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마! 김어준”…줄어든 숫자, 더 공고해진 팬덤 

이강산 기자 2026. 3. 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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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 ‘김어준 콘서트’ 열기 여전…열성 지지 속 빈자리도 곳곳 드러나
 ‘공소 취소 거래설’ 이후 구독자 6만 감소…“민주당과의 연결고리 약화”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민주당의 입, 충정로 대통령, 교주, 상왕.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하 《겸공》)을 운영하는 방송인 김어준씨 이야기다. 최근 방송에서 '공소 취소 거래설'을 제기하며 친명(親이재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논란이 일었지만, 3월1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겸공》에 출연해 검찰 개혁 과정의 세세한 이야기들을 모두 전하면서 김씨의 여권 내 입지는 변함없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현직 대통령과 맞서는 것인데도, 끄떡없어 보이는 김씨의 그 대단한 맷집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민주당 청년 대변인을 지낸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은 그의 강력한 팬덤을 꼽았다. 하 소장은 "민주당이 김씨의 영향력을 두려워하는 건 그의 팬덤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괜히 비판했다 문자폭탄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나중에 경선에서 불리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50쪽 기사 참조). 팬덤이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못지않지만, 그것조차 무시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뿜는 김어준 팬덤의 실체는 어느 정도일까.

3월14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라이브 투어' 중 김어준씨가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강산

대전 콘서트 현장 열기 여전…작년과는 차이 

3월14일 기자는 올해 김씨의 첫 토크 콘서트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라이브 투어'를 보기 위해 대전으로 향했다.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가 김씨의 유튜브 채널 《겸공》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한 이른바 '공소 취소 거래설'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어난 직후 열린 공연이라 더 주목받았다.

공연 전에는 김씨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으리란 분석도 나왔다. 최근 몇 주 사이에 김씨의 유튜브 구독자 수가 수만 명 정도 줄었고, 공연 직전까지 대전 콘서트 예매율이 70%에 그쳤다는 뉴스도 이어졌다. 그가 권력의 핵심인 친명계와 충돌하면서 여권 내부 입지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5시보다 2시간가량 이른 시각에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 도착했는데, 시작 1시간 전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다. 기자가 김씨의 콘서트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굿즈 판매대와 김씨 브로마이드 포토존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인기 가수의 공연장에 갔을 때의 기시감을 느꼈다. 현장에서 들리는 말로는 이날 공연 역시 전석 매진이라고 했다. 

다만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5시가 됐는데도 빈 좌석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이 총 좌석 수를 정확히 공지하지는 않았지만, 전체 5400~5500석 가운데 약 73% 수준인 4000석 안팎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열린 그의 콘서트가 1만5000명 규모의 대형 공연장에서 사흘 연속 매진됐던 점을 감안하면, '공소 취소 거래설' 논란 이후 그의 티켓 파워가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볼 수 있었다.

이날 김씨는 공연에서 이 대통령과의 갈등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게스트로 참석한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박 교수가 "김어준이 요즘 힘들 것 같지만, 스트레스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하자 김씨는 "진짜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씨는 "(공소 취소 거래설을 제기한 목적이) '정청래를 당대표 한 번 더 시키고 조국을 대통령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권리 있으니 붙잡아서 아니라고 설득할 마음도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세간의 대립설을 의식한 듯 "다시 나오기 힘든 행정 천재"라고 치켜세웠다. 박 교수도 "검찰 개혁은 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의 '동지애'를 강조했다.

3월14일 김어준 콘서트가 열린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관객들이 공연 시작 전 대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강산

"김어준과 李 대통령은 같은 편" vs "김어준, 최근 선 넘어" 

이 같은 발언에 관객들은 "쫄지 마" "힘내라"라고 화답했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이들은 친명계와의 충돌에도 김씨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관객 최아무개씨(여·63)는 김씨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김씨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며 "원래 언론이 했어야 할 역할을 오랜 시간 김어준 총수가 대신해 주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김씨의 충돌에 대해서도 "장인수가 그런 발언을 할지 김 총수가 몰랐다고 하지 않나. 둘은 여전히 같은 편"이라며 "김 총수는 확실한 이재명 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공연장에서는 스스로를 '김어준 키즈'라고 소개하는 팬도 만날 수 있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온 박세형씨(가명·42)는 "딴지일보가 시작했을 때 중학생이었는데, 그때부터 딴지일보를 보며 자라왔다"며 "집으로 배달되는 기존 신문에서는 볼 수 없던 내용을 보며 매료돼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부터 《뉴스공장》까지 모두 챙겨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팬덤 권력의 배경에는 김씨가 구축해온 나름의 서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김씨는 딴지일보부터 《뉴스공장》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꾸준히 수구 보수 세력과 싸워왔다는 서사를 강조한다"며 "팬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자신의 해석을 더해 들려주며 그들의 마음을 산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1998년 딴지일보 창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치·사회 이슈를 풍자하는 이른바 '대안 언론'으로 진보 성향이 강했던 젊은 층의 주목을 받은 딴지일보를 기반으로 라디오 등에서 활동을 이어가다,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진행자로 나섰다.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다스 의혹'을 폭로하며 '전국구 수준'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또 2016년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시작해 시사 라디오 청취율 1위권을 오래 유지했다. 이후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TBS에서 하차했으나 이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열었고, 현재 22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여권의 '빅스피커'가 됐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들어 여권 내 영향력이 너무 커진 김씨의 지나친 정치 개입을 비판하며 지지 철회 의사를 표명하는 이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꼼수다》 시절부터 그의 팬이었다는 김서연씨(가명·여·55)는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통해 이명박을 감옥에 보내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아 김어준의 팬이 됐다"면서도 "(김씨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었을 때도 그를 믿었지만, 이번 장인수의 발언을 그대로 (방송에) 나갈 수 있게 한 것과 김민석 총리에 대한 공격 등을 보며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어 《뉴스공장》 구독을 취소하고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여권도 김어준과 절연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여권의 구도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명계와 당을 중심으로 한 친청(親정청래)계로 분화하면서 지지층에도 분화가 불가피하고, 그런 측면에서 김어준 팬덤도 숫자적으로는 일부 이탈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김씨를 향한 결집력은 더 단단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평론가는 "현재 구독자가 이전보다 6만 명가량 빠졌는데, 220만이 넘는 상황에 6만 명 빠졌다고 영향력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여권과의 갈등 이후 김어준의 이야기가 곧 민주당의 당론이라는 고리는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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