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민 토끼몰이 단속 지양” 인권위 의견에…‘권고 수준 후퇴’ 비판
“단속과정 적법절차 위반은 전혀 안 담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출입국 당국이 포천의 한 식당에서 벌인 미등록체류 외국인 단속 사건과 관련해 “토끼몰이식 단속을 지양해야 한다”고 의견 표명을 했다. 하지만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위반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등 과거 인권위 권고 수준 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는 지난 1월12일 법무부 장관에게 “미등록체류 외국인 단속 계획 수립 시 ‘토끼몰이식 단속’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 표명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안전사고 발생 요인이 있는 구역으로 접근할 때는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24년 4월 법무부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원들이 포천 신북면 소재 타이(태국) 식당 개업식에 참석한 미등록체류 외국인을 단속해 20~30대 타이인 21명에게 수갑을 채우고 연행한 일이다.
타이식당 사장인 진정인 ㄱ씨는 “단속반이 미등록체류 외국인 단속을 위해 외국인들을 연행하면서 식당 주인에게 문서를 제시하거나 신분을 설명하지 않았고 외국인들에게는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단속 과정에서 합법체류자인 외국인의 오른쪽 뺨을 주먹으로 때리고 수갑을 채웠다”고 주장했다. 또 ㄱ씨는 “3일 뒤 출국 예정인 외국인을 강제로 보호소에 감금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단속 과정에서 식당 주인에게 ‘불법체류자 적발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식당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고 알렸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현장에 있던 외국인들에게 미란다원칙을 구두로 고지한 뒤 호송차량에서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작성된 고지문을 재차 읽게 했다고 주장했다. 자진출국 사전신고를 했다고 주장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관련 증빙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였고, 이후 사전신고 사실을 참작해 본국으로 출국할 수 있게 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미란다원칙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점, 자진출국 사전신고 외국인은 결국 단속반이 외국인을 보호 해제한 점, 합법체류자 외국인이 단속반원에게 맞았다는 진술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진정사건을 기각했다. 다만 단속 과정에서 물리적 저항과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른바 ‘토끼몰이식 단속’과 같은 무리한 단속이 실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을 받은 진정인 ㄱ씨는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권위가 단속반원의 이야기만 믿고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ㄱ씨는 “그날은 식당 개업 잔칫날이었고 이를 축하해주러 태국 손님들이 와 있었는데 ‘마약파티를 한다’는 허위신고를 이유로 남의 사업장에 영장도 없이 무단침입했다”며 “무방비상태에 있는 외국인들을 엎어뜨리고 수갑 채우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이 정도인가 깜짝 놀랐는데 이런 이야기는 전혀 담기지 않아 인권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현재 비자 있는 외국인 친구들도 식당에 오기를 꺼려해 폐업 위기에 놓인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의견표명은 김포 건설현장에서 출입국의 단속을 피하다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가 2019년 1월 내놓은 시정권고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인권위는 △주거권자 및 관계자 동의 절차 위반 △긴급보호서의 남용 △단속과정에서의 과도한 강제력 사용 등을 지적하며 공무원 직무교육과 관련자 징계를 권고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인권위가 2019년 출입국관리법상 긴급보호제도(긴급 신병확보)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아직도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토끼몰이식 단속 방식만 문제 삼는 건 오히려 더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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