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인가 경고인가…국민연금 선택에 고려아연 노조 "투기자본에 문 열어줘"

안옥희 2026. 3. 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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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 부여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측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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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 부여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측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고려아연 최윤범 사내이사 선임안 등에 대해 '미행사' 결정을 내렸다. 

집중투표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최 회장 등 회사 측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기로 한 것은 실질적인 '반대' 또는 '적격성 판단 유보'로 해석된다.

특히 수책위는 영풍·MBK 측이 추천한 후보들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배분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회사 측이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 2명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을 명시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거버넌스 실패에 대한 경고" vs "美 제련소 가치 인정한 중립적 결정"

영풍과 MBK 연합은 이번 결정을 "현 경영체제의 지배구조 결함과 통제 실패에 대한 엄중한 판단"이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회사 측 후보 전원을 외면하고 우리 측 후보에게 찬성한 것은 단순한 중립이 아니라 경영진 교체의 필요성을 인정한 시그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자문기관 ISS와 한국ESG기준원 등이 최 회장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던 점을 언급하며, 이번 결정이 시장의 보편적 시각과 일치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국민연금의 결정을 '균형 잡힌 판단'으로 규정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정관 변경과 재무제표 승인 등 다수 안건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은 현 경영 비전에 대한 지지"라며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등 핵심 사업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부 의결권 미행사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다양성과 소통 강화를 주문한 중립적 취지로 이해한다"며 주총 현장에서 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가기간산업을 사모펀드에 상납하는 매국적 방관"이라며 국민연금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수익률이라는 가림막 뒤에 숨어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총파업을 포함한 끝장 투쟁을 예고했다.

현재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의 우호 지분은 각각 40% 안팎으로 팽팽한 상태다. 

지분 5.2%를 보유한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이 사실상 현 경영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함에 따라, 이번 주총은 소액주주와 기타 기관투자가들의 표심에 의해 경영권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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