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아니었어?’ 우상향한다던 ‘금’, 전쟁 이후엔 급락세···6년만에 최악 주간 낙폭 전망

김경민 기자 2026. 3. 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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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 가격 온스당 5200달러에서 4600달러까지 하락
국내 금 가격도 한돈에 84만원까지 하락
전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움직임이 확산된 영향
지난 1월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제 금 가격이 19일(현지시간) 5% 넘게 추락했다. 열흘 전만 해도 온스당 5200달러였으나 4600달러까지 떨어졌다. 은 가격도 열흘간 20% 넘게 추락했다. 통상 지정학적 위기에는 안전자산인 금과 은 가격이 강세를 보이지만, 이번 전쟁으로 글로벌 금리인상 움직임이 확산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금가격까지 꺾인 것이다. 금·은 가격이 추락하면서 국내 금 거래량이 반 토막이 나는 등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국제 금 선물은 1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장보다 5.93% 급락한 4605.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국제 금 현물도 장중 6.6% 급락하는 등 7거래일 연속 하락해 지난 2023년 10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지난 1월말 1돈(3.75g)당 100만원을 넘겼던 국내 금 가격도 이날엔 84만6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은 가격도 부진했다. 국제 은 선물은 전장보다 8.22% 급락한 온스당 71.22달러에 장을 마치며 연초(71.02달러)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난 1월부터 급등해 가격이 120달러를 웃돌기도 했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아시아 거래에선 금과 은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낙폭을 모두 만회하진 못했다.

통상 ‘안전자산’인 금과 은은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때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전쟁 이후엔 미국 나스닥지수보다도 더 크게 하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금 가격은 이번주 8% 하락해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며 “금값이 6년만에 최대 주간 하락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은 선물은 최근 7거래일간 20% 넘게 하락했고 이주에만 10% 넘게 추락했다.

금값 하락은 유동성 축소 영향이 크다. 이번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 우려에 미국의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커진 탓이다. 여기에 전날 일제히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 미국, 일본, 영국, 유럽연합(EU) 모두 물가에 대해 우려하면서 금융시장에 글로벌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가치가 보존되는 금과 은은 달러가 약세일수록, 통화량이 늘어나는 금리인하 국면일수록 강세를 보인다. 그런데 금리인하로 기울어졌던 통화정책 분위기가 단숨에 반전되면서 금과 은도 약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전쟁 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뛰고 글로벌 통화긴축이 이어졌던 지난 2022년에도 금 가격은 크게 부진했다.

블룸버그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금 가격의 움직임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충격이 발생했던 당시 하락세와 유사하다”며 “그해 금 가격은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하며 사상 최장 기간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금의 추락에 투자심리도 빠르게 식고 있다. 금 채굴기업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이며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금값이 급등했던 지난 1월말 한국거래소 금시장 거래량은 3000억원을 웃돌았지만, 최근엔 1000억원 안팎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1월 개인은 금을 6930억원 순매수했지만 이달엔 480억원 ‘팔자’에 나섰다. 올해 투자자에 큰 인기를 끌었던 ‘KODEX 은선물(H)’도 1월 ‘8150억원’ 순매수에서 이달 770억원 순매도로 순매수액이 크게 줄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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