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기후재난 대피' AI 개발 중...한국도 가능할까?

심화되는 기후재난, '개인맞춤 대피서비스' 만드는 브라질
브라질은 홍수와 산사태 등 기후재난이 잦은 나라다. 2024년 히우그란지두술주 대홍수로 주 내 497개 시 중 478개가 영향을 받았고 23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올해 2월에도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주에서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72명이 사망하고 5500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다.

맞춤형 정보 번역·시민참여가 핵심
INCT-SiM-AI가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는 세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시뮬레이션이다. 기상·수문·위성·지리정보(GIS) 데이터를 통합해 홍수, 산사태, 폭염 등이 도시와 지역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고해상도로 예측한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디지털 트윈 방식을 적용하고 특정 주소 단위의 위험도 산출을 목표로 한다. 대피 시나리오 시뮬레이션도 포함해 반응시간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권고내용을 조정한다.
둘째는 모니터링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시민이 사진이나 센서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면 이 정보가 실시간 위험 지도에 반영된다. 시민을 재난정보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 기여자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규모 예측모델과 실제 현장상황 사이의 간극을 시민참여로 메우는 방식이다.
셋째는 개인맞춤형 정보 번역이다. 시뮬레이션과 모니터링에서 생성된 복잡한 데이터를 각 개인의 상황에 맞게 변환해 전달한다. 지금 대피해야 하는지, 가장 가까운 대피소 경로는 어디인지, 왜 이 골목이 침수되는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텍스트, 이미지, 지도 형태로 정보가 제공되며 구조대와의 양방향 소통 기능도 목표에 포함된다. 노인·장애인·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대피 시 필요한 정보도 가구별로 등록해 반영한다. 심리학·의학 연구자들이 이 부분을 주도한다. 사용자의 언어와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에 맞게 소통방식을 조정하는 연구도 병행된다.
개발을 총괄하는 소라이아 하우프 무세 PUCRS 교수는 "기술적으로 정확하더라도 소통이 제대로 안 된 위기경보는 생명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며 "공포, 신뢰, 주의력 같은 인간적 요소를 시스템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세 교수는 또 "극한 기상현상이 빈번해지는 상황에 젊은이들과 스마트폰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노인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감, 포용성, 그리고 명확한 언어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크게 머신러닝 모델과 챗지피티나 클로드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두 영역으로 구성된다. 홍수·산사태 예측, 위험도 산출, 실시간 모니터링은 기상·수문·지리 데이터를 처리하는 머신러닝 모델이 담당한다. 이 정보를 사용자 질문에 자연어로 답하고 개인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생성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 부분에는 LLM 기술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연구 프로젝트에서는 LLM 상용모델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자체개발이 일반적이다. 챗지피티 등 특정 LLM 모델 활용여부와 구체적인 기술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같은 시스템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한계와 우려도 제기된다. 유엔대학교(UNU)는 모바일 기반 AI 재난경보시스템은 기술 리터러시 격차와 디지털 인프라에 따라 접근성이 불균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필요한 기술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시스템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도 UNU가 꼽는 핵심 과제다.
오경보나 잘못된 데이터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정작 위급상황에서 시의적절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AI 기반 경보에 대한 신뢰를 쌓으려면 인간의 감독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UNU는 밝힌다. AI 모델이 특정집단이 과소대표된 데이터를 학습할 경우 기존 편향을 재생산하거나 새로운 편향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과제로 지적된다. UNU는 또 시스템이 지역 주민과 공동 설계되지 않을 경우 정작 경보 수신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데이터 있지만 시민 활용가능한 형태는 아직
한국도 기후재난이 잦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4~2023년 자연재난으로 인한 연평균 재산피해는 3980억 원이며, 2023년에는 9582억 원에 달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국가 기후적응 역량 강화'를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과학적 기후변화 감시·예측 시스템 개발, 기후위험 영향평가 체계 구축, 도시 기후탄력성 제고, 취약계층 보호 등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기후재난 관련 정보는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정보포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데이터 공유플랫폼 등에서 관련 데이터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가 부처별로 분산돼 있고, 일반 시민이 자신의 지역 위험을 직접 판단하거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홈페이지를 통해 대응 매뉴얼을 공유하고, 행정안전부는 이를 시스템에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시민들은 재난 예방과 대응 정보를 기상청,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을 통해 각각 취합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시민이 기후재난 정보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침수지도는 존재하지만 우리 집이 침수 위험지역이라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동네로 이사를 가도 되는지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정보는 없다. 브라질 AI 에이전트가 지향하는 주소단위 위험도 제공, 시민참여형 실시간 모니터링, 맞춤형 행동지침 제공은 현재 한국에 없는 기능이다.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과학적 관측자료 축적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이 그런 정보를 이해하고 자기 지역 위험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가공·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또 "예측을 고도화하는 것만으로는 적응하기 어렵다"며 "기후위기·재난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방식과 속도로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예측 밖의 위험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적응역량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