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랍처럼 변한 시신”…프로파일러가 기록한 ‘범죄의 얼굴’ [동아닷컴 신간]

김수연 기자 2026. 3. 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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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신간/ 교보문고 갈무리
◇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나경희 지음/ 252쪽·1만6800원·에스판다스
교보문고 갈무리

한국 프로파일러의 탄생부터 사건의 실마리를 좇는 방식까지, 이 책은 그들의 20년을 한 권에 응축해 담아냈다. 흔히 프로파일러라고 하면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읽는 직업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책은 그보다 훨씬 넓고 복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특채 1기 프로파일러 여러 명이 채용 당시의 분위기부터 수사 현장에서 부딪힌 혼란, 시행착오, 축적의 시간까지 20년의 기억을 공동 구술하듯 풀어내며 한국형 범죄 프로파일링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그린다. 사건 담당 기자가 책의 저자로 경찰, 프로파일러, 교수 등 4인의 자문이 더해져 현장감과 신뢰도도 높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사건 현장을 다루는 시선이다. 한 달 넘게 방치된 집, 밀랍처럼 변한 젊은 여성의 시신, 굶주림 끝에 주인의 사체를 뜯어먹고 버틴 고양이의 모습 같은 대목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범죄와 죽음이 남기는 비극의 실체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2017년 한국형 범죄분류 매뉴얼이 처음 만들어지기까지 축적된 면담과 사례 분석의 과정도 흥미롭다.

이상동기 범죄가 다양해지는 지금, 이 책은 범죄자의 동기와 프로파일러의 추적, 그리고 한국 사회가 축적해 온 수사의 진화를 들여다 볼 수 있다.

◇ 디코딩 유어 캣/ 미국수의행동학회 지음/ 406쪽·2만6000원·페티앙북스
교보문고 갈무리

고양이는 도도하다. 나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 무심한 눈빛, 아무리 불러도 안 오더니 자기 필요할 때는 찾아오는 고고함, “손!”은 커녕 쓰다듬기도 어려운 예민함. 가끔은 “나한테 심술났나” 싶을 정도로 매정한 그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수의행동학회(ACVB) 전문의들이 집필한 이 책은 고양이 행동에 숨겨진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핵심은 고양이도 ‘교육 가능한 생명체’라는 것이다. 오히려 철저히 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 고양이가 보내는 ‘신호’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원인 파악-환경 재설정-인도적 학습-행동 수정’의 문제 해결 공식은 행동의학 전문 기관 집필진이 오랜 시간 쌓아온 연구 결과다.

고양이는 도시 속에서도 야생 본능을 잃지 않는 동물이다. 때문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고양이의 본능을 받아들이고 문제 행동을 ‘언어’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고양이의 그루밍을 보면 머리와 목을 짧은 시간 동안만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그 외 부위는 불편하다는 신호다. 이것을 이해하고 다가가야 보호자와 고양이 간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

‘살아 있는 부처’로 불리는 틱낫한 스님은 “이해는 사랑의 본질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끔은 고양이가 무심한 눈빛과 예민한 몸짓이 짓궂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것도 “날 이해해줘”라는 간절함이지 않을까.

◇ 안철우의 호르몬 사용 설명서 365 일력/ 안철우 지음/ 384쪽·2만5800원·김영사

교보문고 갈무리

호르몬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몸을 움직이는 가장 정교한 ‘지휘자’다. 365일 일력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매일의 습관을 다룬다. 하루에 한 장씩 넘기며 실천할 수 있는 관리법이 담겼다.

멜라토닌, 코르티솔, 도파민,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처럼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호르몬의 흐름이 달라지고, 그 흐름이 결국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꾼다는 점을 짚는다.

이 책의 매력은 거창한 처방 대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습관’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3월의 주제는 ‘세라토닌’이다. 행복을 관장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라토닌을 위해 저자는 간단한 호흡법 하나를 권한다.
4초간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7초간 멈춘 뒤, 8초간 천천히 내쉬는 ‘478 호흡법’이다. 마음의 파도가 잔잔해진다는 설명이다.

추상적으로 다가와 다루기 어려운 영역 호르몬. 손에 잡히는 습관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하루 한 장, 부담 없이 넘기다 보면 어느새 몸의 리듬을 스스로 조율하게 된다.

◇ 인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매슈 엥글키 지음/ 김재완, 박영서 옮김/ 428쪽·2만6000원·오월의봄

교보문고 갈무리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런던정경대 등 세계 주요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되는 인류학 입문서가 출간됐다. 전쟁과 갈등, 그리고 AI로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이 책은 오히려 인문학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한다.

책이 전하는 핵심은 ‘인류학적 감수성’과 ‘문화상대주의’다. 이는 타인의 삶을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놓인 역사와 문화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 책은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는 오늘날, 하나의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시선을 내려놓고 다양한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볼 필요성을 짚는다. 익숙하다고 믿어온 생각과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독자의 시야를 넓히는 방향으로 이끈다. 사고의 틀이 흔들리고, 그 틈에서 새로운 질문이 생겨난다.

저자 매슈 엥글키는 종교와 세속주의, 물질문화를 연구해온 인류학자다. 시카고대와 버지니아대에서 학위를 받은 뒤 런던정경대에서 16년간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컬럼비아대 종교학과에서 연구와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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