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버텼더니 효자 됐다'…두산의 가스터빈
가스터빈·스팀터빈 '복합발전 솔루션' 역량 확보
가스터빈 수익화 구간 진입…실적 개선 기대감↑

두산에너빌리티가 10년 넘게 투자해온 가스터빈 사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장기 투자 사업으로 평가받던 가스터빈이 본격적인 수익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미국 기업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370MW급 스팀터빈 및 발전기 각각 2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시장에 가스터빈을 처음 수출한 데 이어 올해 스팀터빈까지 첫 수출에 연달아 성공했다.
이번 수주는 단순 설비 공급을 넘어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아우르는 '복합발전 솔루션 패키지' 공급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복합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로 가스터빈을 돌리고, 이때 나온 열로 스팀터빈을 구동해 추가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다.
이번 수출은 업계 후발주자인 두산이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에 첫 수출을 이뤄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는 두산이 10년 이상 집념 투자를 지속한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두산이 가스터빈 사업에 첫발을 들인 건 2013년이다. 두산은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한 국책과제에 선정된 이후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에 약 1조원 이상을 투입해 독자 기술 확보에 나섰다. 당시 가스터빈은 미국·독일·일본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한 기술로, 한국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국가 전략 사업으로서 기술 자립 필요성이 큰 분야였다.
다만 개발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가스터빈 사업은 막대한 개발 비용과 긴 투자 회수 기간이 소요돼 민간 기업이 주도하기 부담이 큰 영역이다. 특히 2010년대 중후반에는 탈원전 정책 여파로 원전 수주가 끊기면서 두산그룹 전반이 유동성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그룹 내에서 가스터빈 사업은 수익성이 불확실한 장기 투자 사업으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럼에도 두산은 가스터빈 사업을 기술 주권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보고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2019년 대형 가스터빈 독자 모델을 개발하며 세계 다섯 번째로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이후 2023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실증한 뒤 지난해부터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
작년부터 가스터빈 수주가 확대된 배경에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특성상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보다 가스 복합발전 의존도가 높다. 특히 발전소 건설 기간이 짧아 전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됐다.
글로벌 시장 환경도 유리한 상황이다. 주요 터빈 업체들이 이미 수년치 수주 잔고를 확보해 생산 여력이 제한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신규 수주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가스터빈 누적 수주 물량은 작년까지 16기(국내 11기, 해외 5기)를 수주했고, 올해만 10기(국내 3기, 해외 7기)를 추가해 총 26기를 수주했다. 현재 해외 수주 물량은 전부 미국으로 수출된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수주한 북미 프로젝트의 주요 고객사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가 거론되고 있다.
증기터빈의 경우 2021년부터 국내 발주 물량을 확보해 작년 말 기준 국내 6기, 해외 9기를 수주했다. 이번 미국 스팀터빈 공급계약(2기)을 포함하면 총 17기다. 앞서 두산은 지난해 미국(GE버노바), 독일(지멘스)을 제치고 대형 스팀터빈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스팀터빈 공급 실적을 확보하면서 향후 대규모 복합발전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수주를 발판 삼아 북미 지역 유틸리티 기업 및 민자발전 사업자(IPP)를 대상으로 복합발전 모델 수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수주 확대에 따라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7627억원에서 올해 1조1000억원대, 내년 1조5000억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23조472억원으로 전년(16조2005억원) 대비 42.3% 증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이번 수주를 통해 북미 발전 시장이 두산의 발전 기술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북미 고객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아우르는 종합 공급업체로 시장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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