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기유학의 민낯] ③ 유학중 귀국의 불편한 진실

이창선 2026. 3. 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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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국 돌아가겠다는 학생 왜?
성적 아닌 또래 갈등이 촉발한 위기

[편집자주] 매년 수 많은 학생들이 부푼 꿈을 안고 미국 유학을 떠난다. 보딩스쿨의 캠퍼스, 토론식 수업, 아이비리그로 이어지는 탄탄한 입시 경로. 학부모들은 앞으로 열려질 모든 가능성에 수천만 원, 때로는 억 단위의 돈을 쏟아붓는다. 그런데 몰라서 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이 있다.

"만약 아이가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 채우지 못한 학기에 미리낸 학비는 어떻게 되나?" 이같은 질문에 대한 미국 사립학교의 답은 대부분 이렇게 돌아온다. 'No Refund(환불 불가)''. 미국 보딩스쿨과 사립 고등학교의 등록계약서에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학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학부모가 이미 납부한 학비는 학교의 것이다. 질병이든, 정신건강 위기든, 가정 사정이든 예외는 없다. 적응에 실패한 아이는 귀국하지만, 돈은 학교에 남는다.

불합리해 보이는 미국 유학 학비환불 이슈를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 본다. 환불이 안되도록 되어 있는 계약 구조, 재등록 계약의 함정, 학업 도중 귀국하는 학생들의 감춰진 이유, 그리고 유일한 탈출구인 '학비 환불보험'이라는 안전판을 종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라면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들이다. 당사자들이 꼼꼼히 따지고 살펴야 만에 하나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을 줄이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美 조기유학의 민낯’ 기획시리즈 순서
① 미국 유학의 숨겨진 함정
② 학사 재등록 계약의 덫
③ 유학중 귀국의 불편한 진실
④ 유일한 탈출구 '학비 환불보험'

"영어는 잘하는데 도대체 왜 돌아오는 걸까요?"

유학 컨설팅 전문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성적 때문에 돌아오는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에 치여서라는 설명이다. 학부모들이 유학을 결정하기 전 또는 유학 중에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게 '아이가 영어를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실제 유학 현장은 딴판이다. 어린 유학생들의 중도 귀국 원인은 대개 공부가 아닌 ‘또래 관계’이기 때문이다.

조기에 미국 유학을 떠난 학생들 가운데는 성적도 나쁘지 않고 영어도 잘 하는데 또래 갈등으로 인해 귀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잖다.

학교 적응실패 뿌리는 '관계'

미국 사립학교의 수업 방식은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교사의 강의식 수업보다는 토론(Discussion), 발표(Presentation),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이 주를 이룬다. 영어가 어느 정도 되더라도 '영어로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능력이다. 한국식 교육에 익숙해진 학생이라면 어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기숙사 생활의 특성까지 더해진다. 24시간 영어를 써야 하는 환경에서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과 방을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이 과정이 순탄치 않으면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인천 출신 강 모군(16)은 미국 동부의 한 보딩스쿨에 9학년(중3)으로 입학했다. 영어 사용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입학 두 달 만에 심각한 우울 증상을 보였다.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누구도 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아 식당에 혼자 앉아서 밥을 먹어요. 기숙사에서 룸메이트가 저한테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외로웠어요." 상담 교사는 학부모에게 즉각적인 귀국을 권유했다. 강군의 학비는 연간 5만5000달러(약 7400만 원)였으나 이미 개학을 한 뒤였기 때문에 전액 환불을 받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미국 유학 중 기숙사 생활이나 동급생들 사이의 관계에 지쳐서 중도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하거나 방학 때 돌아왔다가 학교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학생들도 있다.

예측 불가 ‘홈스테이 리스크’

기숙사가 아닌 홈스테이(Homestay) 형태로 생활하는 유학생들은 또다른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홈스테이 가정의 생활 방식이나 식습관, 가정내 규칙 등 같이 생활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일들 때문이다. 식사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 매일 체중이 빠지는 학생도 있고 새벽까지 TV를 켜두는 바람에 잠을 못 자거나 홈스테이 가정 내 갈등을 목격하면서 불안장애가 생긴 학생도 있다. 이런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면 홈스테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전에 사는 윤 모양(14)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사립학교에 8학년으로 입학해 홈스테이 가정을 배정받았다. 그런데 이 홈스테이 가정의 부부는 매일 밤 심하게 다투고는 했다. 결국 윤양은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고 밤마다 공황 발작 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유학원을 통해 홈스테이 변경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학기 중 홈스테이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부모가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딸을 데리고 귀국할 수 밖에 없었다. 학비 환불을 못받은 것은 물론이고 현지를 오가는 항공권과 부모의 체재비까지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유학 중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해도 홈스테이 가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학생이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데 학기 중 홈스테이 변경이 안될 가능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정신건강 위협하는 ‘또래 갈등’

최근 들어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조기 유학생들의 귀국 원인이 있다. 바로 '또래 갈등'과 연결된 정신건강 위기다.

따돌림(Bullying)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집단 왕따까지 다양한 또래 갈등 상황이 발생한다. 미국 학교도 한국 학교처럼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 학생이 소수만 재학하는 학교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수자로서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잖다.

반대로 한국 학생이 많은 곳에서는 한국 학생들 끼리 내부 갈등이 심각해져 문제가 되는 사례도 있다. 한 유학 상담가는 "유학하던 아이들이 중도에 귀국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면 학업 문제는 20%도 안된다”며 “대부분은 관계, 심리, 환경 문제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학 중 또래 갈등으로 정신건강에 위기가 올 조짐이 보이면 미리 상담 등을 통해 대처하지 않으면 유학 자체를 중도 포기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는 왜 미리 알지 못할까


유학 중인 자녀가 힘들다고 부모에게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부모님을 걱정시키기 싫어서"라거나 "나 때문에 큰 돈을 쓴 게 미안해서"라는 이유로 문제를 혼자 끌어안고 삭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말을 꺼내는 예가 많다. 그런 시점이 되면 이미 아이가 심리적 회복이 어려운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한 임상심리사는 "유학 중 정신건강 위기를 겪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귀국 후에도 후유증을 겪는다"면서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에 유학을 보내기 전에 부모들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영어나 유학원 선정만이 아니다. 아이가 현지에서 잘 버틸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어떤 이유로든 귀국이 필요할 때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어쩌면 이 2가지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핵심적인 유학 준비사항이다.

유학 중도 귀국 주요 원인
● 교내·교외 또래관계 갈등 및 정서적 소외감
● 홈스테이 환경문제(식습관, 가정환경, 갈등)
● 언어·문화 장벽으로 인한 학교생활 적응 실패
● 우울증·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위기상황 발생
● 신체 질환, 수면 장애 등 건강 이상(학업 성적 부진이 직접 원인인 경우는 15~20% 불과)

이창선 한국금융신문 기자 lcs20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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