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 김어준에게 되돌아온 부메랑…“쫄지 마! 씨X” [하헌기의 콘텍스트]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 2026. 3. 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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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김어준’이 선사했던 ‘카타르시스’…보수 우위 구조 속 해방구 역할
‘공적 책임’ 없이 ‘민주당 정치’에 개입한다는 불편함…김어준이 두려운 與

(시사저널=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씨X." 김어준씨의 저서 《닥치고 정치》 뒷표지에 적혀 있는 슬로건이다. 일종의 테제였다. 과거 김어준씨가 만들었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그 팟캐스트는 민주진영에선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마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기타 등으로 이루어진 코스피처럼, 당시 팟캐스트 시장은 《나는 꼼수다》+기타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다운로드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3월18일 김어준씨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의 검찰 개혁안 논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캡쳐

맥락이 있다. 그 무렵의 민주진영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했다. 분노와 우울감이 진영 전체를 덮고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고, 선거에선 계속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패배했으며, 다시 집권을 기대할 만한 구심점도 보이지 않았다. 언로도 막혔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해 보수 종편이 탄생했다. 이명박(MB) 정권은 방송도 장악했다. 당시엔 의혹이었으나 훗날 사실로 드러났다. 민주진영은 MB 정권에 의해 전방위적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송출된 것이다. 나꼼수가. 정규 방송에선 접하기 힘든 욕설과 함께 MB 정권을 가열차게 깠다.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미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기대를 거둔 민주진영 지지자들 입장에선 그 뉴미디어는 일종의 해방구이자 도피처였다. 실컷 MB를 비판하고, 방송을 끝낼 때는 늘 김어준씨가 시그니처 인사를 하며 마무리했다. 그것이 "쫄지 마! 씨X. 끝"이었다. 정권이 당신들을 탄압해도 겁먹지 말고 '싸우자, 떠들자, 뭉치자'는 함의가 있었으리라. 실제로 나꼼수는 민주당 지지층 결집의 플랫폼으로 작동한 측면이 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승리를 견인하고 '정치인 문재인'을 태동시켰다.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시위에 나가면 경찰에게 두들겨 맞거나 물대포에 쓰러졌고, 사회 전체가 보수로 기울어져 있다는 절망감과 우울감에 잠식되어 있던 민주당 지지층에 '쫄지 마! 씨X'는 패기로운 일갈이 아닐 수 없었다. 언더독의 기합 같은 것이었다. 

김어준 방송, 與 지지층 결집의 플랫폼 역할

그로부터 15년쯤 지났다. 김씨는 새로운 뉴미디어인 유튜브에서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그 유튜브는 매일매일 대한민국 라이브 시청자 순위 1위를 기록한다. 평균 20만 명 이상이 실시간 시청을 한다. 그 방송의 이름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보수의 가장 눈엣가시였던 TBS 뉴스공장을 없애버리자 김씨가 유튜브로 옮겨가 그 채널을 만들었다. 그런 권력 앞에 언더독은 겸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라 비굴함이다. 

그런데 지금 김씨의 영향력은 15년 전은 물론이고 7년 전이나 3년 전과도 다르다. 그는 이제 언더독이 아니다. 민주당이나 민주진영도 그렇다. 정치권력, 뉴미디어 권력, 심지어 레거시 미디어 장악력에서도 그렇다. 사실, 이제는 민주진영이 대한민국의 '주류'이자 '기득권'이다. 그 '주류'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인물 중 하나가 김씨다. "우린 돈이 없다. 작가 쓸 돈이 어디 있나"라고 말하던 골방의 팟캐스트 나꼼수 시절이 아니다.

언더독일 때는 '쫄지 마! 씨X'가 패기일 수 있다. '겸손은 힘들다'는 배짱이 용기일 수 있다. 그런데 강자가 그런 태도를 가지면 어떨까? 그것은 자칫 폭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무도한 권력을 향해 치받는 영향력과, 권력을 가진 자가 행사하는 영향력은 그 성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그 힘을 가진 자의 '의도'의 문제가 아니다. '의도'와 무관하게 양태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적잖은 사람이 그에게 문제의식을 느끼는 건 단순히 그가 때때로 '음모론'을 생산한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매체로서 '보도'나 '논평'을 하는 것을 넘어 민주당 정치에 '개입'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은 김씨의 매체를 막혔던 언로를 뚫는 대안 언론으로 보지 않는다. 강하고 공고한 레거시 미디어의 카운터로 보지도 않는다. 그의 영향력은 적어도 집권여당에 미치는 정도에서는, 웬만한 레거시 미디어를 전부 합한 것보다 더 크다. 아무리 유력한 일간지나 방송국이라도 원내 제1당의 국회의원을 다수 만드는 건 어렵다. 그러나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는 정치인은 민주당 경선에서 굉장히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그 방송이 민주당 지지층과 당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여당의 당대표가 김씨가 만든 인터넷 신문이자 커뮤니티인 딴지일보를 보고 "민심을 가늠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그 매체가 그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딱히 공적 책임을 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집권여당에 미치는 영향력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웬만한 방송국과 비등하거나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의 매체에는 방송국들을 묶는 규제의 '반의 반'도 적용되지 않는다. 방송국 사장들과 달리, 그는 임기도 없다. 그 직책의 활동 범위를 규정한 규칙도 없다. 뉴미디어에 대한 법과 제도가 아직 여러 영역에서 공백 상태에 있기 때문이기도 할 터다.

강자의 잘못에 침묵하는 건 비겁함과 같아

최근 그의 매체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흔들고 사회를 뒤흔든 음모론이 흘러나왔다. 만약 동일한 음모론이 레거시 보수언론에서 흘러나왔다면 정부·여당은 그 매체를 고발하거나 반드시 사과와 정정 보도를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당은 그 매체엔 매우 미온적이다. 혹자는 그가 민주진영에 해온 공이 있기에 그 공을 감안해 그렇다고도 한다. 그런데 '공'은 '과'를 범해도 되는 면허증이 아니다. 예컨대 박정희의 경제 정책은 유신독재를 정당화할 수 없다. 그가 민주진영에 해온 공 때문에 과에 대해 온건하게 군다면, 민주당이 추진해온 언론 개혁의 잣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민주진영에 공이 없는 매체에 대해서만 규제가 가해지는 것인가?

그러니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실제 이유가 아니다. 실제 이유는 따로 있다. 민주당은 김씨에게 쫀다. 그의 영향력을 두려워한다. 그의 팬덤 눈치를 본다. '괜히 비판했다 문자폭탄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나중에 경선에서 불리해지면 어쩌나, 그렇게 해서 재선이 어려워지면 어쩌나' 따위의 두려움을 품고 있다. 그 수많은 비겁함이 모여 정당 정치를 왜곡한다. 

그는 강자다. 강자의 잘못에 침묵하는 건 비겁함에 다름 아니다. 그가 겸손하기 힘들어 무책임해지는 까닭이다. 과거 레거시 미디어들이 보여준바, 무책임한 영향력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으면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어진다. 부디 그런 강자에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쫄지 마! 씨X! 끝.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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