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데이비드 길모어, 펜더 '블랙 스트랫'의 가치

조성진 기자 2026. 3. 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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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어세이의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218억에 낙찰,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타로
스트라디바리우스 금액과 별 차이없어
핑크 플로이드의 여러 명반서 들을 수 있는
바로 그 감동적 사운드의 일렉기타
무려 49년 가까이 사용하며
숱한 개조 통해 끊임없이 완벽한 톤 추구
‘Shine On You Crazy Diamond’에서
‘Atom Heart Mother’, ‘Echoes’
‘Time’, ‘Money’, ‘Comfortably Numb’
록 역사상 길이 남을 멜로디와
인상적인 톤의 솔로 탄생에 기여
사진='크리스티'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KBS2에서 방영한 이 프로그램은 무려 3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인공 이동진(이동건 분)과 나연실(조윤희 분)의 러브라인을 더욱 유쾌한 흐름으로 만든 게 바로 '촉촉이'란 애칭이다. 촉촉함은 '물기가 있어 조금 젖은 듯하다'란 뜻인데,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데이빗 길모어(80)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그 촉촉함의 깊이가 가슴을 젖게 한다. 단순히 '젖었다'가 아니라 '품격이 느껴지는' 사색적 철학적인 촉촉함이랄까.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록펠러 플라자의 '크리스티 옥션'에서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구단주 겸 CEO였던 짐 어세이(jim Irsay)의 소장 악기와 기념품 컬렉션은 경매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 경매에서 기타 사상 최대 금액의 악기가 나왔다. 레전드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빗(데이비드) 길모어의 저 유명한 '블랙 스트랫' 기타가 무려 1455만 달러(218억)에 낙찰된 것이다.

짐 어세이의 이번 경매에선 커트 코베인이 'Smells Like Teen Spirit'에서 사용한 펜더 머스탱, 그레이트풀 데드의 제리 가르시아가 사용하던 '타이거(Tiger)', 존 레논이 비틀즈 초중반 때 사용하던 리켄베커와 그레치 기타, 그리고 에릭 클랩튼의 상징적인 '더 풀' 깁슨SG도 화제를 모았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블랙 스트랫, 즉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블랙)는 지난 2019년 경매에서 가장 비싼 일렉트릭 기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1,455만 달러란 금액은 현악기 품목에서 일렉트릭 기타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현악기 중에서도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소위 '바이올린의 끝판왕'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2년 경매에서 1741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 비외탕(1600만 달러)이 화제가 됐고 이후 2025년 3월 1715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배런 누프가 2300만 달러(316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데이빗 길모어의 펜더 기타인 '블랙 스트랫' 가격도 이미 이러한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 등의 초고가 반열로 들어선 것이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블랙 펜더 스트라토캐스터가 이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데엔 이유가 있다. 관련 내용은 2019년 6월 27일, 2023년 5월 22일, 2023년 11월 20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기타신공' 참조.

사진='크리스티' 공식 홈페이지

이 기타는 지난 1970년부터 1983년까지 데이빗 길모어가 핑크 플로이드의 모든 앨범은 물론 그의 네 장의 솔로 앨범에 사용한 역사성을 자랑한다. 록음악사의 역대급 명반으로 평가받는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을 비롯해 'Wish You Were Here'(1975), 'Animals'(1977), 'The Wall'(1979) 등의 사운드를 만든 바로 그 기타다.

블랙 스트랫은 데이빗 길모어가 지난 1970년 5월 경 뉴욕웨스트 48번가의 기타 매장 '매니'에서 구입했다. 그는 이 기타를 핑크 플로이드의 세 번째 미국 투어 시작 6주 전에 구입한 블랙 스트라토캐스터 대신 로즈우드 넥으로 교체하기 위해 샀다. 데이비드 길모어는 그 첫 스트라토캐스터로 단 15회 공연을 했으나, 뉴올리언스에서의 두 번째 공연 이후 밴드의 나머지 장비와 함께 도난당하고 만다. 이후 대부분의 장비는 회수됐지만, 그의 첫 번째 펜더 블랙 스트라토캐스터는 찾지 못했다.

밴드가 투어를 조기 종료해야 하자, 데이빗 길모어는 샵에서 메이플 넥의 블랙 스트라토캐스터를 구입했다. 그의 두 번째 블랙 스트라토캐스터는 '블랙 스트랫'이란 애칭으로 알려지기에 이른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블랙 스트랫은 1970년 6월 28일 일요일 이른 새벽, 블루스 앤 프로그레시브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서 처음 사용했으며 이때 핑크 플로이드는 레드 제플린, 제퍼슨 에어플레인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핑크 플로이드는 당시 'The Amazing Pudding'이란 제목의 25분 분량의 신곡을 처음 선보였다. 이어 핑크 플로이드는 이 곡을 녹음했고, 이후 'Atom Heart Mother'로 이름이 바뀌어 1970년 동명 앨범의 한 면을 장식했다.

데이빗 길모어는 펜더 선버스트 스트라토캐스터, 브라운 텔레캐스터, 그리고 뉴올리언스에서 도난당한 화이트 스트랫을 대체하기 위한 화이트 스트라토캐스터 등 여러 기타를 실험한 후 1971년까지 'Atom Heart Mother' 월드투어가 유럽, 일본, 호주를 도는 동안 줄곧 블랙 스트랫을 메인기타로 사용했다. 이때부터 이 기타는 길모어의 상징처럼 되기에 이른다.

그는 1971년 10월 폼페이의 원형극장에서 가진 핑크플로이드의 공연에서도 이 펜더 '블랙 스트랫'을 메인기타로 사용했다. 또한 23분의 대곡 'Echoes'의 모든 기타 파트에서 블랙 스트랫을 사용했고, 이 기타 사운드는 이후 핑크 플로이드의 많은 명곡 중에서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명작으로 남아 있다.

데이빗 길모어는 무려 49년 가까이 이 블랙 스트라토캐스터를 소유하며 새로운 음악적 아이디어를 다채롭게 시험하고 숱한 개조를 통해 펜더 스트라토케스터만의 궁극의 소리를 완성해 갔다. '블랙스트랫'은 픽업, 스위치, 입력, 픽가드, 테일피스, 튜너 등 요소요소 새로이 장착됐고 무려 여섯 번이나 넥을 바꾸기도 했다. 이 모든 개조는 당시 데이비드 길모어가 원한 톤의 품질과 연주 가능성의 다이내믹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1972년 6월부터 1973년 3월까지 런던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간헐적으로 녹음된 명반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1973년 3월 발매돼 비평가들의 찬사와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무려 빌보드 앨범 차트에 741주간 머무르며 전 세계적으로 5500만 장 이상 판매됐다. 이 앨범에서 데이비드 길모어는 자신의 블랙 스트랫을 강렬한 기타 솔로와 리듬 파트 등에 고루 사용했다. 특히 'Time'에서의 솔로와 'Money'의 3개의 솔로 중 2개를 이 기타로 녹음했다.

사진='크리스티' 공식 홈페이지

이후에도 블랙 스트랫의 인상적인 명연은 계속됐다. 핑크플로이드의 또 하나의 역대급 명반인 'Wish You Were Here'에 수록된 'Shine On You Crazy Diamond'에서 데이빗 길모어는 솔로 및 저 유명한 아르페지오 연주를 통해 블랙 스트랫의 소리 미학을 끌어올렸다.

한편, 로즈우드 넥은 핑크 플로이드의 다음 컨셉트 앨범 'The Wall' 녹음 세션에 앞서 커스텀 샤벨 버드아이 메이플 넥으로 교체됐다. 이 앨범은 1979년 4월 프랑스 슈퍼 베어 스튜디오에서 시작돼 1979년 11월 초까지 로스앤젤레스의 프로듀서스 워크숍으로 이동해 녹음을 이어갔다. 역대 최고의 기타 솔로 중 하나로 자주 선정되는 'Comfortably Numb'도 펜더 블랙스트랫 소리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블랙 스트랫엔 디마지오 대신 커스텀 세이모어 던컨 픽업을 장착했고 이 픽업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길모어는 1978년 셀프 타이틀의 솔로 데뷔앨범에서도 블랙 스트랫을 주로 사용했으며, 두 번째 솔로앨범 'About Face'에서도 이 기타로 녹음했다. 이 앨범은 켈러 트레몰로 시스템과 짧은 트레몰로 암을 장착해 연주시 더 많은 제어력을 가능케 했다. 이후 1997년 원래 케이스가 없는 상태의 기타를 반납하고 챈들러 기타로 복원을 위해 보내졌다. 켈러 트레몰로는 오리지널 펜더 시스템으로 교체됐다. 또한 커스텀 샤벨 넥은 길모어가 익숙해진 57V 스트라토캐스터와 더 가깝게 보이도록 새 57 빈티지 리이슈 넥으로 교체됐다.

데이비드 길모어는 이후 자신의 솔로앨범 'On An Island'(2006)와 'Rattle That Lock'(2015), 그리고 마지막 핑크 플로이드 앨범 'The Endless River'(2014) 등에서 블랙 스트랫을 사용하며 이 기타를 다시 부활시켰다. 'On An Island' 녹음 전, 블랙 스트랫은 현재 1983년 넥을 그의 57V 크림 스트랫에서 받았다. 블랙 스트랫은 2006년 'On An Island' 투어 및 2007년 9월과 2008년 9월에 출시된 라이브 콘서트 DVD 'Remember That Night'과 'Live in Gdansk', 그리고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Rattle That Lock' 투어에서도 중요하게 사용했다.

2006년 경 데이빗 길모어는 펜더 뮤지컬 인스트루먼트 코퍼레이션으로부터 한 제안을 받았다. 블랙 스트랫의 복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2년간 프로토타입과 픽업 개발, 테스트, 개선을 허락했고 펜더는 곧 생산에 들어가 2008년 9월 블랙 스트랫을 출시했다. 펜더 커스텀 샵은 데이비드 길모어 시그니처 스트라토캐스터의 두 가지 모델을 생산했다. 'Relic'은 2008년 당시 블랙 스트랫의 상태를 충실히 재현했고 NOS(뉴 올드 스톡)는 현재의 기타를 비슷하게 재현했다. 이 모델은 모두 '새것처럼' 도장 마감, 흰색 플라스틱 백플레이트를 적용했다. 이 리이슈에 대해 데이빗 길모어는 자신이 원하던 만큼 훌륭하게 만들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외에도 데이비드 길모어의 펜더 블랙 스트랫은 숱한 스토리를 쌓아갔고 록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을 멜로디와 인상적인 톤의 솔로 탄생에 기여했다. 록 역사상 이만큼 많은 영향력으로 음악팬들 귀를 사로잡는 소리를 들려준 기타도 드물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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