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도 안짓고 소 키우나"…국내 커스터디 눈길 안주는 당국
국내 수탁 시장 급감, 글로벌 격차 ↑
커스터디 인프라 확대 목소리 높아져

최근 국세청 보유 코인 해킹 사건에 이어 검찰 보유분 탈취 사태까지 잇달아 발생하며 공공기관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안전한 보관 체계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나 당국의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국에서 본격적으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수탁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상반기 중 민간 가상자산 위탁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국세청도 최근 가상자산 수탁에 대해 내부적으로 회의를 갖고 외부 업체 선정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거래소를 유력한 위탁업체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의 보관 기능과 함께 매매가 한 번에 되는 구조에다 자기자본력이 풍부한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거래소는 최근 들어 잇따른 해킹 사태와 오지급 사태가 발생해 당국으로서도 난처하게 됐다.
여기에 거래소의 반응도 미지근한 상황이다. 앞서 경찰청이 지난해 세 차례 진행한 업체 선정 입찰은 모두 유찰됐다.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데다 책정된 예산도 적어 거래소를 비롯한 업계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관 등의 책임을 모두 민간에게 이양하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보관'에 초점을 맞춘 커스터디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실행 동력을 확보할 규제 인프라 구축 논의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보관업과 관련해 거래소의 참여 범위와 방식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히지만, 입법 당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소유 제한 쟁점에만 매몰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커스터디 업계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탁 규모는 2023년 추정치 11조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7000억원 내외로 급감했다.
반면 미국 시장은 같은 기간 6800억 달러에서 8000억 달러로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인베이스 프라임과 연방 공인 가상자산 은행인 앵커리지 디지털 등 글로벌 주요 사업자들은 이미 수탁 서비스, 거래, 온체인 접근 기능을 통합해 기관 자금 유입을 확대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앵커리지 디지털과 같이 기관 신뢰를 확보한 전문 수탁 기업을 국내에서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성일 KDAC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세미나에서 "지난해 기준 비트코인 보유자 중 법인 비율은 13~25% 내외이며, 국내 상장 법인 중 10개사 내외가 3000개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법인은 실명계좌가 없어 장외시장(OTC) 거래에 의존해왔고, 시장 가격과의 괴리가 크고 매수·매도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제도가 개편되어 장내 법인 거래가 허용되면 유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대표는 "수탁회사는 키 관리, 운영 통제 권한 분리, 사고 대응, 감사 기능을 수행한다"며 "특히 새로 도입되는 다자간연산(MPC) 기술은 키를 삼중 보관하는 방식으로 해킹 위협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커스터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미국의 상황을 볼 때 코인베이스 프라임과 앵커리지 디지털이 상생하는 구조"라며 "거래 플랫폼뿐 아니라 보관 플랫폼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면 균형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보관업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외양간을 빨리 지어야 한다"고 끝맺었다.
한종욱 기자 onebel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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