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새’ 듀플랜티스, 적수도 한계도 없다
“6.40m까지도 가능”…‘몬도’의 기록 행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장대높이뛰기 역사에서 또 하나의 기준선이 세워졌다. 스웨덴 ‘장대높이뛰기 황제’ 아먼드 듀플랜티스(27)가 또다시 자신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듀플랜티스는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웁살라 IFU 아레나에서 열린 실내 장대높이뛰기 대회 ‘몬도 클래식(Mondo Classic)’에서 6.31m를 넘으며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다시 썼다. 이번 기록은 그가 보유한 종전 세계기록 6.30m를 1㎝ 끌어올린 것이다. 이로써 듀플랜티스는 통산 15번째 세계기록 경신이라는 전례 없는 업적을 세웠다. 이는 장대높이뛰기 전설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가 기록한 14차례 세계기록 경신을 넘어선 수치다. 현대 육상에서 한 선수가 이처럼 반복적으로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종목의 기준 자체를 끌어올린 사례는 매우 드물다.
듀플랜티스는 장대높이뛰기 역사상 가장 지배적인 선수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1차례 기록을 낸 게 아니라 수년 동안 자신의 기록을 조금씩 끌어올리며 종목의 한계를 지속해서 뛰어넘어왔다. 이번 세계기록은 듀플랜티스의 별명을 딴 대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올림픽 2연패 등 장대높이뛰기 지배자
‘몬도(Mondo)’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이날 5.65m, 5.90m, 6.08m를 모두 1차 시기에 가볍게 성공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이후 그는 바를 단숨에 23㎝ 높인 6.31m로 올렸고, 첫 시도에서 그대로 바를 넘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조차 여러 차례 시도가 필요한 높이를 한 번에 넘은 순간이었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은 환호했고, 듀플랜티스는 매트 위에서 기쁨을 표현하며 새 기록의 순간을 만끽했다. 듀플랜티스는 경기 후 “이곳은 나의 고향이다. 언제나 스웨덴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뛴다”며 “이런 장소에서 세계기록을 세울 수 있어 정말 특별하다”고 말했다.
‘몬도’는 듀플랜티스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이탈리아계 친구에게서 받은 별명이다. 이탈리아어로 ‘mondo’는 ‘세계(world)’를 의미한다. 이 별명은 이후 세계기록을 잇달아 경신하며 장대높이뛰기를 지배한 듀플랜티스의 위상을 상징하는 별명이 아니라 사실상 이름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는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어머니의 고향인 스웨덴과 깊은 정서적 유대를 갖고 있다. 1999년 11월 1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라파예트에서 태어난 듀플랜티스는 미국과 스웨덴 이중 국적을 지니고 있으며 국제대회에서는 스웨덴 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듀플랜티스는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연속 금메달을 차지하며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두 대회 연속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이 기록은 1950년대 미국의 밥 리처즈 이후 처음이다. 세계선수권에서도 그의 지배력은 분명했다. 듀플랜티스는 세계육상선수권 실외 대회에서 3차례(2022·2023·2025) 정상에 올랐고, 세계실내선수권에서도 3차례(2022·2024·2025) 우승했다. 여기에 더해 유럽선수권에서도 3번 우승했고, 육상 최고 수준의 프로대회인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파이널에서 연속으로 가장 높은 높이를 뛰어넘었다.

그는 개인상도 많이 받았다. 듀플랜티스는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4차례(2020·2022·2023·2025) 수상했고, 2025년에는 세계 스포츠 최고 권위의 상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로레우스 월드 스포츠맨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듀플랜티스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세계기록’이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은 2014년 르노 라빌레니(프랑스)가 세운 6.16m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그러나 2020년 듀플랜티스가 6.17m로 기록을 경신하면서 장대높이뛰기 역사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그는 불과 일주일 뒤 6.18m를 넘어 다시 기록을 올렸고, 이후 거의 매 시즌 자신의 기록을 갱신했다. 2023년 2차례, 2024년 3차례, 2025년 4차례, 그리고 2026년에는 다시 한번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세계 육상 팬들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6.25m로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차지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기록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여전히 자신의 한계 시험
듀플랜티스는 장대높이뛰기의 상징적인 기준인 6m 장벽을 가장 많이 넘은 선수다. 그는 경쟁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횟수로 6m 이상 기록을 세웠고, 6.10m 이상 기록도 거의 모든 대회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그의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2019년 이후 주요 국제대회 결승에서 패배한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듀플랜티스의 배경은 독특하다. 그의 아버지 그레그 듀플랜티스는 개인 최고 기록 5.80m를 기록한 장대높이뛰기 선수였고, 어머니 헬레나 헤들룬드는 스웨덴 출신 7종경기 선수였다. 듀플랜티스는 어린 시절 집 마당에 설치된 간이 장대높이뛰기 시설에서 처음 이 종목을 접했다. 그는 네 살 때 처음 장대를 잡았고, 어린 시절부터 연령별 세계최고기록을 세우며 육상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는 10대 시절 이미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2015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이후 세계 주니어 대회와 유럽 주니어 대회를 연달아 제패했다. 청소년, 주니어, 성인 세계선수권을 모두 우승한 선수는 무척 드물다. 듀플랜티스는 이 세 단계 모두에서 정상에 오른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듀플랜티스의 지배력은 종종 다른 스포츠 전설들과 비교된다. 일부 매체는 그를 “장대높이뛰기의 우사인 볼트(단거리 육상)”, “필드 종목의 마이클 펠프스(수영 경영)”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듀플랜티스는 세계기록을 반복적으로 경신하면서도 주요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우승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6.40m까지도 가능하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인간새’ 붑카는 1994년 서른한 살 때 마지막 세계기록(6.14m)을 세우며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이어갔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아직 20대 중반인 듀플랜티스 역시 앞으로도 세계기록을 추가로 경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먼드 ‘몬도’ 듀플랜티스의 기록 행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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