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장난감이 가득한 환경, 영아의 뇌 발달에 괜찮을까

칼럼니스트 김영명 2026. 3. 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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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의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영유아 뇌 발달, 다양한 감각의 균형 있는 작동 중요"

요즘 1~2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어린이집을 둘러보며 "교실에 번쩍거리는 장난감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실제로 최근 가정과 어린이집 등 영아가 생활하는 환경에는 버튼을 누르면 강한 빛이 켜지거나 음악과 불빛이 동시에 작동하는 장난감, 빠르게 반응하는 전자 교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영상까지 더해지면서 영아의 생활 환경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게 강한 시각 자극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장난감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아기의 뇌 발달 특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환경이 아이들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영아의 뇌 발달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감각을 많이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이 균형 있게 작동하는 경험이다. ⓒ김영명

◇ 영아기의 뇌는 '감각, 운동, 상호작용 등 다양한 경험'으로 구조가 만들어진다

출생 직후부터 약 3세까지는 뇌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의 뇌는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환경 속 경험을 통해 구조가 만들어지는 단계에 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영아기의 뇌는 감각, 운동, 정서, 상호작용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회로를 형성한다. 뇌는 경험을 반복할수록 관련 신경회로가 강화되고, 사용되지 않는 회로는 약화되거나 정리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신경과학에서는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라고 부른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보고서 From Neurons to Neighborhoods(2000)는 영아기의 경험이 뇌 구조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영아의 뇌는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그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특히 감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먼저 발달한다.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감각 영역이 형성되며, 이를 토대로 주의력이나 사고,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점차 발달한다. 따라서 영아기의 환경은 무엇보다 감각 경험의 질과 균형이 중요하다.

◇ 최근 영아 환경에서 나타나는 '시각 자극의 과잉'

최근 영아 환경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각 자극이 매우 강해졌다는 점이다. LED 불빛이 번쩍이는 장난감, 버튼을 누르면 즉시 반응하는 전자 장난감, 빠르게 장면이 전환되는 영상 콘텐츠는 모두 강한 시각 자극을 제공한다.

이러한 자극은 짧은 시간에도 아이의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성인에게는 교육적이거나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영아기의 뇌는 아직 자극을 선택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한 자극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빠른 화면 변화나 강한 빛 자극은 시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킨다. 이로 인해 시각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현실 세계의 느리고 섬세한 자극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

◇ 감각 발달의 핵심은 '균형'이다

영아의 뇌 발달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감각을 많이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이 균형 있게 작동하는 경험이다. 아이들이 실제 놀이를 할 때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몸을 움직이고 공간을 탐색하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시각, 촉각, 균형 감각, 몸의 위치를 느끼는 감각 등이 서로 연결되며 감각 통합 능력이 발달한다.

그러나 빛과 소리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전자 장난감이나 영상 환경에서는 시각과 청각 자극이 강하게 주어지는 반면, 몸을 움직이거나 손으로 만지고 탐색하는 촉각 중심의 경험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쉽다. 이러한 환경이 지속되면 특정 감각에 자극이 편중되고 다양한 감각이 고르게 활용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영아기의 환경을 구성할 때에는 여러 감각이 균형 있게 경험될 수 있도록 감각 경험의 균형을 특히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 영아에게는 강한 자극을 주는 화려한 환경보다 탐색이 가능한 환경이 좋다

영아에게 가장 좋은 놀이 환경은 자극이 강한 환경이 아니라 탐색이 가능한 환경이다. 블록을 쌓거나 모래를 만지고 물을 흘려보는 놀이, 공원을 걸으며 나뭇잎이나 돌을 만져보는 경험은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러한 활동은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주변 환경을 탐색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집중력과 공간 감각을 키워 준다. 미국소아과학회(AAP)도 영유아의 놀이 환경에서는 전자 장난감보다 부모와의 상호작용과 탐색을 이끌어내는 단순한 장난감과 실제 탐색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가정과 어린이집이 함께 고민해야 할 영아 환경

지금 영아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이의 뇌가 어떤 경험 속에서 자라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장난감이 화려하고 기능이 많다고 해서 아이에게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아에게 더 중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며 탐색할 수 있는 공간,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물건,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다.

가정과 어린이집은 아이들의 놀이 환경을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실과 집이 자극이 강한 공간이 아니라 탐색이 풍부한 공간이 될 때, 아이들의 뇌도 보다 균형있게 잘 성장할 수 있다.

출생 직후부터 약 3세까지는 뇌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의 뇌는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환경 속 경험을 통해 구조가 만들어지는 단계에 있다. ⓒ김영명

*칼럼니스트 김영명은 영유아교육·보육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아동 보육·교육 전문가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중앙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 영유아 권리 존중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 칼럼을 통해 아이의 일상과 권리를 중심에 둔 보육·교육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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