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진화하는 ‘21세기 비틀스’ [BTS 컴백 공연 D-1]

고승희 2026. 3.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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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체 컴백 BTS 13년 여정
‘분노에서 고백까지’ 6단계 진화기록
‘글로벌 전략’으로 돌아온 ‘아리랑’
‘최초’ 넘어 ‘최고’를 되찾는 도전자
“모차르트·비틀스 같은 부담과 짐
깊이있는 빅스타 음악으로 넘어야”
완전체 컴백을 앞둔 방탄소년단의 2026년 모습.

3년 9개월 전, 방탄소년단(BTS)은 데뷔 9년의 궤적을 갈무리한 앨범을 내며 ‘완전체’로서 활동에 쉼표를 찍었다. 타이틀곡은 ‘옛 투 컴(Yet To Come)’. 정상에 선 ‘21세기 비틀스’가 K-팝 사상 유례없는 기록들을 만들며 느낀 ‘심경 고백서’였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선언한 이들은 국방의 의무와 눈부신 솔로 활동을 마치고 다시 한자리에 섰다.

‘흙수저 아이돌’로 시작해 ‘K-팝 센세이션’이라 주목받았고, 이젠 ‘21세기 비틀스’로 추앙받는 팝 음악계의 아이콘 BTS는 아시아에 갇혀 있던 K-팝 시장을 북미와 유럽으로 확장했다. 그리고 ‘컴백 D-데이’를 맞은 지금, 자신들이 걸어온 길 위에서 새로운 질문들을 마주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내러티브는 ‘언더독(Underdog)’의 승리다.

턱없이 부족한 자본력의 중소 기획사, 의미를 곱씹기 힘든 ‘촌스러운 이름’이라는 비웃음까지 받았지만 그들은 비주류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이는 전 세계 청년들의 강력한 감정적 지지와 연대감을 가져왔다. 방탄소년단이 쌓아 올린 6단계의 진화 기록이다.

(왼쪽부터) 2013년 데뷔 앨범 ‘2 쿨 4 스쿨’, 2014년 ‘Skool Luv Affair’, 2017년 ‘러브 유어셀프 승 허’, 2019년 ‘맵 오브 더 솔’, 2020년 Dynamite

▶1단계 : 분노와 저항 “네 꿈은 뭐니”=방탄소년단의 태생은 ‘저항’에 있었다. 2013년 데뷔 앨범 ‘2 쿨 4 스쿨(2 COOL 4 SKOOL)’로 시작된 ‘학교 3부작’은 10대들의 억눌린 꿈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네 꿈은 뭐니?’라고 물으면 ‘에브리바디 세이 노(Everybody say NO)’라고 답하며 기성세대의 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에서다. 결핍을 동력 삼아 주체성을 확인해 가는 첫 번째 증명의 과정이었다.

2014년 미니 3집 ‘화양연화’ 당시의 방탄소년단.

▶2단계: 청춘의 균열…위태로운 화양연화=아름다운 날들이 있었다.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가장 찬란한 날들을 담아냈다.

1.5평짜리 지하 연습실에서 ‘가내수공업 프로덕션’을 꾸려 앨범을 만들던 시기, 소년의 껍질을 벗고 청춘의 복판으로 들어선 그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노래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불안과 위태로움, 상실의 균열을 포착했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는 이때 처음으로 성공 가도에 올랐다.

2016년 이어진 ‘윙즈(WINGS)’ 앨범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모티브로 세계관을 짰다. 치열한 성장통을 치열하게 묘사하며, 갈등 속에서도 날아오르려는 청춘의 서사를 완성했다. 타이틀곡 ‘피 땀 눈물’로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대중의 귀에 안착했고, 수록곡 ‘봄날’은 ‘봄의 캐럴’로 지금도 자리한다. ‘화양연화’ 시리즈의 성공은 전 세계 팬들이 BTS에게 ‘정서적 동기화’를 느끼게 된 결정적 변곡점이 됐다.

▶3단계: 자기 수용…“나 자신을 사랑하라”=2017년 개인의 서사는 인류 보편의 메시지로 확장됐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다. 그해 9월 발매한 미니 5집 ‘러브 유어셀프 승 ‘허’ (LOVE YOURSELF 承 ‘Her’)’를 시작으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3집 리패키지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로 2년 6개월간 이어진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메시지는 K-팝을 넘어 유엔(UN) 연설과 글로벌 캠페인으로 이어지며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위로를 건넸다.

이 시기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주류 사회 속의 비주류, 소수자들을 단단히 묶었다.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는 성별, 연령, 인종, 장애 넘어 소수자를 포용했다.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의 모습을 한 이들은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를 꺾고 K-팝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이후 2022년, 이 부문 시상이 폐지될 때까지 방탄소년단은 이 상의 5년 연속 주인공이었다.

▶4단계: 자아 해부…영혼의 지도를 그리다=2019년 성공의 정점에서 다시 그들은 ‘내면’을 향해 메스를 든다.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을 빌려온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시리즈에서 이들은 자신의 ‘페르소나(가면)’, ‘섀도(그림자)’, ‘에고(자아)’를 해부했다. 스스로를 이카로스에 빗대 높은 곳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추락의 공포를 고백했다. 다시금 자신들의 뿌리를 되짚으며 ‘내면의 지도’를 그리는 앨범이었다.

당시 그룹은 이미 ‘거인’의 자리로 향해갔다. ‘페르소나’ 앨범이 세상에 나온 2019년 4월 12일, 음원 플랫폼 멜론은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됐다. 그해 방탄소년단은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K-팝 그룹 최초로 역사적 공연을 열었다.

▶5단계: 전략적 팝…팬데믹의 위로와 침투=전 세계가 고립된 시기, 방탄소년단은 영리한 ‘글로벌 전략’으로 선회했다. 주류 팝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한 것. 목표는 빌보드와 그래미의 입성. 진지한 메시지 대신 경쾌한 디스코와 팝 장르를 선택하고, 영어로 가사를 써 K-팝의 정체성을 다시 세웠다.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로 이어지는 ‘팬데믹 3부작’은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갔다. 2020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다. 내놓는 신곡마다 빌보드 ‘핫 100’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2021년엔 불과 3개월 새 ‘핫 100’ 1위에 세 곡이나 올렸다. 이는 1964년 비틀스 이후 가장 빠른 속도였다.

▶6단계: 고백과 멈춤…“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데뷔 9주년을 맞아 공개한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와 ‘찐 방탄회식’은 이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담은 ‘고백’의 시간이었다. 쉴 틈 없이 달려온 끝에 마주한 번아웃과 창작의 고통을 털어놓으며, 그룹 활동의 ‘쉼표’를 선언했다.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Yet To Come)”는 약속과 함께 멤버들은 군 입대와 개인 활동이라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재도약을 준비했다.

2022년 그래미어워즈에서의 방탄소년단.

다시 ‘증명할 시간’이다. K-팝의 지형도는 급변했다. 세븐틴과 스트레이 키즈가 앨범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가 전 세계 차트를 지배하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는 K-팝 최초의 그라모폰(그래미어워즈 트로피)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제 방탄소년단은 ‘최초’의 기록자가 아닌 ‘최고’의 자리를 되찾아 할 도전자가 됐다.

이처럼 ‘글로벌 빅스타’로의 화제성에만 만족할 것인지, 시대의 흐름을 지배하는 음악적 이정표를 다시 세울 것인지의 갈림길에서 나온 음반이 바로 ‘아리랑’이다.

돌아온 방탄소년단이 찾은 해답은 ‘뿌리’다. 3년 9개월 만에 내놓는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앨범’은 군 복무, 솔로 활동, 긴 공백기를 거쳐 달라진 7명의 이야기를 빼곡하게 담았다. 총 14곡을 빼곡하게 채운 앨범은 라이언 테더, 디 플로, 엘 긴초 등 세계적인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명확한 ‘글로벌 지향’을 그렸다. 하지만 그 중심엔 RM이 작사에 참여한 타이틀곡 ‘스윔(Swim)’과 ‘아리랑’이라는 한국적 서사가 자리한다. 김도헌 평론가는 “BTS의 진솔함과 함께 최첨단 사운드로 글로벌 지향을 보여주며 고해상도 음악을 뽑아내는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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