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장기화' 시나리오 진입한 이란 전쟁…'지옥의 문' 열리나?

정광윤 기자 2026. 3. 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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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과 이스라엘이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을 건드렸을까요?

이란 전쟁이 이번 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란이 가장 민감해하는 '돈줄', 에너지 시설이 공습 타깃이 되면서 이란으로선 이제 '너 죽고, 나 죽자'로 나오는 모습인데요.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잡고 버티면서 주변국들에 보복 미사일과 드론을 날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선, 끝없는 소모전으로 끌려 들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광윤 기자와 분석해 보겠습니다.

[앵커]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 거점을 때린 게 이번 전쟁을 다른 레벨로 바꿔놨어요?

[기자]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의 90%가 출발하는 하르그섬을 현지시간 13일 공습했습니다.

이란이 "이곳을 건드리는 건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예민한 '경제적 생명줄'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섬의 군사시설만 파괴했지만 향후 석유시설 공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이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둘 이유가 모두 사라진다는 겁니다.

JP모건은 "하르그섬에 대한 직접 공격은 이란 원유 수출을 즉각 중단시킬 것이며 해협을 지나는 선박이나 지역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심각한 보복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이후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를 폭격하면서 우려가 빠르게 현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가스전 폭격은 이란의 에너지 생산시설에 대한 첫 공습이어서, 여기가 공격을 받았다는 건, 앞으로 전쟁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요?

[기자]

이란은 주변 걸프국 에너지시설을 공격해 되갚아주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더 노골적으로 겨냥하고 나섰습니다.

하르그섬 피격 직후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항구와 샤 유전 등 핵심 에너지거점이 1차 공격을 받았는데요.

지난 17일까지 UAE에만 탄도미사일 300발, 드론 1600대 이상이 날아들었습니다.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이 폭격당한 뒤에는 카타르에 있는 세계 최대 LNG 시설로 보복 대상이 더 확대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에너지시설을 다시 공격하면 이란 가스전 전체를 폭파하겠다"고 경고했는데요.

이란 외무부 장관은 "우리 에너지 인프라가 다시 공격받는다면 절제는 없을 것"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앵커]

이스라엘이 이란의 가스전을 공격한게, 호르무즈 해협을 향한 이란의 공격이 여기서도 오고 있기 때문이잖아요.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상당히 곤혹스러운 한 주를 보냈죠?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들에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조선 호위를 위한 연합군을 구성하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협조를 압박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건 미국이 아니니까, '목마른 쪽이 우물 파라'는 식의 발언들을 내놨는데요.

미국의 안보지원에 보답해야 마땅하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특히, 유럽 국가들에겐 나토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기여를 내세웠고, 우리나라와 일본엔 미군 수만 명이 주둔해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바로 군함을 보내겠다고 답한 나라는 없었죠?

[기자]

요구받은 국가들 모두 거부했거나 즉각 답하지 않고 눈치만 봤습니다.

지난 18일까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등이 연달아 거절의사를 밝혔는데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를 걸었던 프랑스와 영국마저 각각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 박거나 확답을 미루며 거절로 기울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로선 상황을 최대한 지켜보면서 절차를 밟은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은 화가 많이 났죠?

[기자]

지난 17일 본인 소셜미디어에 "동맹국들 거절에 놀라지 않았다"며 "이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이미 큰 군사적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나토와 한국, 일본 등의 지원이 필요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쉽게 말해, '우정 테스트'를 해봤을 뿐 아쉬울 건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론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어진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참여를 압박하는 등 포기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앵커]

막힌 호르무즈 해협을 뚫는데, 뭐가 걸림돌인 건가요?

[기자]

덩치 큰 미 군함 입장에서 좁은 해협은 '쥐덫'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이 해협 양쪽 지상에 숨어 드론과 미사일을 날리면 거리가 짧아 요격이 어렵다"며 "미 해군에게 '살상구역' 즉, 무덤이 될 수 있다"는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심지어 해협이 가장 좁아지는 지역에선 대형 유조선이 지날만한 깊은 수심 기준으로 운신의 폭이 3km 너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란 고속정들의 '벌떼공격'과 수면 아래 기뢰·잠수정까지, 육해공 360도를 다 막아야 해 위험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호위에 나서라는 압박이 상당함에도 미 국방부 승인이 계속 미뤄지는 이유도 결국 이런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앵커]

해군만으로 어려우니, 지상군 투입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잖아요?

[기자]

로이터는 지난 18일 "트럼프 행정부가 수천 명을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해협을 확보하기 위해 이란 해안에 병력을 배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미 일본 오키나와에서 출발한 해병대 2200여 명이 곧 도착할 예정이고, 추가 증원까지 논의 중이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디에도 지상군을 보내지 않는다"고 부인했는데요.

"만약 보내더라도 미리 말하진 않을 것"이라며 앞서 동맹국들에게 이란공격을 사전통보하지 않은 이유도 기습효과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말과 다르게 속내는 지상군 투입으로 마음을 굳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입니다.

게다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9일 기자회견에서 "지상전 요소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 점도 투입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앵커]

어떤 식으로든 호르무즈 통제권을 가져와야 전쟁 종료에 가까워질 수 있겠군요?

[기자]

"이 전쟁은 이제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것이다.

그게 전부다"라는 유라시아그룹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의 발언이 현재 흐름을 잘 요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앞서 상륙작전을 유력 시나리오로 꼽으면서도 "미군 수천 명이 수개월동안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정권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악시오스는 "설령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내일 당장 철수하더라도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다시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전쟁이 9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해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이 얼마나 큰 경제적 여파로 이어질지, 현재로선 추측도 어려운데,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당장 국제유가가 문제입니다.

이번 주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선 위에서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이대로 가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사상 최고가, 147달러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두바이유와 같은 중동 현지 유가는 이미 배럴당 130달러도 뚫고 올라갔습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끌어올리고, 최악의 경우 저성장 속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유가 급등이 향후 1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약 0.3% 감소시키고, 물가상승률을 약 0.6%p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미 연준이 핵심 인플레이션 데이터로 주목하는 개인소비지출 상승률은 올봄에 무려 4.5%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여기에 더해 향후 12개월 내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도 25%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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