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TDF 투자금도 서학개미 복귀혜택에서 뺀다

이상원 2026. 3. 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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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계좌서 팔고 타 계좌서 해외주식 산 건 차감
운영 초기 해외주식 비중 높은 TDF도 차감 대상
IRP, ISA, 퇴직연금계좌서 자동매수한 것 챙겨봐야

서학개미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의 양도소득세 혜택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정부가 RIA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매도'하는 대신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매수'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RIA계좌 이외에서의 해외주식과 해외주식형 투자상품 순매수액을 전액 차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차감 대상이 되는 RIA 이외의 계좌에는 일반 증권계좌뿐 아니라 개인연금계좌와 개인형 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퇴직연금(DC형)계좌 등 기존에 정부가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계좌가 모두 포함된다.

정부는 또한 RIA계좌가 만들어지기 이전인 올해 1월 1일 이후부터 매수한 금액을 모두 누적해서 차감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RIA계좌 도입법안의 후속 시행령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지난 18일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에는 특히 차감해야할 RIA 이외의 해외투자 대상으로 해외주식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해외 상장지수증권(ETN) 뿐만아니라 국내에 상장돼 있는 해외주식형 펀드와 ETF, ETN 등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RIA계좌를 고려하지 않고 그동안 일반 주식계좌와 연금계좌 등에서 해외주식형 투자상품을 거래해 온 경우, 상당 부분 혜택을 못받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미국 S&P500 지수에 직접투자하는 미국시장 ETF인 SPYVOO뿐만 아니라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국내에 상장돼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의 KODEX 미국S&P500이나 TIGER 미국S&P500도 차감 대상이다.

해외주식 2000만원어치를 RIA계좌에 옮겨서 팔았지만 다른 주식계좌에서 TIGER 미국S&P500을 1000만원어치 매수했으면 혜택 대상이 되는 해외주식 매도액은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국내에 상장됐더라도 해외주식 투자비중이 60%만 넘으면 전부 차감대상에 포함된다.

개인연금, IRP, ISA, DC형 퇴직연금 계좌에서 해외주식형 ETF를 꾸준히 사 모으고 있는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RIA계좌를 개설할 때 보유 계좌간 해외주식 투자금액을 꼼꼼히 따져보고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퇴직연금계좌까지 RIA계좌 혜택 계산에 반영되면서 RIA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퇴직연금계좌에서 운영하는 타겟데이트펀드(TDF)까지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시점을 지정해 상품을 정하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상품인데, 초기에 위험자산인 주식비중이 가장 높다. 상품의 은퇴연도(빈티지) 설정에 따라 다르지만 TDF 2050 빈티지의 경우 초기 주식비중이 80%에 이르고, 2040 빈티지 상품들도 초기 주식비중이 70%로 높다. 

대부분의 TDF가 주식비중에서 해외주식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TDF상품에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은 경우 RIA 세제혜택에서 차감해야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7일 재경부 세제실로부터 이같은 RIA계좌 개설 및 운영방법에 대한 설명자료를 받고,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증권사들에게 RIA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재경부와의 논의과정에서 퇴직연금계좌 등의 제외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은 노후대비를 위해 오랜기간 관성적으로 자동으로 매수해오던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RIA 혜택 차감대상에 포함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정부에도 입장을 전달했지만, 정부에서는 해외주식을 팔고 복귀한다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완강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TDF상품의 경우 개인투자자가 RIA계좌 복귀액에서 차감하는 대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2040 빈티지부터는 해외주식 투자비중이 60%를 넘길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구분해서 알려주지 않으면 매수여부를 선택하기 어렵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도 그렇지만 TDF의 경우 개인이 직접 해외주식비중을 따져서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연초부터 자동으로 매수해오던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테고, 운용사와 판매사인 증권사가 구분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1월 1일 이후 해외주식형 상품을 매수한 것까지 모두 누적해서 적용하는 부분에선 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금계좌 등에서 자동매수를 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본인도 모르게 올초부터 해외주식형 상품을 매수한 경우에는 일일이 찾아서 매도해야 RIA계좌의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계좌와 TDF 상품까지 RIA계좌 혜택의 고려대상이 되면서, 장기투자, 분산투자에 대한 역차별 비판도 제기된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도록 한다는 정책취지는 이해하겠지만, 투자자로 하여금 글로벌 분산투자를 어느 정도 제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역차별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정부 취지대로 매매하고, 국내에 몰아서 투자하다가 손실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RIA계좌 도입은 오는 4월중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관련 법안이 지난 17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19일 본회의 처리가 불발되면서 이달 3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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