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까지 살아서 가는 입속 세균…‘하루 세 번 양치’ 식도암 14% 줄여

해마다 3월24일은 대한치주과학회에서 정한 잇몸의 날이다. “하루에 세(3) 번 이(2)를 사(4)랑하자”라는 의미로 지정했다. 잇몸(치주)병은 30대 이상 성인의 70%가 겪고 있다. 대한치주과학회는 “치주병은 잇몸 부분에 염증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잇몸뼈(치조골)가 녹아내려 치아를 잃게 한다”며 “최근에는 잇몸병을 앓는 이들에게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전신질환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발표된 논문들은 잇몸 질환이 암을 비롯해 치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19일에는 동국제약과 대한치주과학회가 개최한 잇몸의 날 기념식에서 잇몸병과 소화기암의 관계를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중앙대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박재용 교수는 ‘구강 건강과 식도암의 관계’에 대한 발표에 나섰다. 식도암은 세계 암 사망률 6위를 차지하는 암이다. 동아대와 중앙대 공동연구팀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식도암을 예방하는 데 일상적인 양치 습관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를 지난해 치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임상치주과학저널’(Journal of Clinical Periodont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인 약 700만 명의 국가 건강검진 및 의료 청구 데이터를 분석해 구강 건강과 식도암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치아 빠지면 식도암 위험 16% 상승
주목할 점은 이러한 연관성이 비만이나 흡연 여부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관찰됐다는 것이다. 기존에 식도암의 주요 위험 인자로 알려진 술·담배와 별개로, 구강 건강 자체가 암 발생에 독자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하루 세 번 양치”가 암 예방의 시작
양치질이 소홀해지면 입안에서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고 잇몸에 만성 염증이 생긴다. 침을 삼키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 세균들은 식도로 함께 내려간다. 이 과정이 매일 반복되면 식도 점막에 지속적인 염증과 면역 반응의 교란이 쌓이고, 장기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이른바 ‘저위험군’으로 분류되던 집단에서도 경고 신호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비음주자 그룹에서도 치주 질환이 식도암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경우 치주 질환보다 치아 상실이 더 강력한 위험 지표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돼, 성별에 따른 차별화된 구강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중앙대 박재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구강 위생과 식도암의 연관성을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식도암 예방을 위해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뿐 아니라 올바른 양치 습관을 통해 구강 위생을 청결히 유지하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속 세균, 장까지 간다
연구진이 이 세균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같은 종 안에서도 성질이 다른 여러 집단이 존재했다. 그중 ‘Fna C2’라는 특정 아형(亞型, 같은 종 안의 하위 집단)이 대장암 조직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결정적 차이는 이 아형이 가진 산 저항성 시스템이었다. 대부분의 세균이 위산 앞에서 사멸할 때, Fna C2는 그 환경을 살아서 통과해 장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대장에 도착한 이 세균은 장내 환경을 교란하고 염증 반응을 유도해 암세포가 자라기 쉬운 조건을 만든다. 실제로 Fna C2를 투여한 실험용 쥐에서는 장 종양이 더 많이 발생했다. 국중기 교수 연구팀의 이 발견은 치료 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특정 세균 아형을 표적으로 삼는 맞춤형 미생물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하나다. 입속은 몸 전체 건강과 연결된 생태계이며, 관리되지 않은 구강 환경은 치과 질환을 넘어 식도와 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기본 수칙은 여전히 단순하다. 하루 두세 번의 올바른 양치질, 자기 전 반드시 양치하기, 치실 또는 치간칫솔 사용,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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