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쇼크, 신흥국에 ‘치명적’…미국과 러시아는 반사이익?

최종일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choi.jongil@mk.co.kr) 2026. 3. 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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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중동산 공급 차질
비축제도 없어 의존 큰 신흥국 타격
세계 1위 LNG 수출, 미국·러시아
미국 LNG 관련 일자리 확대 전망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 생산시설이 있는 라스라판 산업도시. [연합뉴스]
이란 전쟁의 여파로 세계 천연가스 공급망이 위축되는 가운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세계 1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천연가스는 핵심 발전 연료인 데다 비료와 섬유 공장의 동력원이다. 취사·난방에도 사용되는 만큼 천연가스 공급 차질은 산업과 일상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신흥국들이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시 닥친 가스 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산업 수요가 회복 불가능할 수도 있는 수준으로 위축될 위험도 있다고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세계 2위의 LNG 수출국인 카타르는 최근 이란의 공격으로 주요 LNG 시설이 피해를 봤다.

카타르 국경 에너지 기업인 카타르에너지의 사드 알카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피격으로 회사의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 이를 복구하려면 3~5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도 중동산 LNG 공급에 차질을 불러왔다.

LNG는 수급 유연성이 낮은 것이 주요 약점이다. LNG는 원유와 달리 국가별 전략 비축 제도가 없다. 극저온 액화 가스의 보존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많은 국가에서 수시로 수입해 바로 소비하는 구조가 굳어져 있다. 이에 물동량 감소가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은 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지만 배기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 대신 천연가스로 대거 에너지 비중을 높인 신흥국들에는 이는 쉽지 않은 선택지다.

블룸버그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 아시아 지역의 신흥국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아시아는 카타르산 LNG 5분의 4를 구매하는 최대 고객이며 파키스탄의 경우 카타르산 가스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99%에 이른다.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 [연합뉴스]
앞서 파키스탄 당국은 이미 다음 달 중순이면 가스 부족으로 전력 수요량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의 최대 수출 산업인 섬유업은 이중 타격에 직면해있다. 공장의 전력 생산은 물론 섬유 처리 공정에도 가스가 필요해서다.

또 인도에서는 취사용 가스 부족으로 거리에서 주먹다짐까지 벌어지고 식당과 호텔들이 임시 휴업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필리핀과 베트남은 LNG 선박 운송료가 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 2배 이상 뛰자 가격이 진정될 때까지 사실상 가스 구매를 중단키로 했다.

호주 리서치 업체인 MST마키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스 위기와 관련해 종말론적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다”며 “전쟁이 설령 끝나도 시설 파손 정도에 따라 LNG 공급 차질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에너지 유통 업체인 데븐포트 에너지의 토비 콥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이번 사태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될 것”이라며 “공급난이 수개월 지속되면 가스 가격 지표가 포물선을 그리며 폭등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선적을 기다리는 LNG 가스 용기. [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서 세계 1위의 LNG 수출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LNG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가스 위기가 미국의 LNG 산업 성장과 관련 일자리 확대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 제재로 유럽 LNG 시장을 잃자 중국으로 판매 활로를 열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대중 수출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이달 초 중국은 신규 5개년 계획으로 러시아의 숙원이던 ‘중-러 중앙 노선 천연가스관’ 건설의 가속화를 발표했다. 중국은 애초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해당 가스관 계획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동발 에너지 공급난에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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