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여야 할 주택정책, 꼭 '벌새' 같다"

김동훈 2026. 3. 2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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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택학회 토론회…'주택정책 회고와 미래'
"사회적 합의 이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부동산 정책을 '냉탕온탕' 정책이라고 하죠. 자주 변하고, 크게 바뀌고, 보수와 진보 정권에 따라 변한다는 의미도 있죠. 그만큼 정책이 남발됐습니다. 알바트로스가 날갯짓 한 번에 10마일을 날아간다는데 벌새는 1초에 3000번 날갯짓을 하고도 제자리에 있다고 하죠. 주택 정책도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조만 서강대 교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은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 때 시작한 것인데요. 세제, 금융규제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죠. 2026년이 되어도 여전히 투기 억제 정책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60년 동안 안 되는 것은 정책이 대단히 잘못됐거나 영원히 안 되는 것입니다."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
진창하 한국주택학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감정평가사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방향' 주제로 라운드테이블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한국주택학회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19일 서울 서초구 감정평가사회관에서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는 이런 비판들이 쏟아졌다.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돈을 더 벌기 위해, 부동산 차익을 얻으려고 하는 게 투기라면, 전 국민이 매일 하는 게 투기"라며 "부동산은 원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도, 잃을 수도 있는 성격이 있는데 어떻게 '투기'라고 정의를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실수요가 아닌 것, 다주택자의 행위를 투기라고도 하는데, 모든 행위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고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민간 임대주택사업자인 경우, 아주 오래전에 집을 샀다가 집값이 올라버린 노인도 많다. 이들에게 30억원짜리 집을 28억원에 내놓게 한 뒤 대출 2억 받을 수 있고 현금은 28억원 가진 젊은 부자에게 넘겨 주는 것이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하고, 좋은 일인가. 이들 다음에 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념적, 정치적 접근법으로 수많은 국민을 불편, 불안에 빠트리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은행 대출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는 국민을 보여주는 게 정부가 할일이냐.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 집 하나 사서 주거 안정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세제와 금융규제를 함부로 휘두른다. 정부는 국민을 졸로 보지 말고, 예의를 좀 지켜라"라고 했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도 "부동산 가격 안정이 정부 정책의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결과적으로 가격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며 "수요 억제를 하면 (거래량이 감소하고, 이후 수요가 증가할 때) 더 가격이 뛸 수 있다. 집값 안정이란 목표를 만드는 순간 수렁에 빠지고, 시장 반응이 바로 나오지 않으니 더 강한 정책을 내는 것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시가격을 높여 보유세를 올리면서 거래세를 낮추지 않는 것은 정책 방향이 서로 맞지도 않는다"며 "정책 목표를 가격보다는 생애 첫 내집 마련에 대한 금융 지원과 서민을 위한 임대시장 안정, 그런 쪽으로 맞추고 이를 꾸준히 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의철 건국대 교수는 "미래의 주택정책은 예측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며 "정부마다 정책 기조가 달라지고 변화의 골이 커지는 탓에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지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조만 서강대 교수의 경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집값 안정'을 부동산 정책 목표로 하는 나라가 없더라"며 "미국과 서유럽, 일본 등 대부분 국가는 적정한 주택공급, 구입 가능한 주택 공급을 위한 시장 안정화, 부동산 시장발 시스템 리스크 관리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또 "미국의 경우 30대에 30년 만기의 고정금리 대출로 집을 얻고 60대가 되면 이를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대공황 이후로 운영하는 등 장기 정책이 있다"며 "우리 주택정책도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 무엇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인가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주택학회는 이번 첫 세미나를 시작으로 연속 기획 토론회를 이어가며, 주택정책의 역사적 성찰과 미래 비전 제시를 위한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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