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강기정의 승부수, 왜 전남국립의대일까

이삼섭 2026. 3. 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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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권 반발 예상에도 ‘입지’ 구체화…회피보다 정면 돌파
지지부진한 광주·전남 현안 ‘적체 현상’에 대한 경험 투영
“결정할 건 결정해야”…공론화 통한 문제해결 의지 표명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후보인 강기정 광주시장이 18일 오후 전남 무안군 전남도의회에서 서남부권 지방의원들로부터 국립의대 유치 발언과 관련,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 국면에서 ‘전남국립의대’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동부권 설립’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서남권의 거센 반발 등 논란이 커지면서 전남의대 입지를 구체화 한 그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 시장이 전남국립의대와 부속병원을 전남 동부권(순천)에 설립하겠다고 공약한 이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별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이 한창인 가운데 가장 민감한 현안 중 하나로 꼽히는 ‘전남의대’ 입지 문제를 꺼내들면서다. 그 간 전남 동부권(순천대)과 서남권(목포대)은 이 문제를 두고 오랜기간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12월 순천대와 목포대는 협약을 맺고 통합대학교 본부와 국립의대를 분리하되, 국립의대 정원을 반으로 쪼개 나눠 설치키로 했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분산 모델’에 대해 부정적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시장이 서남권 반발을 무릅쓰고 입지를 명시한 배경으로, 광주·전남 주요 현안들이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해 장기간 표류해온 것에 대한 ‘행정적 경험’과 회한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결정권자가 결정을 미루면 지역과 시민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취지에서다. 이와 함께 자신의 강점으로 여겨지는 결단력과 추진력을 드러냄으로써 차별화를 꾀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강 시장은 지난 2022년 민선8기 출범 당시에도 지역사회의 정치력 부재 속에 오랫동안 표류한 현안에 대해 ‘밀린 숙제’로 규정한 뒤 취임 직후 5+1로 분류했다. 옛 전방·일신방직 개발을 비롯해 어등산스타필드, 광천터미널 복합화(신세계백화점 확장), 광주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 등이다. 한편으로는 제 때 추진하지 못한 현안으로 지지율이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도시철도 2호선이 대표적이다. 도시철도 2호선은 최초 기본계획 승인 시점이 2002년이지만 수장이 바뀔 때마다 공법과 노선이 바뀌면서 2009년이 돼서야 착공됐다. 그 결과 사업비 폭증은 물론 저심도 공사로 시민들이 수년간 고통을 겪어야 했다. 광주 도심 구간을 관통하는 호남고속도로 확장도 지난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후 십수년간 지연되면서 사업비가 2천760억원에서 8천억원 이상으로 폭증했다. 강 시장은 사업비 부담으로 국비 100%가 아닐 경우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에 또 한차례 지지율이 추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통합특별시장에 도전하는 강 시장은 전남국립의대 또한 ‘단체장이 신속히 결정해줘야 할’ 일로 본 것이다. 실제 전남국립의대 설립 문제는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입지를 정해오면 바로 추진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서남권과 동부권이 서로 갖겠다고 다투느라 설립이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강 시장은 지난 17일 경선 후보 TV토론회에서 김영록 전남지사를 향해 “전남도가 이미 후보지를 정했어야 한다”고 직격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강 시장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금 더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씀처럼 시민들은 정치인에게 권력이 아니라 권한을 부여해 줬다”며 “지역의 미래를 위해 옳은 길을 두고 당장의 표심에 휩쓸려 적당히 나눠 먹는 것은 제대로 된 권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남 서남권을 비롯해 일각에서 동부권 표심을 얻기 위해 전남국립의대를 동부권에 집중 배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되레 반박한 것이다. 오히려 ‘분산 모델’이야말로 표심을 의식해 어렵게 얻어낸 국립의대를 부실의대로 만드는 길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의대 문제만큼은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모두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으로 강 시장의 전남국립의대 ‘동부권 집중’ 공약을 두고 ‘시·도 통합’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 내재된 수많은 갈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통합단체장의 비전을 보여줬다는 해석도 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을 피하지 않고 돌파함으로써 민감한 문제에 대해 쉬쉬하지 않고 공론장에서 부딪히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거다. 강 시장은 지난 4일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 무수히 많은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통합특별시장 리더십은 단호하게 결정할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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