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의 군함 파견 요청 대미투자로 무마

한승동 에디터 2026. 3. 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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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백악관 미일 정상회담, 대미투자 2탄 발표

일본 "군함 파견 법적 장벽이 높다” 부정적

1호 투자에 이은 총730억 달러규모 투자

“세계에 평화·번영 가져다 줄 사람은 도널드뿐”

트럼프 “일본, 잘 하고 있다. 나토와는 달라”

다카이치를 움찔거리게 한 트럼프의 썰렁 농담

일 기자 기습 왜 안 알렸나 묻자 "진주만 기습은?"
3월 19일,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케우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국빈 만찬을 하는 동안 연설을 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케우치 총리는 이란, 에너지, 인도태평양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2026.3.19.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중국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 선박 호위군함 파견을 요청한 이후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 그를 직접 만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20일(미국 현지시각 19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관심이 쏠렸던 군함 파견에 대한 별다른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군함 파견 "법적인 장벽이 높다"

다카이치 총리느 이날 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일본의 법률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했다"면서 군함 파견 요청 여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일본 헌법과 법률을 근거로 군함 파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를 위한 자위대 군함 파견에 대해 "법적인 장벽이 높다"며 부정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1호 투자에 이은 총730억 달러규모 2호 투자

대신 일본은 지난 달의 제1호 투자에 이어 이날 대미 직접투자 제2호를 발표하고 3호 발표를 예고하는 등 지난해 관세협상 때 합의한 총 5500억 달러(약 820조 원) 규모의 대미투자 조기 실행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미국의 요구를 돈으로 무마하는 전략을 썼고 미국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양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 맞춰 일본이 최대 730억 달러(약 108조 원)를 투자하는 에너지 분야 대미투자에 관한 공동문서를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차세대 원자로 '소형 모듈로' (SMR) 건설 등 3개 사업이 대상인데, '이란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 사정을 감안한 미국산 원유의 대일 수출 사업 투자 검토도 문서에 명기하기로 했다.

2호 투자의 핵심사업인 SMR은 미국 테네시 주 등에서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미국 GE(제너럴 일렉트릭) 베르노바의 합작기업이 건설할 예정인데, 일본은 최대 400억 달러(약 59조 6000억 원)를 투자한다.

일본은 또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주에 2개의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데 최대 330억 달러(약 49조 원)를 투자한다.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건설로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다.

제3호 이후의 투자는 대일 수출과 미일 공동비축을 염두에 둔 미국 유전 개발과 대형 원자로 건설 사업 등을 검토하기로 했으며도시바와 히타치, 미쓰비시전기 등이 주요 부품과 설비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일본의 대미투자 제1호의 투자분야는 천연가스 발전소, 원유 반출 항만시설 정비, 인조 다이아몬드 제조시설 개발 등 3개 프로젝트로 결정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들 3개 프로젝트 사업규모는 360억 달러(약 52조 원)라고 밝혔다.

"세계에 평화와 번영 가져다 줄 사람은 도널드뿐"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긴박한 중동정세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전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은 도널드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운 뒤 "나는 여러 나라들에 호소해서 확실히 (그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에서 "일본에서 특별한 분을 맞이했다"면서 자신이 지난 2월 일본 중의원선거 때 대놓고 다카이치 총리 지지 발언을 한 일을 떠올리며 "일본 역사상 선거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인기 높고, 강력하며, 위대한 여성"이라며 화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3월 19일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만찬을 하는 동안 발언하고 있다.2026.3.19. UPI 연합뉴스

트럼프 "일본, 잘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봉쇄 해제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충분히 대처해 왔다고 본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다르다"고 했다. 일본으로부터 어떤 지원을 기대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는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일본에서 우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군)병력을 배치하고 많은 돈을 들여 왔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지만 일본이 역할을 하는 것은 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란에 대해 "핵무기 개발은 허용돼선 안 되기 때문에 일본도 만류해 왔다. 우리나라는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공격,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폐쇄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이란 외무장관에게 그만둘 것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다카이치를 움찔거리게 만든 트럼프의 농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접견하면서 일본의 과거 진주만 공격을 농담조로 조롱한 말로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이란 분쟁에 대한 질문이 오간 뒤 한 일본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 그리고 일본에 전쟁계획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너무 많은 신호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기습 공격을 위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매우 강력하게 공격했다"며 "기습 공격에 대해 일본보다 더 잘 아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회의실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장난스럽게 "왜 당신들은 나에게는 진주만 공격 계획을 알리지 않았나?"라며 한 번 더 치고 나갔다.

트럼프가 이처럼 일본이 미국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만든 순간을 언급하자, 웃음이 밈췄고 "다카이치 총리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의자에서 몸을 움찔거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미국 해군기지 공격은 트럼프가 태어나기 거의 5년 전인 1941년 12월 7일에 감행됐다. 그 공격으로 2390명의 미국인이 사망했고, 미국은 다음 날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이 날을 "영원히 (기억해야 할) 치욕적인 날"이라고 불렀다. 미국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고, 그 며칠 뒤인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항복했다. 그 원폭 투하로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즉흥적인 이날 답변에 환호했다. 그의 아들 에릭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에 "기자 질문에 대한 역사상 가장 멋진 답변 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올렸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언론인 메흐디 하산은 이렇게 썼다. "정말 웃기네요. 그가 대통령이 아니라 TV 속 등장인물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무런 불편함이나 두려움, 민망함 없이 마음껏 웃을 수 있었을 텐데요."

트럼프는 지난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발언에 대해서도 썰렁한 대꾸를 해 화제가 됐다. 메르츠 총리가 6월 6일을 (나치 독일에 대한 연합군의 최대 반격작전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일(D-day)로 언급했을 때, 트럼프는 그날이 총리에게는 "즐거운 날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