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협의 후 결정’…깜깜한 채용 공고 사라지나?

박태우 기자 2026. 3. 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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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형태: 정규직, 급여: 협의 후 결정."

임금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보인데도 채용 공고에서 해당 정보는 대부분 '깜깜이'다.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토론회에서 한다스리 경사노위 근로자위원은 "수많은 채용 공고에서 임금에 대한 부분을 지원자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이런 정보 비공개가 청년의 저임금 고착화란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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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1기 출범을 맞이해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함께하는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무형태: 정규직, 급여: 협의 후 결정.”

한 채용 정보 누리집에 올라 있는 채용 공고 가운데 일부다. ‘면접 후 결정’ ‘협의 후 결정’ ‘회사 내규에 따름’ 등도 자주 접하는 급여 조건 문구다. 임금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보인데도 채용 공고에서 해당 정보는 대부분 ‘깜깜이’다.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관련 입법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채용공고에 임금 명시를 의무화하는 것과 관련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의 입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토론회에서 한다스리 경사노위 근로자위원은 “수많은 채용 공고에서 임금에 대한 부분을 지원자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이런 정보 비공개가 청년의 저임금 고착화란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채용 공고 시 임금 명시 의무화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 발언을 듣고, “아주 일리 있는 말”이라고 호응했다.

채용공고에 임금 정보를 의무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많이 발의된 상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2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직업안정법 개정안에는 구인자(회사)가 직업안정기관(고용노동청)이나 직업소개사업자·직업정보제공사업자(구인 구직 포털 등)에 채용공고를 낼 때, 임금·근로시간 등을 명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6일 손솔 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개정안에는 구인자가 채용공고를 할 때, 임금정보와 임금이 적용되는 취업규칙·단체협약 등의 정보를 명시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외에는 이미 비슷한 법률이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구직자는 구인자에게 객관적이고 젠더 중립적인 기준에 근거해 채용 대상 직위의 초기 임금이나 그 범위, 구인자가 적용받을 단체협약의 내용을 제공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이러한 정보는 채용 면접 전 공고를 통해 게시돼야 한다. 이 내용이 담긴 ‘남녀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 적용을 위한 입법지침’은 2023년 통과돼, 오는 6월7일까지 유럽연합 내 각국이 자국 법률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일본은 직업안정법에서 구인자의 구인 신청 때 노동자가 종사할 업무의 내용, 근로시간과 함께 임금을 노동조건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한국은 채용공고 임금 명시 의무를 직업안정법과 채용절차법 가운데 어느 법에 넣어야 할지, 명시해야 할 임금 기준은 어떻게 설정할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해야 하는 임금이 통상임금에만 해당하는지, 변동성이 있는 각종 수당이나 성과급까지 포함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임금의 구체적 액수가 아닌 범위를 명시하는 방법도 제안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이 이용우 의원안에 대해 제출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임금은 업무상 필요나 구직자의 능력·경력 등에 따라 협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확한 임금이 아니라 임금의 범위를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임금 정보를 명시하지 않은 회사를 어떻게 제재할지 역시 관건이다. 유럽연합 입법지침은 회원국이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을 둬야 한다고 정했고, 일본 직업안정법엔 임금 명시 의무는 있지만 제재조항은 없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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