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건설업계 '비상'…중동 전쟁 장기화에 원가·수주 동시 압박
[스포츠한국 홍여정 기자] 중동 지역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장 피해는 아직 없지만 국제 유가가 두 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공사비 상승 압박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 수주 지연과 사업 일정 차질 우려까지 겹치며 해외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김윤덕 장관은 14개 주요 건설사 대표와 만나 최근 중동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상황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김 장관은 중동 지역 진출기업의 현장 안전 상황과 연락 체계를 점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근무 상황을 철저히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이란·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UAE·쿠웨이트·이라크·바레인·요르단 등 중동 지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로부터 접수된 피해 상황은 없다. 기업들은 현지 상황별로 정상근무 또는 재택근무, 안전지대 대피 등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번 중동 지역 전쟁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촉발했다. 전쟁이 3주째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양측의 강대강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란의 최대 가스전을 공습했고, 이에 이란도 다음날 주변 국가인 카타르와 사우디의 에너지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보복 공격에 나섰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영국 등에 파병을 요청한 상태다.
이번 전쟁이 에너지 인프라 시설 파괴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중동 지역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
삼성KPMG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성장세를 이어온 한국 해외 건설 시장은 단기적으로 신규 수주 여건 악화와 중동 국가에서 진행 중인 사업의 공기 연장 및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산업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발주 일정 및 투자 의사결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주력하는 중동 지역 에너지 및 인프라 프로젝트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 대부분이다. 외부 여건에 변화가 발생할 경우 신규 발주나 협상 중인 프로젝트 착공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쟁으로 중동 발주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지연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단기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라며 "다만 장기화 시 원자재 값 상승과 물류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유가 문제는 건설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쟁으로 중동 지역 핵심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현재 두바이유는 전쟁 이전인 지난달 27일 71.2달러에서 19일 기준 137.82달러까지 치솟았고, 서부텍사스유(WTI)도 같은 기간 67.02달러에서 10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국내 유가도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휘발유 및 경유값은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높은 상황이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위기가 한국의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중동 위기는 원유의 생산은 물론 유통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중동 지역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러시아 원유 규제로 유가 상승이 야기됐지만, 원유 유통 자체는 우회 수출 등을 통해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중동 전쟁은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김태준 연구위원은 건설장비 유류비, 자재생산 단가, 이자 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유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원가 요인은 건설중장비에 활용되는 유류비로 기계 경비의 30% 수준을 차지한다"며 "이외에도 윤활유 및 아스팔트 계열의 석유화학제품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고, 건축 공종도 철근과 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가가 20%만 상승해도 토목 공종 원가는 7%, 건축 공종은 4% 상승이 불가피한 구조"라며 "여기에 현금흐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건설 프로젝트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자 비용 상승도 건설업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건산연에 따르면 유가 50% 상승 시 건설 생산비용은 1.06% 증가한다. 건축 대비 토목 시설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건설 공사비가 이미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한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133.28로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동향브리핑 1048호에서 "중동발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원가 상승 불안감으로 인해 본 PF 전환이나 착공을 앞둔 사업장들이 일정을 미루게 되어 결국 전체적인 건설 경기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는 장기화에 따른 건설업의 부담 해소 방안으로 맞춤형 단가 관리 대책 수립과 지원책 병행을 꼽는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경유나 아스콘 등 핵심 자재 중심의 수급 단가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업계는 해당 자재의 매점매석 감시, 대체 공급망 확보 등 수급 안정화 대책을 우선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요 발주기관은 토목 사업장 중심의 총사업비 변경 및 예비비 재원을 미리 확보해두고 ESC(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신청 시 행정 검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자금 집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준 건정연 연구위원은 "영업용 차량을 대상으로 유가보조금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건설자재·건설장비·시공업체로 구성된 공급망 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도록 건설산업 공급망 전반의 원가관리 및 업계 간 상생 협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포츠한국 홍여정 기자 duwjddid@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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