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농부복의 탄생 “불편해서 직접 만들었다”
협업 통해 ‘제주의 로컬 패션 씬’을 꿈꾸다
제주의소리가 연중기획 제주영감(제주young感)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제주의 창작자들을 만납니다. 그들이 쌓아낸 꾸준한 노력과 그 안에서 발견한 참신한 지혜를 주목합니다. 이것이 '제주다움'과 '로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제주의 로컬 워크웨어 브랜드 러스티호미스(Rusty Homies)의 탄생은 6년 전 우연처럼 다가왔다.
"부모님이 쪽파 종자를 마당에다 펼쳐 놓았어요. 어머니가 컨테이너에 담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제가 스마트폰이랑 이어폰을 항상 들고다녔거든요. 주머니에 담고 다니는 걸 싫어해서, 재래시장에 가서 중국에서 대량으로 떼오는 가방을 메고서 작업을 하는데 너무 달랑달랑 거리더라고요.

실생활 속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 브랜드가 담고 싶었던 '헤비 듀티(Heavy-Duty)'.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랫동안 사용을 한다는 뜻인데, 녹이 슬어도 버리지 않는 호미가 또 다른 핵심어였다. 오래된 흔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계속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이름을 붙였다.
임성준(31) 대표는 연구자의 마음으로 제품을 고도화시켰다. 누군가 만들어달라고 하는 요청은 계속 이어졌고, 그 니즈에서 나오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디테일을 따져보면서 아이템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러스티호미스만의 농사용 앞치마가 탄생했고, 셋업이 세상이 나왔다.
"산업 현장 워크웨어가 좀 슬림한 편이다 보니 편해보여도 사실상 불편해요. 쭈그려 앉아도 타이트하게 느껴지는 편이고. 그래서 저는 농사 일할 때를 생각하고, 품을 넉넉히 해서 편안한 실루엣을 많이 가져가는 편입니다.

업사이클링 원단을 활용했으며, 농업 폐기물로 인정이 되지 않는 농업용 스프링클러 폐 호수를 활용해 키홀더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자연을 생각하는 농부의 마음이다.
한복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루엣에 대한 디자인은 전부 한복에 가져온 것이 러스티호미스의 특징이다. 농사현장의 필요성에서 시작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게 그들의 제품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즐거운 농부'.

더 큰 제주를 위한 협업
제주 서쪽 한경면 청수리에 위치한 러스티호미스의 작업실에는 의류 제작을 위한 각종 장비와 인프라가 잘 구축돼있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제주의 여러 로컬 크리에이터, 브랜드들과 패브릭 아이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임 대표의 건강한 지향과, 꿈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가능성. 제주의 창작자들 입장에서는 소중한 공간이다.
"일본 도쿄 닛포리 시장에 가면 학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원단을 떼가고, 패턴 같은 것들도 떼가고 그러더라고요. 저희도 한 곳에서 그런 걸 잘 제공할 수 있다면 제주 밖으로만 나가려고 하지 않고 이 안에서 가능성을 찾아보지 않을까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래서 안에서도 시장을 키우고 저도 성장할 수 있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생활 속 불편함을 포착해낸 섬세한 감각은 이제 제주만의 매력이 담긴 로컬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여럿이 함께 걷는 한 걸음을 택한 이 청년 농부이자 디자이너의 선택은 더 큰 긍정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