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명칭 쓰는 법인이 내는 브랜드 사용료 2021년 4932억에서 올해 7538억으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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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이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는 현행 수준 유지를 원하는 반면 은행은 "과도한 징수가 자본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일 농협중앙회가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계열사로부터 수령한 농지비는 7097억원이다.
농지비 규모는 최근 6년 동안 약 53% 증가했다. 연도별 농지비 규모는 2021년 4932억원, 2022년 4986억원, 2023년 5434억원, 2024년 6667억원, 2025년 7097억원, 2026년 7538억원(예상) 등이다.
농지비는 '농협'이라는 명칭을 쓰는 법인이 브랜드 사용료 성격으로 내는 돈이다. NH농협은행 등 자회사들이 금융지주 또는 경제지주를 거쳐 농협중앙회에 내게 되며 유통 활성화 등 농민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농지비 규모가 커질수록 농업인을 돕는 재원이 늘지만 계열사의 수익은 악화되는 구조다.
농협은행은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에 따라 수익의 일부를 농지비로 내는 건 타당하지만 그 금액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 종합기획부 관계자는 "농협의 수익센터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농지비 부담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농지비 납부는 근본적인 은행 사업 영위를 위한 자본 적정성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수취 구조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금융위원회 또한 지난해 12월 4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 "(농업지원사업비) 납부액이 증가하게 되면 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부과액 인상에 반대했다.
다만 수치만 놓고 보면 아직 그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협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2021년 15.30%에서 2025년 15.23%로 5년간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농지비 부담이 커진 와중에도 자본 건전성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은 셈이다.
중앙회는 현행 수준의 농지비 징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최근 농협법 개정으로 농지비 부과액 상한이 상향된 것에 대해서도 중앙회 측은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농협중앙회 기획실 관계자는 "금융의 전문화와 효율화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농촌에 환원한다는 사업 구조 개편의 취지를 감안할 때 현재의 비용 분담은 필요하다"며 "법 개정 사항을 충실히 반영하고 계열사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농업인과 농축협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같은 재원을 두고 받는 쪽은 늘기를, 내는 쪽은 줄기를 바라는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다. 농협법 개정으로 중앙회의 자금 요구 근거가 한층 강해진 만큼 농지비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규모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사이 정작 이 자금이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미애 의원은 "수천억원이 매년 오가는데 농업인이 체감하는 변화가 없다. 누구를 위한 농지비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물어야 할 때"라며 "농지비가 목적에 맞게 투명하게 쓰일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