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섞어 쏘기’와 ‘가성비’ 전술을 북한이 쓴다면…우리는 준비됐을까[박성진의 국방 B컷](53)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 전장에서는 발사체 ‘섞어 쏘기’라는 새로운 전쟁 양식이 등장했다.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의 혼합 운용 방식인 ‘섞어 쏘기’로 이스라엘·미국의 다층 방공망을 뚫고 있다. 저비용 자폭 드론과 저성능 미사일을 먼저 발사해 이스라엘·미국의 값비싼 요격 자산을 빨리 소진시킨 후 고성능 미사일로 정밀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드론과 같은 싼 가격의 발사체를 요격하기 위해 수십 배 비싼 요격미사일을 쏴야 하는 ‘가성비의 함정’에 빠졌다. 2만달러(약 2930만원)짜리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400만달러(약 58억6000억원)에 달하는 요격미사일을 발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섞어 쏘기’ 원조는 북한
‘섞어 쏘기’는 북한군이 원조다. 북한군의 섞어 쏘기는 여러 종류의 미사일·전술유도탄·장사정포를 서로 다른 고도와 속도로 동시에 발사해 한국군 방공망을 교란하고 요격을 어렵게 하는 전술이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향이 크다.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뒤 귀국해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포병을 전공했다. 졸업 논문이 ‘포 사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위성항법장치 활용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섞어 쏘기’ 용어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섞어 쏘기는 다목적 노림수’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기사(2019년 5월 6일자)에서 처음 나왔다. 북한이 2019년 5월 4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240·300㎜ 방사포를 섞어서 발사한 것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었다. 북한은 이 같은 섞어 쏘기를 조선중앙통신에서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과 장사정포 혼용 발사를 겸한 복합 전술훈련”이라고 표현했다.
통상 북한이 미사일 등 발사체를 발사한 후 한·미는 각자의 감시자산에서 얻은 정보로 발사체 성격을 각각 잠정 평가한다. 그런 후 한·미가 발사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정밀 분석한 다음 발사체가 어떤 종류이고, 어떤 궤도와 고도로 비행했는지를 종합평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국군의 추적자산은 주로 이지스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그린파인 레이더 등이다. 이 장비들을 통해 북한 발사체의 초기 발사부터 마지막 낙하지점까지 레이더로 추적한다. 미국은 고해상도 정찰위성으로 북한 발사체의 발사 준비와 발사 과정 등을 영상으로 관측한다.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은 완전히 다른 무기체계다.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비슷할 수 있지만 탄두 무게와 속도, 비행궤적, 파괴력 등에서 차이가 난다. 통상 방사포는 표적에 떨어질 때까지 엔진 추진제가 연소하기 때문에 비행고도가 탄도미사일보다 낮다.
대응 작전 개념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방사포는 탄두가 작고 비행궤적도 저고도이기 때문에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포병작전으로 대응한다.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방공작전이 이뤄진다.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등을 통해 비행궤적을 탐지·추적해 패트리엇 등 무기체계로 요격에 나서는 것이다.

가성비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가성비 전쟁(cost-exchange warfare)’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수많은 자폭 드론을 요격미사일로 방어하는 게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미군·이스라엘군이 에픽 푸리 작전 첫 100시간 동안 소모한 요격미사일 비용만 약 37억달러로 추산된다. ‘방어가 공격보다 훨씬 비싼’ 가성비 전쟁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자폭 드론이 격추되지 않고 핵심 지휘통제 시설이나 방공 레이더, 발전소와 같은 군사·산업 목표물에 명중했을 때의 피해를 감안하면 수백만달러의 요격미사일은 비싸지 않은 무기가 된다.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미사일·드론 섞어 쏘기의 본질은 표적 파괴가 아니다. 방공망 소진이 목표다. 저가 드론을 대량 발사해 상대방 방어망의 요격자산을 먼저 소모시킨 뒤 고정밀 미사일 공격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표적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한반도에서 북한이 수도권 상공을 향해 물량 공세식으로 섞어 쏘기 공세를 펼칠 경우다. 북한의 능력은 이란과 천양지차다. 북한은 122·240·300·600㎜ 방사포, KN-23·24·25 단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과 함께 자폭 드론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특히 8600여문의 견인포·자주포와 5700여문의 방사포(다연장로켓) 등 1만4300여문의 포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 포병은 이들의 70%를 평양~원산 이남 250㎞ 전선에 배치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 1000㎞에 배치한 포가 4700여문인 것과 견주면 얼마나 많은 북한군 포가 수도권을 겨냥해 밀집해 배치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수도권은 휴전선까지의 거리가 50㎞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북한군 공격에 대응해 탐지-결심-요격에 이르는 시간은 극도로 짧아 요격창(Intercept Window)이 좁다. 요격창은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포탄, 드론 등의 위협체를 성공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유효한 시간적·공간적 범위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한국군이 제한된 요격 장비로 수도권 전역을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군은 한정된 방어 자산을 주요 군사시설과 인구 밀집 지역 중 어디에 배치할지 선택의 고민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 시설 보호에 집중한 후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북한군 포병 전력을 격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100% 요격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울의 일부 도시가스 시설 등이 북한군 미사일이나 방사포 공격에 타격을 받으면 그 일대는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하게 된다.
한국군은 북한군의 혼합공격 위협에 대응해 한국형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드론과 장사정포 위협을 동시에 처리하는 통합 대응 체계다. 이외에 사드(미군), 패트리엇(PAC-3), L-SAM, M-SAM(천궁)으로 다층 방공구조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 방공 장비들의 지휘 책임이 육군과 공군으로 이원화돼 있는 등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통합돼 있지 않은 점이다. 이지스 요격체계까지 포함하면 해군도 연계돼 있고, 북한군의 섞어 쏘기 위협이 동시에 전개될 때 표적 할당과 교전 우선순위 조정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 강건작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예비역 중장)은 “한국군은 저탐레이더, EO/IR(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 RF 스캐너, 음향탐지기와 탄도탄에 대비한 그린파인레이더, 이지스 레이더 등 다양한 수단이 제각각 탐지 정보를 생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이 하나의 통합된 상황인식으로 수렴되지 않으면, 전체 방어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산된 탐지체계 정보를 실시간 융합해 단일한 공통작전상황도(COP) 위에 구현해야 한다”며 “그런 후 ‘교전 우선순위 결정 알고리즘’을 통한 타격 수단과 긴밀하게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탄도미사일에는 PAC-3나 L-SAM을, 순항미사일에는 M-SAM을, 드론에는 천궁이나 에너지 무기를 자동 배당하는 방식이다.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anbo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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