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띄어쓰기 이야기

서울장애인복지관(서울시장 애인 복지관, 서울 장애인 복지관)
외할머니뼈해장국(외할머니뼈 해장국, 외할머니 뼈 해장국)
친정엄마내장탕(친정엄마의 내장으로 끓인 탕, 친정 엄마가 끓인 내장탕)
아버지가방에들어가다(아버지가 방에 들어가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다)
와 같이 의미가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한다. 처음에 외국인들이 한국어 말하기대회에서 발표할 때는 웃고 말았지만 많은 한국인들로부터 띄어쓰기를 왜 그렇게 어렵게 했느냐는 힐난을 받을 때면 뭔가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단어와 단어를 띄어 쓰면 좋은데, 규정이 엄청나게 많다. 조사나 어미를 붙여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조사를 구분하기도 어렵고, 조사도 품사라고 하면서 왜 붙여 쓰느냐고 반문할 때면 당황스럽기도 하다.
여기서부터입니다
보잘것없는 것일 뿐입니다
나가면서까지도
들어가기는커녕
과 같은 말들은 마치 띄어 써야 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은 ‘여기서 부터 입니다’라고 띄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터’, ‘이다’가 모두 조사이기 때문에 붙여 써야 한다. ‘보잘것없는’과 같은 것도 한 단어이기 때문에 붙여 쓴다. 그러나 대부분이 ‘것’이 의존명사이므로 앞에 있는 ‘보잘’이 ‘것’을 꾸며주는 것으로 인식하여 띄어 쓰게 된다. ‘나가면서까지도’에서도 ‘면서’는 어미, ‘까지’나 ‘도’는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들어가기는커녕’도 어미와 조사로 이어지는 것들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아이고 어렵다!)
처음 한국어에 띄어쓰기를 도입한 것은 존 로스(1842 ~1915)라는 영국 선교사였다. 그는 한국어 교재 ‘조선어 첫걸음(Corean Primer)’을 1877년에 만들었다. 그는 선교사들이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한글 아래 영문으로 발음을 표기하고 각 단어마다 밑에 영어로 의미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었다. 영어의 띄어쓰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한글도 띄어 쓰도록 한 것인데, 이것이 최초의 한국어 띄어쓰기의 교본이다. 그러다가 1896년 <독립신문>에 띄어쓰기를 적용했다. 존 로스가 띄어쓰기를 적용한 것은 단순하게 단어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지 특정한 규칙을 정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학자들이 규정을 보강하여 한국어 문법 교재를 편찬하기 시작하였다. 그때부터 띄어쓰기를 바르게 해야 문화인(?)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세상 어느 나라의 말이든지 어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언어에 따라 문법도 각 언어에 맞게 정해져 있다. 한글(글자)는 엄청 배우기 쉽다. 그러나 한국어(말)는 배우기 어려운 말 중의 하나이다. 존대법도 어렵고, 조사와 어미의 개념도 어렵다. 언어는 늘 변하는 것이기에 이제는 띄어쓰기나 사이시옷 등의 개념도 조금 바꿀 필요는 있다. 하지만 아직은 과거에 만들어 놓은 어법이 존재하는 관계로 그것에 맞게 표기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는 또 바뀌겠지만 그전까지는 어렵더라도 가능하면 규정에 맞게 쓰는 교양인이 되자.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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