 대학생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되는 믿기 어려운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당시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작은 도전이 쌓여 기적이 완성됐네요."

원윤종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스포츠 외교관'으로 불리는 IOC 선수위원이 돼 금의환향했다. 문대성, 유승민의 뒤를 잇는 세 번째 한국인이자 동계 종목 첫 IOC 선수위원이 된 원윤종은 한국을 넘어 세계 스포츠가 발전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칠 준비를 하고 있다.

원윤종은 지난 1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동계올림픽에 선수로 세 번 출전했던 만큼 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떨림을 느꼈다"며 "1위로 당선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IOC 선수위원으로서의 계획을 세워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운동선수의 꿈을 가져본 적이 없는 원윤종이 국가대표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0년 8월이다. 체육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그는 학교 게시판에 붙은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 안내 포스터를 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 원윤종은 봅슬레이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자국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대형 사고를 쳤다. 봅슬레이 4인승에서 한국 봅슬레이 최초로 은메달을 따낸 것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원윤종은 스포츠 행정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원윤종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당시 IOC 선수위원이었던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보고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걷게 됐다"며 "올림픽과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는 IOC 선수위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끝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했는데 값진 결실을 맺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IOC에 입성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던 원윤종이 1176명의 올림피언에게 선택받는 데는 진정성이 핵심 역할을 했다. 선거에 나선 11명의 후보 중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린 6개의 클러스터를 모두 다닌 건 원윤종이 유일하다.

그는 "뽑아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선수들의 고민과 필요로 하는 것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먼저 진심을 보이면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일간의 선거운동이 끝나고 나니 준비해 간 신발 세 켤레가 모두 닳아 있었다. 선거에서 떨어져도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덧붙였다.

원윤종이 하루 15시간, 6개의 클러스터를 누빈 계획표에는 치밀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 가장 효과가 있었던 전략으로는 다양한 언어로 준비했던 인사말을 꼽았다. 원윤종은 "참가국이 90여 곳에 달해 모든 것을 준비하진 못했지만 현장에서 배우며 인사를 건넸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표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IOC 선수위원으로서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동계스포츠의 보편화'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환경적인 이유로 동계스포츠를 접하기 어렵다. 이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원윤종은 더 많은 국가에 동계스포츠 기반 시설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원윤종은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 동계스포츠 불모지로 불리는 국가들에서도 엘리트 선수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통해서는 엄마·아빠 선수들이 자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원윤종은 "엄마·아빠 선수들이 이전보다 편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메달을 땄을 때와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뒤 기분이 어떻게 다른지를 묻자 그는 "마냥 기뻐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원윤종은 "임기가 끝났을 때 원윤종을 뽑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8년간 열심히 뛰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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