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패가망신? 디테일이 중요하다[전성인의 난세직필](48)

지난 3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자본시장 정책 담당자와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본시장의 문제점과 해법을 논의하는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을 ‘옥토’로 만들기 위한 정책 의지를 천명했다. 잘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테일’을 강조했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추진 중인 자본시장 개혁 정책의 디테일은 과연 잘 다듬어져 있을까? 예를 들어 언필칭 ‘주가조작 패가망신’ 정책에 디테일이 잘 구현돼 있을까?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내부고발자 보상 강화 정책과 주식시장의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금전적 처벌 강화 정책을 보자. 이들 정책에는 디테일이 부족하다. 그래서 좋은 정책 의지와 정책 방향에도 불구하고 과연 현재의 정책이 자본시장에서 ‘큰 돌’이건 ‘작은 돌’이건 잘 골라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위, 보상 하한 범위 슬그머니 바꿔
우선 내부고발자 보상 강화 정책부터 보자. 좋은 문제의식이고 맞는 정책 방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이후 수차례 SNS에 올린 메시지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운영 중인 내부고발자 보호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내부고발자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업무 보고 때는 눈알만 굴리고 있던 금융위원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 30억원으로 규정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상 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월 26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단기매매차익 반환 및 불공정거래 조사·신고 등에 관한 규정,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회계 관련 부정행위 신고 및 포상 등에 관한 규정 등의 개정을 입법 예고했다. 기본적으로 절대 액수로 제한된 보상금의 상한을 폐지하고, 그 대신 부당행위에 대한 환수액 또는 과징금의 최대 30%에 기여율을 곱한 금액을 내부고발자에게 보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으로 다 된 것일까? 누락된 디테일은 없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여기서 숨겨진 디테일은 ‘기여율’이다. 기여율은 이런저런 사유를 감안해서 0%부터 100%까지 산정하도록 단차 규정 별표(“포상금 산정 기준”)로 규정돼 있다. 결국 절대적 상한은 없앴지만 금융당국은 ‘기여율’의 마법을 통해 얼마든지 보상금 액수에 장난질을 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여율이 10%이면 실제로 내부고발자가 받는 보상금은 환수액 또는 과징금의 3%(=30%의 10%)로 쪼그라든다.
이것은 이 대통령이 언급했던 미국 제도가 아니다. 미국 제도의 디테일을 살펴보자.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홍역을 치른 후 2010년에 도드-프랭크법을 입법해 금융규제 체계 전반을 개혁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및 보상 강화도 이 법에 포함됐다.
그런데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상 강화 관련해 이 법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은 상한의 철폐가 아니라 ‘하한을 의무화’한 것이다. 즉 내부고발자에게는 아무리 돈을 작게 주더라도 최소한 환수액의 10%는 무조건 주라는 것이다. 물론 내부고발 정보의 가치는 당연히 검증하지만, 그에 따른 변동 범위는 10~30%여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는 이 변동 범위를 슬그머니 0~30%로 바꿔버린 것이다. 금융위의 2월 25일자 보도자료에 미국 제도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지만, 보상의 하한에 관한 내용은 어찌 된 영문인지 들어 있지 않다.
어쩌면 금융위 공무원들은 ‘우리도 최소한의 보상을 규정’했노라고 우길지도 모른다. 형식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그 금액이 500만원이기 때문이다. 이게 환수액의 10%와 비견될 수 있을까? 부당이득액이 1000억원이라면 그 10%는 100억원이다. 무려 2000배 차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 보상 규정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고 시행령, 규정에 근거를 만들고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내용은 규정의 부속 별표에 수록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이라는 법률에 보상의 하한을 명기했다. 제대로 하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보상의 하한을 명기해야 한다.
‘민사적 환수’ 제도 도입 필수적
다음은 주식시장의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금전적 처벌 강화 문제를 살펴보자. 금융위는 지난 3월 18일의 간담회 자료에서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사기적 부정거래로 적발되면 단순히 부당이득금뿐만 아니라 ‘투자원금’도 몰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의식은 옳다. 다만 방법이 너무 둔하다. 역시 디테일 부족이다.
과징금은 행정벌이고, 몰수는 형벌이다. 모두 행정소송이나 형사소송에서의 승소를 거쳐야 받아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원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행정당국이 침익적 행정처분을 할 때 그 적법성을 매우 까다롭게 들여다본다. 특히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은 증권 범죄의 경우 무죄율이 다른 형사 범죄보다 훨씬 더 높다. 이 말은 형사적 유죄 판결을 전제로 하는 몰수라는 금전적 제재가 현실에서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런 정책 방향은 둔한 정책 방향이다.
그렇다면 ‘날카로운’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미국에서 중대 범죄에 사용하고 있는 ‘민사적 환수(civil forfeiture)’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확증을 요구하는 형사소송에 비해 민사소송의 입증 부담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그리고 금융범죄자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몇 년 콩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알토란같은 자기 돈을 빼앗기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 제도가 막강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는 법무부의 영역이다. 손봐야 할 법률이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 민사적 환수 제도를 도입하고, 그 적용대상인 중대 범죄의 범주에 규제 대상인 자본시장 범죄가 빠짐없이 포함될 수 있도록 디테일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논의는 새로울 것이 없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내부고발자 보상 비율이 10~30%라는 점은 여러 차례 언론에 등장했다. 민사적 환수 제도 역시 이재용 삼성회장의 종잣돈 마련 과정에서의 불법에서 연유하는 결과를 치유하기 위해 속칭 ‘이학수법’ 또는 ‘이재용 삼남매법’이라는 이름으로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하기도 했다.
결국 디테일까지 잡은 해법은 다 우리 눈앞에 있다. 그저 모를 뿐이다. 이 대통령은 정말 주가조작범이 패가망신하도록 만들고자 한다면 디테일을 왜곡한 자들을 처단하고, 유효한 해법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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