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하드코트 대잔치, 왜 ‘선샤인 시리즈’라 불리나?[박준용 인앤아웃]
- 기후 극복과 연속 우승의 난이도, ‘선샤인 더블’이라는 영광의 수식어 탄생

매년 3월,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은 미국으로 집중됩니다. ‘제5의 그랜드슬램’이라 불리는 ATP와 WTA 1000시리즈 ‘BNP파리바오픈’과 ‘마이애미오픈’이 연달아 개최되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 두 대회를 묶어 ‘선샤인 시리즈(Sunshine Series)’라 부르고 두 대회를 한 시즌에 모두 우승하는 것을 ‘선샤인 더블(Sunshine Double)’이라는 특별한 명칭으로 기념합니다.
이 시리즈가 ‘선샤인’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대회가 열리는 지역의 특색 있는 기후 때문입니다.
첫 번째 관문인 인디언웰스에서 열리는 BNP파리오픈은 캘리포니아주 코첼라 밸리의 사막에서 개최됩니다. 사막 특유의 강렬한 햇살과 건조한 공기 그리고 저녁의 서늘한 기온차는 선수들에게 극한의 적응력을 요구합니다.
이어지는 마이애미오픈은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데 플로리다의 공식 별칭 자체가 바로 ‘선샤인 스테이트(The Sunshine State)’입니다.
하지만 마이애미의 햇살은 인디언웰스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해안가 특유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강한 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힙니다. 3월의 온화한 봄볕 아래 시작해 뜨거운 여름의 초입을 경험하는 이 여정은 말 그대로 ‘태양과의 싸움’입니다.
두 대회가 열리는 도시의 날씨가 단순히 좋아서 ‘선샤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선샤인 더블’을 달성하는 것이 그랜드슬램 우승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인디언웰스 사막의 건조한 공기 속에서 높게 튀어 오르는 공에 적응한 후 불과 며칠 만에 습도가 높고 공기 저항이 큰 마이애미의 환경에 다시 컨디션을 맞춰야 합니다.

4주 동안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이질적인 두 환경을 모두 정복해야 한다는 점이 이 시리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40년이 넘는 ‘선샤인 시리즈’에서 남자 선수가 ‘선샤인 더블’을 달성한 선수는 7명에 불과하며 이들은 모두 세계 1위에 올랐던 전설들입니다.
짐 쿠리어(미국, 1991년), 마이클 창(미국, 1992년), 피트 샘프라스(미국, 1994년), 마르셀로 리오스(칠레, 1998년), 안드레 애거시(미국, 2001년), 로저 페더러(스위스, 2005~2006, 2017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011, 2014~2016년)가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지난주 막을 내린 BNP파리바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야닉 시너(이탈리아, 2위)가 현재 진행 중인 마이애미오픈까지 정복한다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참고로 시너는 지난 2024년 마이애미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선샤인 시리즈처럼 특정 시기나 지면에 따라 대회를 묶어 부르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4대 그랜드슬램 중 유일하게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롤랑가로스를 앞두고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로마에서 열리는 대회를 ‘유럽 클레이 스윙’이라고 부릅니다.
윔블던을 앞두고 열리는 잔디코트 대회를 ‘그린 스윙’, 8월 북미 하드코트 대회들을 거쳐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US오픈으로 향하는 일정은 ‘US오픈 시리즈’ 또는 ‘북미 하드코트 스윙’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시리즈’나 ‘스윙’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경기 일정을 넘어 해당 지역의 문화와 기후 그리고 테니스의 전략적 재미를 배가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loveis5517@naver.com), ENA 스포츠 테니스 해설위원, 아레테컴퍼니(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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