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인프라 난타전은 멈췄다…일단 '숨 고르기'

이유 에디터 2026. 3. 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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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스라엘 추가 공격 없을 것" 제동

아랍·이슬람 국가들 규탄에 이란도 속도 조절

네타냐후 "전쟁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이스라엘의 하이파 정유시설 보복 타격

이란 "다시 타격받는다면 무관용 대응“

긴장 완화 후에도 '호르무즈 통제' 다짐

IRGC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 격추"

걸프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파괴라는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닫던 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를 볼모로 한 전면적 경제전쟁으로 확전하기 직전 극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스라엘이 '금지선'을 넘어 18일 이란의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이와 연결된 남서부 해안 아살루예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를 폭격했고, 이에 이란은 걸프 전역의 석유·가스 인프라 완전 파괴 불사를 경고한 뒤 실제로 카타르의 라스라판 핵심 가스 시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합산 가스 시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 2곳과 함께 이스라엘 북부의 하이파 정유시설을 타격함으로써 전면적 경제전쟁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4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방공망에 의해 요격된 드론 파편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와 연기가 석유 산업 단지 위로 피어오르고 있다.  2026. 03. 04 푸자이라 미디어 사무소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석유·가스 인프라 난타전 후 '숨 고르기'
트럼프 "이스라엘 추가 공격 없을 것" 제동

특히 글로벌 LNG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카타르의 라스라판 LNG 처리시설은 "상당한 피해"를 봤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에너지 CEO겸 에너지부 장관에 따르면, 이 회사의 LNG 수출 능력의 17%가 손실됐고, 연간 1280만 톤씩 앞으로 3~5년간 LNG 생산 중단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알카비 장관은 한국,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와 체결했던 LNG 장기공급계약에 대한 "불가항력"을 선언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이날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이 종가 산출 이후 배럴당 111달러대까지 오르는 등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자 유가 급등에 부담을 느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단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카타르를 또다시 공격하지 않는다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 대한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물론 다시 카타르를 공격하면 "가스전 전체를 대대적으로 날려버릴 것이다"라고 말을 잊지 않았다.

19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도 기자의 질문에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 가스전에 추가적 공격을 하지 말라고 얘기했고, 네타냐후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도 같은 날 회견에서 이 발언을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미국을 방문한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함께 서서 발언하고 있다. 2026. 03. 19 [UPI=연합뉴스] 

트럼프 "어디에도 병력을 보내지 않아"
네타냐후 "전쟁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또한 이란에 미군 지상군의 투입이나 병력 증파 의향을 묻자 "아니다. 어디에도 병력을 보내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에너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뭐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석유 수출 허브인 하르그 섬에 대해선 "우리는 원하면 언제든 그 섬을 제거할 수 있다...우리는 파이프를 제외한 모든 것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도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이제 더 이상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으며, 탄도 미사일을 제조할 능력도 잃었다"며 "이란 전쟁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미사일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을 파괴 중이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산업 기반을 쓸어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스라엘 공군은 지난 18일간 이란 전역에 1만2000 발의 폭탄을 투하해 방공망의 85%, 탄도미사일 발사대의 60%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황이 아주 일방적이지는 않다. 미군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 한 대가 이란 과 전투를 벌이던 중 피격돼 비상 착륙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자신들이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IRGC는 성명을 통해 "오늘 새벽 2시50분께 IRGC 항공우주군의 신형 첨단 방공 시스템이 미 공군 소속 F-35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란의 방공망이 붕괴했다고 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교장관이 19일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 및 이슬람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3. 19 [AFP=연합뉴스]

아랍·이슬람 국가 규탄에 이란 속도 조절
사우디 "확전에 확전으로" 군사 대응 경고

이란도 역시 속도 조절에 들어간 분위기다. 개전 이후 미국·이스라엘의 가공할 폭격 작전으로 군사 시설과 전력, 산업 인프라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최고지도부가 지속해서 제거되는 데다, 걸프 국가 내 미군 자산과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에 그동안 인내해왔던 이슬람인 걸프 국가들마저 공개적으로 이란을 규탄하고 군사 대응 가능성마저 경고하고 나서는 등 '고립무원'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랍·이슬람 12개국 외무장관들은 1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걸프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규탄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주거지역과 석유 시설, 공항, 담수화 설비 등 민간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은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군사적 조처를 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사우디나 걸프 국가들 누구도 협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확전에는 확전으로 맞서겠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19일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아 손상된 정유시설로부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 03. 19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하이파 정유시설 보복 타격
이란 "다시 타격받는다면 무관용 대응"

그러나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이날 도하에서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 겸 외무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주된 가해자"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란을 향해 "어떻게 정당화하더라도 역내 국가를 향한 이란의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고 지역의 안정성 기반을 해친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또한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선제공격'에 비판적 스탠스를 취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호위를 위해 군함을 파견하라는 트럼프의 요구에 '냉담'했던 유럽 5개국과 일본, 캐나다가 트럼프의 압박에 밀려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구체적 파병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규탄하며 안전한 항로 확보를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한 것도 이란엔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이런 점을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인정했다. 아라그치는 19일 X를 통해 이스라엘의 하이파 정유시설 타격과 관련해 "우리 인프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우리 전력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한 것이다"라면서 "자제했던 유일한 이유는 긴장 완화 요청에 대한 존중이었다"라고 썼다. 그리곤 "우리 인프라가 다시 타격받는다면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라고 주장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가운데)이 13일 금요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전통적인 '쿠드스의 날(Quds Day)'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2026. 03. 13 [IRNA=UPI=연합뉴스]

이란 "자제한 이유는 긴장 완화 요청 존중"
긴장 완화 이후에도 '호르무즈 통제' 다짐

또한 이날 이란은 외무부 서면 브리핑을 통해서도 '긴장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서 이란은 "긴장이 완화되고 더 안정적인 환경으로 전환되더라도 최근 전개 상황을 고려하면 호르무즈 해협의 운영이 과거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예전처럼 "단순한 상업적 통로"만이 아닌, 이란과 중동의 안보 보장을 위해 페르시아만 연안국의 더욱 강력한 감독,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라그치는 전날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란 옆에 있는 해로를 적이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국제사회가 에너지의 중단없는 흐름을 보장하고 세계 시장의 추가적 불안정을 막으려면 긴장 완화와 근본적 분쟁 역학의 해결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촉구했다.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